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의 한 수단으로 현수막만큼 수요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또 도시미관 측면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 매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현수막은 간편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광고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으로 영세 상인은 물론 일회성 행사를 알리려는 수요자들의 주요 광고수단이 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 데도 법제도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며, 불법현수막과의 지리한 싸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현수막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이해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 대안을 짚어본다.
<공동 취재단 = 안창희, 이정은, 이민영, 진창주 기자/사진 김종수 기자>
현수막 불법 여전-제도권내 수용 대책 필요 적발해도 꾸준한 수요 발생, 업자간 반목 야기 불법 현수막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된 현수막게시대에도 불구, 여전히 불법현수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불법현수막이 난무하는 데는 현수막이란 매체가 가격대비 홍보효과가 큰데 따른 것으로 특별한 홍보 수단이 없는 영세상인 및 단기간의 극대화된 홍보효과를 얻고자 하는 곳에서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관청 및 경찰서 등 관공서에도 세금 관계 및 법률개정 사항, 또 각종 대민 홍보사항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발생, 행정홍보용 현수막만 해도 그 수요가 만만찮다. 현실적으로 분명 수요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현수막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강화일변도여서 업계에서는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며 이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올 3월부터 ‘불법현수막 수거포상제’ 실시로 불법 현수막 근절에 현저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부천시의 사례를 통해 현수막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부천시는 현수막게시대를 광고사업협회에 위탁관리케하고 아울러 불법현수막 단속권을 협회에 위임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시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부천시지회는 ‘불법현수막 수거 시민 포상제’를 실시해 월 평균 4천건의 불법을 적발해냈다. 이의 포상금만 해도 월 평균 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에 불법 현수막의 난립을 막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은데 반해 이 과정에서 현수막업자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해졌다. 이 지역 현수막업자들은 자체 협회를 결성하고 행정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이권수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시의회에까지 사안이 불거져 곤욕을 치른 부천시지회는 ‘좋은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 세태’에 대해 무척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부천시의 불법현수막 철거 및 단속 집계를 살펴보면 한여름철인 8월을 제외하고는 월 평균 3천5백에서 5천여건이 꾸준히 적발된 것으로 드러나 불법현수막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붙이면 떼고 또 붙이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 부천시의 경우 110개의 현수막 게시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데 시의 관계자는 “현수막 게시대는 충분하다. 현수막 게시대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불법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법 현수막 수거 포상제 외에 3명의 전담 단속요원을 두고 자체 정비 및 회원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부천시지회는 “현수막게시대 위탁운영을 하며 포상금으로 한달에 평균 300만원, 또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작년 한해에만 500만원이 소요됐다. 이를 자체 예산에서 충당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만만찮을 뿐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데도 주변에서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어 심적 부담 또한 크다”고 한다. 결국 부천시지회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 위탁관리를 하는 협회와 현수막업자들간의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도 일면 있다. 한편, 행정자치부에서 집계한 올 상반기(1월~7월) 불법광고물 정비실적을 살펴보면 유동광고물의 불법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현수막은 총 33만4천420건이 적발돼 월 평균 4만8천여건의 불법 현수막이 나붙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12만1,669건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 10만4,398건, 인천 2만0,943건 등의 순으로 상권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대도시 중심으로 불법 건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적발되는 불법 현수막이 5%로 추산되는 가운데 불법 현수막을 포함한 현수막의 제작 건수는 그만큼 엄청난 양으로 불법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비슷한 수량을 양산한다는 것을 의미, 현수막 관련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부천시지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의욕적으로 불법 현수막을 계도하려는 곳과 현수막업계 종사자 및 시민들의 다수를 범법화하는 현 상황을 제도권으로 수용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안창희 기자
<법규 및 제도>
“현행법상 현수막 표시방법은 3가지”
현재 옥외광고물 관련법에서 현수막의 표시방법은 각 시도조례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시행령에 명시돼 있었으나 1999년 2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시도조례 사항으로 개정했다. 현행 시도조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현수막의 표시방법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현수막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그 하나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같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대규모 점포로 등록을 한 건물이나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의 벽면에 설치하는 게시틀(게시시설로 봄)이 있다. 물론 게시틀을 설치할 수 있는 건물의 면적 범위와 최대 가능 숫자는 시도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울의 경우는 연면적 1만㎡이상의 건물에만 게시틀을 설치할 수 있으나, 경기도는 3천㎡이상(단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에 한함)이면 가능하다.
다음으로 부지내에 지주를 이용하여 설치하는 게시시설이 있다. 서울시 조례를 보면 연면적 1천㎡를 넘는 건물의 대지안의 공지에 별도의 현수막 게시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설치하는 현수막 지정게시대가 있다. 사실상 일반 시민이 현수막을 합법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치단체마다 필요에 따라 일정 수량의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현행 시도조례에서 현수막 지정게시대의 설치 및 허가권자를 시군구 자치단체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게시대의 확대적용은 각 시군구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민영 기자
<행정기관 입장>
찬 - “현실 감안해 관련법 손질해야” 반 - “현수막 없어져야 할 광고문화”
현수막에 대한 행정기관의 입장은 뚜렷하게 대별된다. 일단 주류는 현수막은 그 자체가 없어져야 할 광고문화로 표시방법 완화는 말도 안된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들은 현수막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란 인식에 동감한다.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만든 근본 목적도 현수막의 양성화가 아니라, 임시적으로 현수막을 법테두리 안으로 수용시킨 후 불법현수막이 근절되면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차츰 현수막 문화를 추방시키겠다는 전략의 하나로 해석한다. 행자부와 서울시 관계자는 “현수막의 제한적 양성화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장소와 상관없이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해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극히 일부지만 반대 주장을 펴는 행정기관 담당 공무원도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국민의 피해만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들이 현수막을 보편적인 광고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고, 또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법적용은 오히려 국민의 재산적 피해만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한다. 현수막의 표시방법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적인 수요를 감안해 심의나 허가절차를 엄격히 거쳐 제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가령 일정 지역에 한해 자기 건물에 하나의 현수막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 또 현수막 게시시설의 설치기준을 완화할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법 형평성 차원에서도 큰 규모 사업장에만 게시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입장>
“수요와 공급 불균형 해소해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법개정 필요
업계는 현행법으로는 현수막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홍보수단으로 자리매김한 현수막의 95% 이상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현재의 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현행 서울시 옥외광고물등 관리조례에 의하면 ▲설치허가 또는 신고를 거친 게시시설 혹은 규정에 의해 설치된 지정게시대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대규모점포 등록을 한 건물 또는 연면적 1만제곱미터 이상 건물 ▲연면적 1천 제곱미터 건물의 대지 안에 허가, 설치된 지주에만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병익 한국실사협의회 추진위원장은 “현행의 현수막 관련법은 획일적이면서도 이미 보편화된 현수막의 대부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현실과 괴리된 법”이라며 “어느 정도까지는 현수막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대신 예외규정을 두는 등 탄력적으로 현수막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무조건적인 허용은 난립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며 “일정 규격, 장소, 수량, 기간 등을 정해 허용하는 등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절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한필 서울시지부장은 “난립하고 있는 현수막의 일정 부분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법적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한꺼번에 규제를 완화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고 시민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양성화해야 할 것”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면적 3천평 이상의 대형건물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을 완화하거나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현수막 게시시설을 늘리는 방안 등 불법으로 규정된 현수막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임병욱 한국광고사업협회장은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현실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며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이번 협회 개정안에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지정 현수막 게시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