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옥외광고물 관리 개선방안은 사인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올 고강도 개혁이다. 정부는 지난주 옥외광고물등관리법개정안을 마련, 국회통과 절차를 밟고 있다. 옥외광고시장에 미칠 엄청난 파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규개위가 내놓은 개혁안 중 건물층수에 의한 광고물 설치유형 규제안은 국내 간판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판류형 간판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킬 것이 분명하다. 개선안은 △1개 업소당 간판 총수량을 2개로 제한하고 △3층 이하 건물의 경우 1층에는 판류형, 2·3층에는 입체형 간판만 부착토록 하며 △4층 이상 건물의 경우 상단 중 2면에 입체형으로 된 하나의 간판을 달도록 못박았다.
판류형 간판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 판류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반면 채널사인 등 입체형 간판은 입지를 강화, 관련시장의 확대가 확실시된다. 서울시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좋은 간판\'의 입상작들의 공통된 특징은 거의 대부분 \'입체형\'이란 점이다. 지난해말 있은 시상식에서 수상한 우동한그릇(마포구 동교동)과 우리그릇 麗(강남구 신사동) 등 은상 2편과 연 JEWELRY\'(강남구 청담동), 꽃미술관 도원(마포구 서교동), 신선 설농탕(송파구 송파동) 등 동상 3편도 모두 입체형 간판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5개 구에 각 1개씩 모범가로를 선정, 발표했다. 이들 모범가로는 불법광고물에 대한 집중 정비가 이뤄지고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미려한 간판들을 많이 설치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어서 거리미관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거리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간판은 결국 다양한 재질과 서체, 색상 등이 반영된 입체형 간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대도시의 경우 \'간판이 도시미관을 만든다\'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광고주나 점주들의 미적 감각이 반영된 간판 제작주문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형태나 색채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상호를 알리는 입체형 간판들이 대접받고 있다. \'크고 자극적인 간판이 좋은 간판\'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사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방안이 아니더라도 입체형 간판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간판의 형태는 입체형이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이미 이같은 시장흐름의 변화를 파악하고 소재 개발과 디자인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대형 채널사인업체인 G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영업 및 판촉을 강화하는 업체도 있다.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사인시장을 누가 리드하고 점유율을 높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