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를 공급하고도 수금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장기 미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현재 업계에는 “지금까지 못 받은 돈 다 받으면 재벌이 될 정도”라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을 정도다.
자재유통업체 N사 관계자는 “한 업체로부터 3천만원을 7년 넘게 못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B사 관계자는 “3년 넘게 천만원을 못 받고 있는데 수금하러가면 20만원씩 준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미수관행은 업계의 고질병인데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겹치면서 업계를 옥죄는 족쇄가 되고 있다.
현재 자재유통업계의 매출 회수율은 절반을 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재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이 4억이었는데 1억 5천만원 뿐이 회수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실사소재공급사 D업체 역시 “올 상반기에 대기업 간판 교체에 네 차례나 납품했는데 현재까지 수금된 게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자재유통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유통업을 정리하고 다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같이 서서히 자재유통업을 아예 그만두거나 또는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자재 단가마저 바닥을 치고 있어 업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재단가가 하락하면서 마진 폭이 줄어들어 연일 적자신세다.
한 자재유통업체 관계자는 “미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게 마진율 하락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진율 하락은 대형자재 유통업체가 덤핑을 치거나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촉발된 것.
D사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재 단가를 낮춰 타 업체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자금을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형유통업체들은 반짝 돈 벌어 사라지면 그만이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업계에 도미노처럼 번져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다량으로 유입되는 것도 골칫거리다. A사 관계자는 “소비자들 ‘무조건 값싼’ 물건만 원한다”며 “국산은 가격경쟁에 밀려 더 이상 들여놓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중에 유통되는 자재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저가 상품의 유입은 업계의 마진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산 제조업체의 부도를 초래하는 등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몰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자재 단가 하락에 한 몫하고 있다. 아크릴 가공업체 C사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가격이 오픈되니까 업계 전반에 단가 하락을 가져온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업계는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수 업체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려 업계간 공유를 하기도 하며, 거래를 하기 전에 계약금의 일부를 받고 납품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당장 자금 회전을 위해 블랙 업체와 거리를 재개하는가 하면 계약금을 적게 받고도 납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돼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결국 영세업체가 정리되고 업계에 새로운 자재유통업 지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난항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