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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5 00:05

<84호>국회 문광위 간판문화개선소위간판시찰단 동행취재기

  • 2005-09-15 | 조회수 902 Copy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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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간판정비 모범사례라고?”… 기대감이 실망으로

‘사회주의나라 간판도 이렇지는 않을 것’ ‘비용 환수해야’ 혹독한 비판


‘추진 자체만으로도 의미’ ‘불가피한 시행착오’ 긍정적 평가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올해 초 위원회 산하에 간판문화개선소위원회를 설치, 의욕적인 의정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소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적인 활동을 벌여 이를 토대로 국내 간판문화의 획기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입법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하에 소위는 지난 8월 24일 공공사업으로 추진된 강원도 인제와 속초의 간판정비 현장을 찾아 시찰활동을 벌였다.


 


시찰에는 소위원회 이계진(한나라당) 위원장과 김재윤, 윤원호(이상 열린우리당), 박찬숙(한나라당), 손봉숙(민주당) 의원 등 소속의원 5명 전원이 참가했으며 김문희  문광위 수석전문위원, 이성원 문광부 문화정책국장, 우상일 문광부 공간문화과장, 윤혁경 서울시 주거정비과장 등이 동행했다.


 


또 업계에서는 최병렬 SP투데이 발행인, 차해식 옥외광고협회 이사, 구승모 용산구지회장 등이 동참했으며 학계에서는 윤종영 한양대 교수가 함께 했다. 소위의 이날 시찰활동을 정리해 본다.


 


\"공공사업으로 


 


간판시찰은 오전 8시30분에 여의도 국회를 출발, 밤 10시가 넘어서야 되돌아오는 강행군으로 진행됐다. 이른 아침 버스에 몸을 싣고 강원도 비탈길을 굽이돌아 간판을 찾아가는 발길.

 


“소속의원 모두가 함께 모이기는 쉽지 않은데 오늘 전원 참가해 주셔서 고맙다”는 이계진 위원장의 인사말에서 알 수 있듯 의원들과 동승자들의 기대는 자못 커보였다. 이동시간에도 준비된 자료집을 읽거나 간판에 관한 녹화비디오를 시청하는 등 시찰단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3시간여를 달려 차창 너머로 마주치게 된 인제군 용대리 초입의 정비된 간판들. 깔끔하고 색다른 간판에 시찰단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백담마을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인제군측의 브리핑때만 해도 시찰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점포주들이 자부담을 하면서까지 참여했다는 점, 전국 지자체 관계공무원들이 모범사례라며 벤치마킹하러 오고 있다는 점 등이 자랑스럽게 이어졌다. 나중 간판정비 최우수모델로 뽑혀 강원도로부터 사업비보다 훨씬 많은 포상금을 받았다는 설명 대목에서는 감동까지 하는 분위기였다.


 


“타 지자체 그대로 답습할까 걱정” 


 


 \"정비사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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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심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겨 마을 안 몇 개 점포의 간판들을 둘러보면서 시찰단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이상 둘러볼 필요가 없음을 이심전심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식당, 중국식당, 분식점, 철물점, 약국, 노래방 심지어 카센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 예외없이 똑같은 색상, 똑같은 규격, 똑같은 서체, 똑같은 재질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간판들….

 


차이가 있다면 용대1,2,3리의 세 행정구역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준 것뿐 용대지구 372개 간판 전체가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다.

 


마침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은 좋은데 너무 획일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죽은 마을’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아쉬움은 있지만 난립된 간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간판 고유의 기능·개성 몰이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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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마을’로 특화시킨 용대리의 간판들을 둘러보는 과정에서는 그래도 ‘그런대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미시령을 넘어 도착한 ‘콩꽃마을’에서 시찰단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졌다. 모 의원은 실망을 넘어 분노감을 표했다. 몇걸음 떼던 시찰의 발길도 더 이상 볼 필요조차 없다며 중도에 멈춰섰다.

 


앞서 본것과 똑같은 획일적인 간판의 모습들. 용대리보다 한술 더 떠 이곳의 도로변에 일렬로 줄지어 세워진 조형간판은 천편일률이 얼마나 촌스럽고 주변의 조화로움을 깨트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정비가 끝난지 1년도 안돼 정비의 흔적 자체를 덮어버리듯 하고 있는 각종 덧간판과 현수막의 어지러운 난무.

 


시 관계자로부터 “정비에 참여하지 않은 업소가 차별화된 간판으로 오히려 반사적인 이익을 보고 있다”는 기가막힌 설명이 이어졌다. 

 


마침내 한 의원으로부터 “예산의 활용도, 사후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지원과 이해만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할까봐 무섭다”는 말이 나왔다. 

 


다른 의원은 시 관계자에게 “정비후에 간판을 훼손하거나 현수막을 내거는 업소에는 간판비용을 변상시키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간접적으로 사후관리의 부실을 질타했다.


 


“현장 가보길 잘했다” 이구동성

이날 시찰단의 반응은 결과에 대한 평가는 거의 비슷해 보였다. 간판의 크기와 수, 컬러를 통일하고 규격화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기능과 개성, 차별성 등이 무시돼 철저히 ‘죽은 간판’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업의 의미에 대한 평가에서는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간판정비를 예산 낭비로 보는 시각과 간판문화 개선을 위한 구체적 시도를 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는 귀중한 사례로 보는 시각의 차이였던 것.

 


빡빡한 일정에 맞춘 강행군으로 피곤한 가운데서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이계진 위원장의 진행으로 강평의 시간이 마련됐다.

 


강평에서 실망론을 대표한 사람은 손봉숙 의원. 그는 “기대한 것에 비해 실망이 너무 커 환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업소의 특성은 배제한 채 획일적으로 제작된 간판이 문제다. 홍보효과가 떨어져 업주들이 자극적인 현수막을 걸어놓는 등 간판교체 전보다 오히려 더 조잡해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윤혁경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시도가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운을 뗀뒤 주민 참여 없이 디자이너가 방향을 제시하면 그대로 진행된 탓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장기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론을 대표했다.

 


이계진 위원장은 “잘됐든 못됐든 오늘은 나름대로 얻은 것이 있었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간판 개선사업의 현장을 국회와 정부부처, 학계, 업계가 직접 시찰함으로써 향후 간판 관련 입법활동의 귀중한 사례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종합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이날의 시찰은 요즘 전국 일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공공기관 주도 간판 정비사업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또 앞으로 간판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교육장이었다.

 


홍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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