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전문적 식견과 현장 실무경험 등을 살려 간판문화를 개선해 보려는 광고물 담당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현수막 설치 및 철거기구 등 장비를 발명해 내는가 하면 현장에서 체험적으로 터득한 개선방안들을 이론으로 정리, 발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평소 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토대로 간판문화 향상에 대한 논리와 주장을 담은 한 공무원의 논고를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조필세(서울 양천구청 광고물팀)>
Ⅰ. 서론--간판의 난립과 공공성
옥외광고물 즉, 간판은 우리의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도시미관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간판은 그러나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난립돼 있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간판 난립의 원인은 무엇인가? 간판의 설치 목적은 고객 유치와 영업이익 증대에 있다. 창작을 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와는 다르다. 때문에 영업주가 직접 간판을 설치하는 시대를 넘어서 간판 제작설치 영업이 활발해지고 간판 수량이 증가함으로써 \'간판의 공공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국가 차원에서 규제관리하는 법규가 제정됐다. 우리 사회가 농경시대를 벗어나 산업화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판 수량의 증가로 인한 국가적 규제는 당위성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간판의 문화적 속성, 합리적 규제의 범위나 목적 및 관리 등에 대한 개념 정립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법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옥외광고물등에 관한 법\'이 제정됐고 현재도 그 틀 안에 있다.
옥외광고의 제작영업 탄생과 전문성의 태동 및 발전 시기는 간판의 공공성을 인식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처럼 간판의 존재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로써 인적 주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인적 주체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옥외광고물 제작업자와 광고주, 국가기관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광고주가 원하는 간판을 제작업자가 수용할 수 없는 경우 간판은 설치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기관이 주도해 간판을 설치하도록 유도할 수도 없다. 결국 전문성이 높은 옥외광고물 제작업자가 가장 중심적인 주체가 되고 광고주, 국가기관은 부수적 주체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각 주체는 고유의 기능과 목적을 실현키 위해 서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광고주의 목적과 기능에만 의존해 간판이 설치되는 경우 광고물제작업은 전문성을 상실하게 되며, 국가기관의 기능과 목적에 의해서만 간판이 설치되는 경우 획일성으로 인해 역시 전문성과 효율성을 잃을 것이다. 또 제작업자의 기능과 목적에 따라서 간판이 설치되는 경우에는 지나친 상업성 추구가 우려된다. 각 주체가 전문성을 살려가면서 서로의 목적을 이루는 방안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Ⅱ. 옥외광고물에 대한 권리의 충돌
인구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유동인구의 급증으로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면서 옥외광고물에 대한 권리충돌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권리충돌로 인한 분쟁조정의 방안으로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 규제법규가 제시되고 이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법은 현실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1. 사유재산권 행사에 따른 영업의 자유 광고주의 영업이윤 극대화를 위한 간판의 제작·설치는 수많은 광고주의 생각만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다양한 형태의 간판은 제작업자의 전문성에 대한 높고낮음이나 제작능력에 따라 제한받음으로써 모두 현실화될 수는 없다. 이는 제작업자의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간판의 문화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판문화의 발전과 퇴보의 기능을 담당하는 제작업자를 무시함은 어리석은 행위일 것이다.
2.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간판의 수량 증가로 인한 문화적 거부감과 시각적 공해문제 발생은 국가기관이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동기가 됐다. 간판에 대한 국가의 규제는 공공이익 추구 또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존중을 근거로 강화돼 왔다. 만약 불법간판에 대한 국가기관의 관리능력이 상실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강화는 불법 간판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는 광고주, 광고물제작업자, 국가기관의 담당공무원 모두가 최소한의 공기능과 역할만 하려고 할 것이다. 곧 3가지 인적 주체들이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현상은 결과적으로 광고물 난립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처할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손댈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방치될 뿐이다.
3. 인적 주체의 역할분담 충돌 간판문화의 수준 향상은 각 인적 주체의 기능과 역할이 조화를 이루고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제작업자가 전문가로서의 의식이나 노력이 없다면 즉, 제작업자 집단의 공통된 간판문화 발전에 대한 밑그림이 마련되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이 없다면, 다른 인적 주체의 간섭을 받을 것이다. 이는 결국 간판문화의 방향성 상실로 나타나 국가기관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게 되며, 영업주는 자본을 앞세워 전문성을 굴복시키고 이기적인 표현만을 내세우는 \'역할분담 기능 침해\'라는 악순환을 지속시킬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각 인적 주체간에 \"간판은 이렇게 설치해야 하는 것\"이라는 공통되고, 공감대를 가진 문화적 인식과 기반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