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규모 집계와 대책마련에 나섰던 지난 15일 행자부 홈페이지 참여마당에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재난관리법’이란 제목의 항의성 글이 올랐다. 광고사업협회 전라남도 지부장인 전세식 씨가 올린 의견으로 현행 재난관리 시스템의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요지는 현행 재난관리법이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만 관련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고, 사전의 재난방재 활동에는 지원하지 않아 해마다 똑같을 피해를 입도록 방치하고 있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전세식 지부장이 속한 협회 전라남도 지부는 지난 태풍 ‘루사’때의 방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방재단을 구성하고 올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산하 10개 지회를 통해 방재활동에 필요한 장비구입과 훈련비에 필요하다며 예산지원을 해당 지자체에 요구했으나 예산서상의 항목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거듭 받았다. 이에 5월경 태풍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준비가 절실하다고 판단, 예산지원방법을 찾기 위해 행정자치부 재난관리 부서에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로부터 “현행법으로는 사전 지원은 곤란하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전 지부장은 “사전 예방으로 피해를 막겠다는 데도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을 편다.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에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인 재해방재일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행자부는 “관련법상 선지원은 어렵다”며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라남도 등 해당 자치단체의 광고물 관련 부서에서도 재난방재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협회의 재난방재 장비구입과 활동비에 관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
행자부를 포함한 관련 행정기관은 이번 태풍 ‘매미’로 인한 재산 피해가 19일 현재 집계된 것만 4조8천여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재난방재 예비비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상황에서 관련 예산의 사전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실제로 막대한 재산피해를 본 경우라도 피해 정도와 인재 정도에 따라 지원이 되고 안되고 여부가 결정되고, 또 피해액의 극히 일부만 지원되는 상황에서 이는 무리가 따르는 주장이라는 것.
하지만 전 지부장은 “말로는 재난방재인데 사전의 재난방재단 구성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잘못된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내년에도 태풍은 올 것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 전세계가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해마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