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기사의 숙련도에 비해 일당이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간판업계에서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숙련도에 관계없이 일당기사의 평균 급여가 15만원선으로 고정돼 있다”며 “숙련도가 높은 기사에게는 높은 일당을 지불할 가치가 있지만 숙련도가 낮은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고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숙련도가 낮은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작업속도가 느려 추가 수당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작업의 완성도가 떨어져 후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업계가 추산하는 요즘 일당기사의 평균 일당은 13만~15만원선.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을 포함해 10시간을 일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오후 7시부터는 연장근로에 야간근로까지 겹쳐 시급이 곱빼기로 불어난다.
간판업계에는 일당기사의 일당 산정에 대한 공식화된 계산법이 없다. 하지만 관례적으로 형성된 계산법이 있어 이를 따른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대부분의 일당기사들이 일당을 담합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계산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즘에는 숙련도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많이 제기되고 있다.
숙련도 낮은 일당기사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간판업소에서 6개월 정도만 일을 배우고 바로 일당기사로 나가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이유는 일당기사를 하게 되면 상시근로를 할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 그러다 보니 상시고용을 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1년도 채 안된 비숙련 기사들이 일당기사로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일당기사는 “한 사업장에 고용돼 일하게 되면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거기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며 “하지만 일당직의 경우 근무한 시간을 따져 급여를 받는데 누가 한 곳에서 일하고 싶겠냐”고 말했다.
업계는 상시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지만 희망자가 없어 진퇴양난의 상태다. 때문에 일당기사에 대한 불만이 많아도 일당기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급여계산은 어떤 식?
일당기사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게 되면 지불되는 일당은 평균 15만원선이라고 한다. (지난해 13만원에서 2만원이 오른 것인데 여전히 13만원을 받는 기사도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약간 낮을 수 있다) 이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더하게 되면 하루분이 추가돼 일당이 배로 뛰게 된다. 이어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 연장되면 하루분이 또 추가된다. 같은 방식으로 새벽 6시까지 계속 연장해서 일을 하면 4일치 일당 60만원에 이른다는 것.
지방에 가서 일을 하게 되면 계산은 또 달라진다. 3만원 정도를 추가 지불해야 하므로 일평균 급여 15만원이라고 할 때 여기에 3만원을 더해 일일 급여는 18만원이 된다.
일당기사들의 입장은
일당기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기 일쑤이며 기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결코 높은 임금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신 간판업계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작단가 하락으로 꼽는다. 간판의 단가 하락으로 마진을 남기려면 인건비나 자재비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불만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인건비를 낮추려고 4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 하도록 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고. 이럴 경우 작업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을 하게 되면 ‘일당×4’가 되는 것은 맞는 계산이지만 이는 산술적인 계산일 뿐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일당기사들도 곤란한 입장이다.
결국 제작업계나 일당기사 모두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대안은 없는가
제작업계의 근본적인 불만은 숙련도가 낮은 기사들에 대한 대우문제로 향한다. 숙련의 정도를 가릴 수 있는 등급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기사의 등급을 A부터 E까지 단계적으로 나누어 숙련도가 높은 기사에게는 보다 높은 일당을, 낮은 등급의 기사에게는 보다 낮은 일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주장한다. 이렇게 하려면 숙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전문 시공 자격증과 숙련정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정기시험 등의 제도적 장치를 예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A급 기사는 일당이 비싸기 때문에 고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자격증을 사고 파는 식의 편법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간판업계에서 품앗이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간판 제작업체끼리 공동체를 만들어 일이 없는 날은 일이 있는 곳에 가서 도와주는 형태다.
이는 과거에는 많이 있었던 사례이며 현재도 일부 지방에서는 남아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품앗이를 하든, 기사 등급제가 생기든 해결책이 생겨 깊어가는 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치솟기만 하는 일당으로 인한 고민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