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물’에 달린 옥외 광고판일지라도 국가가 뒤늦게 이를 철거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무허가 건물을 빌려 갈빗집을 운영하며 옥외 간판을 단 김 모(42)씨가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옥외광고물 설치를 허가했음에도 뒤늦게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영등포구청이 이를 취소했다’며 낸 행정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법에 따르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때’ 광고물 등의 설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데 이는 표시허가를 신청함에 있어서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된 사실을 알려 행정청의 판단을 그르치게 함으로써 허가할 사항이 아닌 광고물에 대해 허가를 받아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건물이 무허가건물인지 여부는 피고가 허가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일 뿐 원고가 이를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무허가건물임을) 고지하지 않은 채 허가신청서에 사실 그대로를 기재하고 필요서류를 첨부한 것을 가리켜 허위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1997년 서울 영등포구 소재 무허가 건물을 임차해 갈비집을 차렸다. 이후 영등포구청에 옥외광고판 설치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해오던 중 2005년 11월 허가 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모르고 연장 허가를 받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김씨는 과태료를 납부한 뒤 무허가 건물임을 고지하지 않은 채 해당 건물의 주소를 기입하는 등 허가신청서를 사실대로 기재했고, 영등포구청은 이를 허가했다.
2006년 9월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안 구청 측은 ‘간판이 설치된 건물이 무허가 건물인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허가를 받은 행위는 위법하다’며 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