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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4 15:31

(제9호) 지하철 공기청정기 광고대행권 유찰 배경·의미

  • 2003-02-14 | 조회수 1,171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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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기부채납 광고사업 개선 촉매로

공사 \'우월적 권한\'행사 자제 지적
업계도 무한경쟁 줄여야 승객 호응


지난 24일 입찰에 부쳐졌던 서울1기 지하철(1~4호선) 역구내 공기청정기 조명광고 2차 광고대행건이 유찰됐다.
지하철공사에서 열린 이날 입찰에는 기존 사업권자인 전광애드만 단독 응찰, 복수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자동유찰됐다. 지난 17일 공사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전광애드를 포함해 14개 업체가 참가한 사실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계약일로부터 5년간의 사업권을 보장받는 이번 광고대행건의 물량은 30개 역사 공기청정기 180대로 전면 180면, 측면 360면 등 모두 540개 면이다.

■ 예견됐던 유찰사태

업계에서는 이번 유찰을 예상했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부채납 형식으로 이뤄지는 공기청정기 광고대행 사업권이 기대만큼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면밀한 분석이 사전에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전 사업보다 위치선정이 좋지 않아 광고주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시설물(공기청정기) 설치비는 물론 설치 요건 강화에 따른 유지관리 비용의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사업권자가 광고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본보를 통해 알려진 점도 업체들이 아예 응찰조차 하지 않은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사업권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공기청정기는 관리하기 어려운 광고매체\'란 한 업체 임원의 설명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 사업권자인 전광애드측도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공사측도 \"고가의 설치·유지비 등 계약자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쌍방의 계약당사자들도 이번 사업의 불리를 입증해 주고 있다.

■ 거래관행 변화 필요

이번 유찰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시설물 기부채납 형식의 광고대행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사가 광고대행 사업권을 주면서 해당업체에 비용을 부담시켜 시설물을 설치케 한 뒤 공사로 귀속시키는 거래관행이 좀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공기청정기 입찰건은 시설물 설치조건 광고대행사업이 변질된 듯한 인상이 짙다. 기존 사업권자(2001년 10월28일~2006년 10월27일)의 영업이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공사가 물량을 크게 늘려 추가로 입찰에 부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사가 이번에 계약조건을 강화한 것은 지하철 역사 내의 공기오염도가 높다는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공사는 사업권자가 공기청정기 설치·기부채납은 물론 효과측정이나 청소일지 작성보고 등의 세밀한 관리업무까지 해야 함을 명시해 놓아 이번 사업권에 관심을 보여온 업체들로부터 눈총을 사왔다.

공사 입장에서는 광고대행권 하나로 업체들이 자진해서 공기청정기를 설치, 헌납해 자산이 늘어나 좋고, 환경단체 등이 문제제기한 심각한 공기오염도도 줄여 환경문제도 해소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득을 보는 셈이다.
광고가 게첨되건, 안되건 그건 순전히 업체의 부담이라 신경쓸 일이 아니라는 태도가 역력하다. 광고대행사들의 희생을 담보로 공사만 유리한 입장에 서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공사가 이번 입찰건과 관련, \'광고수익보다 역사내 승객 및 역무원들을 위한 공기오염 저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스스로 시인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무분별한 시설물 설치조건을 내건 거래는 공사가 먼저 자제하고 심사숙고해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공사에 유리하도록 업체들에 일방적인 조건을 강요하는 태도는 공사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각종 광고매체 난립으로 인해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시민의 발\'임을 자처하고 \'고객만족경영\'을 목표로 하는 공사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공정거래 지향 바람직

이번 공기청정기 광고대행 계약조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답은 간단하다. \"계약조건에 명시돼 있는 것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경쟁촉진과의 한 관계자는 \"계약자유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계약조건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약서의 내용이 어느 일방에 유리하게 작성됐다고 해서 거래의 형평성을 따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심결사례 중에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로 제재나 개선조치를 받은 기업이나 단체가 많다. 그러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한 공공기관의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공정위는 밝힌다.

지하철 광고대행권에는 철저하게 시장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보면 지하철의 광고대행사업은 수요가 넘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사는 영원히 우월적인 \'갑\'의 입장에 서 있고, 업체들은 불변의 \'을\'일 수밖에 없다.
공사의 의도대로 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업체들에 \'왜 응찰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듯 묻는 행위는 공공기관으로서 가질 태도가 아니다. 계약조건이 부당하고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돼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담합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 질서는 \'힘있는 자\'가 먼저 실천하지 않으면 정착될 수 없다는 업계의 우회적인 비판을 공사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 분별있는 시장경쟁

이번 공기청정기 광고대행권 유찰은 업계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사례로 보인다.
지하철은 옥외광고 대행업체들의 주요한 사업수단이다. 때문에 광고대행 사업권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지하철 내 각종 시설물을 무료로 설치해 주고라도 광고게첨권을 차지하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도 공사에는 시설물 설치를 조건으로 광고대행권을 가지려는 사업제안이 여러 건 심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사 입장에서는 광고사업권만 주면 유익하고 필요한 시설물들을 거저 얻을 수 있다. 거부할 필요가 없는 좋은 사업제안인 셈이다. 돈 한푼 안들이고 승객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시설물들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효율적인 경영방식이다.

광고대행사업에 관한 한 공사는 \'시장의 지배적 존재\'다. 사업권을 독점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공사의 손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광고매체가 늘기도 하고 신규 매체가 등장한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가 공사의 그같은 권한을 더 키워주고 있다.
이제 무분별한 수주경쟁은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당경쟁의 폐해는 현재 실제로 경락가의 폭등을 부르고 영업 부진에 따른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사실을 우려하면서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시민, 광고소비자들이 광고를 외면하고 개선을 위한 행동으로 옮기는 시기도 빨라진다는 지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업계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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