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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6 23:21

<108호> [기자의 눈] 업계 현실 반영 부족한 대의명분은 자칫 정책 혼선만 빚을 수도

  • 2006-09-16 | 조회수 905 Copy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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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업계 현실 반영 부족한 대의명분은 자칫 정책 혼선만 빚을 수도


 


간판소위 공청회, 소관부처 이관` 대체입법 두고 이견만 표출 뒷맛 씁쓸





어떤 일을 꾀하는 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를 ‘대의명분(大義名分)’이라고 한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대의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그러나 대의명분만을 내세우다 보면 중요한 것을 간과할 수 있다. 바로 ‘현실성’이다.


아무리 좋은 방책이라도 현실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실현되기 어렵다. 이뤄지더라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문제가 파생돼 예전의 상황보다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8월 31일 국회 문광위 회의실에서는 간판소위 주최로 간판문화개선을 위한 법률안 제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2005년 4월 18일 구성된 간판소위가 마련한 ‘쾌적한 도시경관 조성을 위한 옥외광고물의 관리와 진흥에 관한 법률’ 초안과 관련해 진술인의 의견진술에 이어 의원들의 질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역시 ‘옥외광고 행정의 소관부처 이관과 현행 법령의 대체입법 필요성’과 관련한 이견이 가장 큰 격론을 불러 일으켰다.


노윤태 옥외광고협회 전 인천시지부장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대체입법안을 만들면서 소관부처간 협의과정은 거쳤는지, 정부부처간·위원회간 업무 소관을 두고 벌이는 알력은 아닌지 곱지않은 시선이 많다”고 서두를 꺼낸 뒤 “옥외광고물등 관리법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데 왜 별도 법안으로 만들었는지, 이번 개정안에 추가된 새로운 사항들이 꼭 필요한 법안인지, 필요하다면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개정시에 반영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진술했다.


홍순원 전광방송광고협회 부회장은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의 소관부처가 행정자치부인데 현재 문광부나 문광위원회에서 관심 갖는 것만큼 행정적인 기능이나 제도가 따를 수 있을 것인가”라고 전제하면서 “앞으로 문광부에서 이 업무를 관장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해오고 있는 행자부보다 전문가들이 더 많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진짜 고민하고 접근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신가 생각해 봐야한다. 단순히 업무를 가져 가서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식이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시점에서 문광부가 3D업종이라고 하는 것을 넘겨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간문화를 강조하지만 그동안 특별법 이런 것들이 공간을 무시하고 만들었던 게 바로 문화관광부였다.” “공간문화를 좀 더 잘해보고 예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는 근본적으로 행자부에서 하든 문광부에서 하든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문광부에 이관되면 특별하게 예산이 백프로 지원이 돼서 획기적인 방법이 있느냐?” “새로운 법령이 그동안 행자부에서 해왔던 것과 크게 벗어난 게 없다” 는 등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진술인들의 강한 반대의견에 간판소위 의원들은 자못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계진 위원장은 “행정자치부에서 관할하는 간판문제는 본 소위원장이 대정부질문을 할 때 국무총리(당시 이해찬 총리)에게 부처간 업무 이해관계 때문에 이 일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에서 조정해 줄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고, 국무총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었다. 행자부 장관(당시 오영교 장관)도 같은날 같은 대정부 질문을 할 때 분명히 불러서 얘기했다. 그런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대체입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 법이 갑자기 졸속으로 제정된 것처럼 말씀해서 첫 제안자인 저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럽다. 제가 제17대 국회 개원한 뒤 조금 뒤에 이런 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해서 시작됐다. 특별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법을 제정할 단계에서 한시법이 만료될 때가 되니까 혹시 그것 때문에 그 목적으로 이런 법을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하며 “참고로 진술인을 모시는데 행자부 쪽에서는 공무원들이 협조하고 응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김재윤 의원은 “새 법안에 문광부가 저의가 있다는 투로 말씀하셨는데, 그 조항 어디인지를 말씀해 주시면 그 조항을 면밀히 검토해서 그런 저의가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행자부에는 전문가가 많다. 문화부에는 없다고 하는데, 문화부에 전문가가 전혀 없다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캐묻기도 했다.


질의와 응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괴리감을 드러냈다. 2시간여의 공청회를 마치는 이계진 위원장의 표정도 무거웠다. “중간에 국회운영에 좀 어려움이 있어서 소위원회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다시 이 문제를 가지고 17대 내에 어떠한 형식의 매듭이라도 짓고 싶은 게 소위원장으로서의 솔직한 입장이다”면서 “이 법을 제안하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혹시 앞으로도 법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처간의 이익이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경우에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끝을 맺었다.


현재 행자부는 지난 8월 21일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정부내 부처지만 행자부와 문광부가 옥외광고와 관련해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그렇지 않아도 혼선을 빚어온 옥외광고 정책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 같아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과연 대의명분과 현실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옥외광고 정책의 해답은 찾을 수 있을까?


 


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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