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학회가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의 경우 일반적인 설문조사와 비교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설문 제목이 ‘옥외광고물관리법 조사연구’ 이지만 실제로는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다른 내용은 거의 포함시키지 않고 특별법 광고물만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지의 맨 앞장에는 ‘옥외광고특별법’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아예 설문을 중단해 달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설문 문항에는 ‘옥외광고특별법’과 ‘특별법광고물’ 등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들 용어에는 특히 따옴표나 밑줄을 그어 조사자의 숨은 의도를 느끼게 하고 있다.
설문의 전개도 ‘특별법광고물’을 존치시켜야 할지 아니면 철거해야 할지를 물은 뒤, 존치시키는 것을 전제로 특별법 유지 방법으로 존치시킬지 아니면 현행법 흡수 방법으로 존치시킬지를 묻고, 이어 특별법 유지시의 문제점들을 두루 나열해 놓고 찬성하는 답을 모두 선택하도록 한 뒤, 다시 현행법에의 흡수를 전제로 그에 대한 찬반여부와 흡수시의 장단점, 구제적인 법개정 방향 등의 순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현행법 흡수에 의한 야립광고물의 존속을 전제로 기설치 광고물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도 ▲고속도로상에 있는 광고물은 대부분 경관을 해치는 위치에 있다 ▲산 위에 설치된 광고물은 위해감을 준다 ▲외국과 비교하여 크기가 너무 크다 ▲서울권 중심으로 분포되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 등의 예시문을 들고 얼마나 동의하는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설문에서 특별법광고물을 철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보다 많았음에도 보고서의 결론을 존치 쪽으로 몰아간 것.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철거 의견은 51.5%로 존치(35.9%)보다 많았다. 하지만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결과 요약’ 부분에서 이 대목은 아예 누락시킨 채 특별법광고물의 존치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63.9%가 현행법 흡수에 찬성하고 특별법 유지에 찬성한 응답자는 21.7%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종합결론에서 특별법광고물(야립광고물)을 현행법으로 흡수하여 존치시키되 광고물 설치조건에 대한 대폭적인 개정이 요구된다고 마무리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는 존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철거의견이 많은 것으로, 일반 광고대행사는 철거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존치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뒤바꾸기도 했다.
설문자는 총 104명. 수천만원짜리 연구용역치고는 턱없이 적고 그나마 절반가량인 48명이 행자부의 통제를 받는 지자체 공무원이었다. 실수요자로서 야립광고물을 선호하는 광고주는 단 6명에 그쳤다. 옥외광고업 당사자로서 야립광고물의 존속을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옥외광고 매체사 역시 24명으로 일반 광고대행사 26명보다도 적었다.
누가 보더라도 미리 정해놓은 틀대로 설문대상자들의 답을 유도하고 무리수를 써가며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낸 흔적이 역력하다.
학회는 현재 야립광고물의 신규 설치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행자부는 그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정책간담회 등을 갖고 법개정 방향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지의 취재를 접한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행자부는 업계를 참여시켜 야립광고물 문제를 다루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는데 업계가 들러리만 서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가 미리 틀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가려 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