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간판문화는 업소의 무분별한 설치와 대형화 등으로 \'도시미관 훼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을 간판 관련 인적 주체들의 \'공공의식 부족\'에서 찾는 경우가 많으나 정확한 진단은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짧은 기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의 문화적 속성 탓으로 봐야 한다. 투자와 광고효과를 고려하는 합리적인 사고없이 간판이 설치되는 것이 다반사다. 생존을 위한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우리 문화 배경에 맞닿아 있다. 여기에 과시문화가 접목돼 간판의 난립을 부추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에서는 도시미관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된 일이 없다. 이 때문에 간판 난립을 \'사회적 병리현상 중 하나\'로 봐야 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간판이라는 매체에 의한 도시미관 개념이 정립돼야 하고, 가장 중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집단은 광고물 제작업자라 생각한다. 간판 설치는 제작업자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2. 외국사례 비교의 함정
간판에 대한 외국사례를 비교할 때 함정이 있다. 간판만을 놓고 비교할 경우 주관적 편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간판은 인적 주체에 의해 만들어진 단순한 사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작은 간판들을 선진 간판으로 생각한다면, 그 나라의 인적 주체들이 왜 그러한 간판을 만들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간판을 유지시키고 있는가 등 문화적 내면을 바라보고 우리나라 인적 주체의 의식은 무엇인가를 파악한 후 간판을 비교해야 할 것이다. 유럽은 합리주의와 예약문화, 적은 유동인구, 상권의 안전성, 같은 업종의 분산 등을 확보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간판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도 직접 연관이 있는 인적 주체들의 합리적 협의조정 등 우리와 확연히 다른 문화적·제도적 체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인적 주체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위원회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으나 이는 \'책임의 분산\'이란 단점을 갖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의 한 공무원은 \"간판문제는 인적 주체간 협의와 조정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위원회 제도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 점으로 보아 유럽인의 합리주의와 출발지에서 갈 곳과 시간이 정확히 계산해 움직이는 예약문화는 간판을 일정 규모 이상 크게 하거나 많게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요소가 된다. 간판에 대한 규제도 전문지식을 가진 공무원들에 의해 주도되고, 관계자들의 이해상충이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해소됨으로써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개념이 정립된 상태다.
다시 말하면 간판문화의 발전은 공공의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식은 추상적 언어다. 유럽사회의 인적 주체들이 만들어낸 간판설치에 대한 하나의 운영체계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간판 관련 인적 주체들이 \'무슨 사고로, 각자의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는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파악한 후에 우리만의 간판문화가 나아갈 공통된 방향을 정립해야 해야만 현실적인 개선방안 도출도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Ⅳ.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관리주체 한계
1. 광고제작업자의 중추적 역할 필요성
간판을 논할 때 광고제작업자를 무시한 논제는 성립할 수 없다. 간판 설치는 그들만이 하는 고유 영역과 전문적 능력에 속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들 자신 또는 다른 인적 주체들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난립된 간판문화가 생겼다. 제작업자들은 전문인으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올바른 간판문화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고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가, 규제 법규에 대해서도 발전적 대안이 준비돼 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는 제작업자 한 개인 의견이나 간판에 대한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논리적 주장과 홍보를 담은 공론 및 구체적인 개념정립을 말한다.
이같은 선행조건이 없으면 제작업자들의 고유한 전문 기능이 상실돼 다른 인적 주체인 광고주와 국가기관에 필연적으로 예속될 뿐만 아니라 간판 관리시스템이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현재 광고제작업자가 광고주와 국가기관 등에 의해 예속되었다면 분명 제작업자들이 확실한 개념을 정립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국가기관,인력 고려한 관리계획 세워야
1)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짧은 역사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1990년 8월1일, 같은법 시행령은 1991년1월8일 제정돼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법도 또한 일본법 복사판으로 우리의 문화와 상업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시행령이 제정되기 이전 경찰서에서 관할했던 간판 규제는 단지 사회적 필요성으로 출발했다. 합리적 규제를 위한 규제 목적과 범위, 관리 등에 대한 개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던 것. 국가기관은 당연히 간판 관리시스템에 있어 우월적 인적 주체로 고착됐으며 현재까지 법적 강제를 수단으로 지배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우월적 위치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로서의 광고제작업자 집단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방향성을 갖춘 공론 마련이나 개념을 정립, 제공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2) 대안있어야 법 변화 법이 사회현상에 앞서 제정되는 경우가 없는 것처럼 간판도 법 규제 이전에 존재했으나 수량이 증가됨으로써 사회적 규제의 필요성에 의해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의 요구에 따라 수없이 규제 법이 제정된다. 그러나 현실과 괴리된 현상을 보이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규제 법의 안정성이나 공공의 목적 때문에 비합리적인 문제점이 있어도 대안이 없는 경우 법규의 강제성은 계속 유지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 옥외광고물등관리법 및 시행령의 현실과 괴리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그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만 법규는 개혁될 것 같다.
3) 행정력 많이 요구되는 사전규제관리 전체 영업소의 간판 80% 이상이 사전에 허가나 신고와 더불어 보통 3년 후에 연장허가(신고)를 해야 한다. 현행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이 안고 있는 많은 사전규제관리로 인해 허가, 신고에 행정인력이 집중되고 있다. 또 사전규제관리에서 벗어난 간판들이 누적증가됨으로써 이에 대한 정비인력 확충과 소요예산 증대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관리상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어 지금은 사후규제 중심의 관리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하는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4) 행정인력의 비전문성과 순환보직 간판을 관리 규제하는 공무원이 비전문가라는 점으로 말미암아 디자인, 건물의 구조, 도로형태에 따른 간판의 조화 등을 판단, 거리에 맞는 간판 설치를 유도할 전문 능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또 순환보직에 의한 짧은 근무기간으로 간판문화가 나아갈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하해 동일한 업무라 하더라도 공무원의 판단 편차가 심한 편이다.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간판의 인적 주체와의 협의조정을 바탕으로 한 도시미관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을 전폭 위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란 걱정이 든다. 또한 비전문성을 위원회 운영으로 보완하려는 사고방식도 염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