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자치구는 옥외광고물 관련법에 따라 5~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자체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구 심의위원회에서는 옥상간판을 비롯해 관련조례에 의해 심의를 통과해야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광고물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자치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월 1회 정기적으로 열리며 심의해야 할 주요 안건이 나올 경우 수시로 열리기도 한다. 또 별도로 3인 정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매주 1회 소심의를 열어 신속성을 요하는 일반 안건에 대해 표시허가 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는 광고물들은 우선 관련법에 저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색상, 디자인 문제로 부결되는 경우도 여럿 있다. 심의위원회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햇빛조차 보지 못한 사례들을 모아봤다.
◈ 너무 긴 광고문구 L사의 경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다양한 홍보전략 가운데 하나로 지주이용 야립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 광고도안을 준비했다. 최종 도안을 선택해 관할 구청에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심의위원회의 심사에서 떨어져 설치할 수 없게 됐다. 부결 이유는 문구가 너무 길다는 것. 설명적으로 길게 늘어진 광고문구가 혼란스러워 운전자에게 장애를 줄 수 있다는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준비된 광고도안은 사업을 문장형식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색상 색상 규제는 보통 빨간색과 검정색 등 원색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색상 선택은 피할 필요가 있다. 심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사의 경우 제품 PR용 옥상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 도안을 만들었다. 이 도안에는 제품 특성상 노란색 비율이 다소 높았는데, 심의위원들은 이를 문제삼아 부결시켰다. 이 간판이 설치될 건물의 색상이 회색인데 광고물이 노란색 일변도여서 조화롭지 못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 촌스러운 디자인 디자인도 심의의 중요 요소다. 생활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O사는 기존에 설치된 옥상 간판의 제품 그림이 오래돼 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이전보다 크게 하고 색상도 밝게 바꾸는 등 새로운 디자인안을 마련, 구청에 허가를 요청했다. 당연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새로운 디자인이 단정하게 정리된 주변환경과 맞지 않고, 오히려 이전보다 촌스럽다는 게 심의위원들이 밝힌 부결 이유였다.
◈ 선정적인 광고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I사는 자사 제품의 광고도안이 문제돼 옥상 간판을 설치하지 못했다. 문제의 제품에는 남성과 여성의 야릇한 장면을 연상시킬 만한 도안이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옥상 간판은 거리환경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선정적인 의미로 비쳐질 여지가 있으면 허가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옥외 광고물은 성인에게만 노출되는 것이 아닌 만큼, 선정적인 광고물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광고 유동인구와 차량이 많은 시내 중심지는 노출도와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당연히 광고효과가 높다. 거리환경도 비교적 잘 정리돼 있는 느낌이다. K사는 시내 중심지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적합한 위치라고 판단하고 옥상 간판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회사는 2번의 재심의 끝에 디자인과 색상 등을 대폭 수정하고 나서야 간신히 간판을 설치할 수 있었다. 두 차례 심의에서 부결된 이유는 디자인과 색상이 산뜻하고 정리된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