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광고물을 정비하다 보면 단속 주민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법·혐오 광고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왔다. 특히 올해는 중점 정비대상 지역을 왕복 6차선에서 4차선 이상 도로로 확대,적용하면서 고정광고물 정비대상도 지난해에 비해 60%이상 증가한 12만6,000여 건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각 구청에서 불법광고물을 정비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단속 주민의 대응도 공갈협박형을 비롯해 자해형, 숨박꼭질형, 읍소형, 고자질형 등 천태만상이다. 일선 구청 담당 공무원에게 들은 경험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 공갈협박형 : 주로 술집이 밀집돼 있는 유흥가 일대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특히 대형 유흥업소를 단속하다 보면, 업소 종사자들의 공갈협박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A구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작비용만 억대인 대형 유흥업소 불법간판을 철거하려는 계획을 잡고, 관련법에 따라 수차례 사전고지를 하는 상황에서 협박이 잇따랐다. \"구청에 불을 지르겠다\" \"너희들 밤길 조심해라\" 등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B구청의 경우도 단속을 할 때마다, 담당 공무원들이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공갈협박에 시달리는 일이 자주 발생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 자해형 : 단속 주민이 광고물을 철거하려는 담당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에는 스스로 간판을 파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같은 자해형의 경우는 그래도 결과적으로 정비가 되는 것이어서 파기된 것을 수거해 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C구청 광고물정비 담당 공무원이 겪은 일이다. 불법 입간판을 수거하려다 상점 주인과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다. 상인이 간판 위에 올라타는 등 한참 실랑이를 벌이게 됐다. 계속된 몸싸움에 분을 못이긴 상점 주인이 갑자기 가게로 뛰어들어가더니 식칼을 갖고 나와 스스로 간판을 찢어 차도로 던져버렸다. D구청의 경우 건물 부착형 현수막을 수거할 때, 단속 주민이 직접 떼서 찢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 숨바꼭질형 : 이 유형은 불법 입간판이나 현수막같은 유동광고물 단속시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얌체족으로 단속을 할 때는 광고물을 들여 놨다가, 끝나면 다시 내놓는 식으로 요리조리 단속을 피해간다. 대리운전 현수막같은 경우도 밤에만 붙였다가 다시 떼는 식의 게릴라 수법을 자주 사용한다. E구청 광고물정비 담당 공무원은 \"감시 아르바이트생까지 써가며 단속을 빠져 나가는 업체도 있다\"며 \"간판업자들이 입간판은 불법이란 인식을 갖고 제작자체를 거부하지 않은 한 100% 정비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한다. F구청의 경우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주말에 행정공백을 틈타 불법 광고물을 설치하는 상인이 많다고.
◈ 읍소형 :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 무조건 한번만 봐달라고 조르는 형이다. 정비를 하려면 사정을 하고 자진 정비를 약속하지만, 대부분 그 순간을 피하려는 수단일 뿐이라고. 다음날이면 해당 광고물이 여지없이 나와 있다. 얼마 전 G구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불법간판을 보고 단속하려니까, 가게 주인인 듯한 아줌마가 나와 울며불며 사정을 했다. 자진정비를 할 테니 제발 벌금만 물리지 말아달라고 단속공무원에게 매달려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자진 정비할 것을 다짐받고 돌아간 일주일 후, 그 상가에 버젓이 걸려 있는 불법간판을 보고 담당 공무원은 입이 벌어졌다고 한다. H구청 광고물정비 담당 공무원은 \"우리 구는 상대적으로 영세 상인들이 많아, 법대로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인들이 울먹이며 통사정을 하면, 속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 고자질형 : 시쳇말로 \'너 죽고 나 죽고\' 식이다. 나만 당하고는 억울해서 못살겠다는 유형. 익명을 요구하고, 담당 구청에 불법 사실을 제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I구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규 분양한 상가에 먼저 입주한 상인들이 좋은 위치를 선점해 간판을 달았다. 뒤늦게 그 상가에 입점한 상인은 이에 불만을 품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원이 들어 온 이상, 담당 공무원은 관련법에 따라 이미 설치한 간판 대부분을 철거해야 했다. 또다른 구청에서는 전날 불법간판 단속을 당한 상인이 자신만 당한 게 억울해 잠을 못이루다, 다음날 구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이웃 상인들의 불법 간판을 신고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