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08.01.02 12:55

서울 버스외부광고 입찰, 거품 확연히 빠졌다

  • 이정은 기자 | 139호 | 2008-01-02 | 조회수 5,686 Copy Link 인기
  • 5,686
    0
1차 18건 유찰 이어 재입찰에서도 유찰 ‘도미노’
개찰이 진행된 버스조합 회의실 전경. 지난해에 비해 열기가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로, 입찰
참가시보다 입찰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온 매체사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연말 옥외광고 대행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꼽혀온 서울 시내버스 외부광고 물량이 드디어 나왔다.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버스조합)은 지난 12월 5일 공고를 통해 올해 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중간에 계약이 해지된 42개사 4,799대에 대한 광고 대행권을 입찰에 부쳤다.
입찰을 앞두고 업계에는 한때 모 업체가 외국계 펀드를 동원해 대규모 선투자를 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조합에 제시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지만, 결국 입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운수회사별 최고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버스조합은 12월 5일부터 12일 오후 2시까지 입찰서 제출을 받아 곧바로 개찰에 들어갔다.
입찰은 버스조합 회의실에서 입찰 참가사를 비롯해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온 매체사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연번대로 치러졌다.

◇15개사 물량 새주인 찾기 실패… 지난해 고가투찰 후유증 영향

이번 입찰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치러졌던 지난해 말 입찰과 비교해 보면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의 수도 많이 줄었고, 예년처럼 무리하게 투찰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계약만료로 3,300대를 손에서 놓게 되면서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서울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노선에만 투찰을 했고, 그나마도 예가미만으로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42개사 중 공항버스(76대), 범일운수(192대), 보광교통(72대), 보성운수(95대), 보영운수(83대), 삼화상운(120대), 서울교통네트웍(227대), 선일교통(71대), 세풍운수(126대), 신인운수(74대), 영안운수(69대), 제일여객(147대), 태릉교통(64대), 풍양운수(123대), 한남여객(205대), 한성여객(132대), 현대교통(79대) 등 17개사 1,955대 물량이 예가미만으로 유찰됐고, 번창운수 입찰은 응찰업체가 없어 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버스조합은 이들 18개사 물량을 18일 재입찰에 부쳤지만 보광교통, 보영운수, 제일여객을 제외한 나머지 15개사 물량은 또 다시 예가미만으로 유찰되며 새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이처럼 지난해 입찰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급반전된 이유는 고가투찰의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 이번에 나온 물량 가운데 계약만료로 시장에 나온 서울신문 3,300대와 국민일보에스피넷 800대를 제외한 700대 가까운 물량은 지난해 사업권을 따갔던 승보, 광인, 국전이 반납한 물량으로, 이들 메이저 매체사들은 의욕적으로 버스외부광고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사업권을 손에서 놓았다.
노선별 양극화가 심한데다 초고가 입찰의 후유증으로 장사는 잘해도 남는 게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올 한해 버스외부광고시장의 상황은 많이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올 한해 버스광고시장의 적자액이 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낙찰가 상승이 업계 전체에 부담을 지우는 상황에 이르면서 무리한 투찰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때문에 낙찰가 거품도 상당부분 제거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75만원으로 최고 입찰가를 기록한 도선여객은 58만 7,022원으로 낙찰됐다.

◇서울신문 14개사 1,796대 확보하며 ‘선방’

이번 입찰에서 단연 관심을 모은 것은 버스외부광고시장의 터주대감이자 입찰물량 4,799대 가운데 3,300대를 손에서 놓게 된 서울신문의 행보였다. 서울신문은 예상대로 매체확보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1차 입찰에서는 연번 39~42번을 제외한 38개 운수회사 입찰에 모두 응찰했고, 유찰된 물량을 대상으로 치러진 재입찰에도 번창운수를 제외한 17개 입찰에 투찰을 했다.
서울신문이 이번 입찰에서 확보한 물량은 대흥교통(47대), 도선여객(142대), 도원교통(78대), 메트로버스(141대), 북부운수(190대), 서울승합(163대), 송파상운(86대), 신성교통(117대), 신흥기업(149대), 중부운수(157대), 진아교통(86대), 한서교통(86대), 한성운수(209대), 흥안운수(145대) 등 14개 운수회사의 1,796대. 권역별 노선을 무리하지 않은 선의 금액으로 골고루 확보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신문과 버스외부광고시장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국민일보에스피넷은 이번에 800대 물량을 놓았는데, 다모아자동차와 대성운수 2개사 입찰에만 참여하는 의외의 행보를 보였다. 외형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갔다고 볼 수 있는데, 다모아자동차 128대를 61만 5,000원이라는 높은 금액으로 따갔다.
국민일보에스피넷의 관계자는 “확보하고 있는 강남노선이 있어 강남노선의 추가확보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신 북부와 남부를 아우르는 노선이 필요해 다모아자동차 입찰에 과감하게 투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번 입찰에서는 전홍, 인풍, 지아웃도어, 오성기획, 굿컴애드커뮤니케이션 등이 두드러지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남성교통을 확보하며 버스외부광고시장에 진출한 전홍은 올해도 13개사 입찰에 참여하는 과감한 베팅을 했지만, 동성교통 165대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인풍은 12일 입찰에서 6개사에 응찰해 경성여객 75대, 대성운수 75대를, 18일 재입찰에서는 5개사에 응찰해 보영운수 83대, 제일여객 147대를 추가로 낙찰 받으며 총 380대를 확보했다.
지아웃도어는 지투알의 자회사로, 이번 입찰에서 차점자로 이름을 여러 번 올리며 이목을 끌었다. 지아웃도어는 12일 입찰에서 17개사에 응찰하는 과감한 베팅을 했지만 번번히 서울신문에 밀려 8개사 입찰에서 차점자를 기록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아웃도어는 이날 한국BRT자동차 188대를 확보한데 이어 재입찰에서 보광교통 72대를 추가로 수주했다. 

◇전략적 투찰 분위기… 업계, “예가 높다” 한 목소리

이번 버스입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예년처럼 일단 따고 보자는 식에서 벗어나 매체사별로 필요한 노선에 전략적으로 투찰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가투찰의 후유증을 겪은 만큼 ‘묻지마 응찰’ 대신 합리적으로 입찰에 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체사들이 지난해 경험으로 고가입찰로 A+급 물량을 단일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며 “A급, B급, C급 물량을 골고루 확보해 패키지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전략적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입증한 입찰이 보광교통의 사례다. 보광교통은 비인기 노선으로 취급되는 상황이지만, 매체사들이 취약한 노선을 보강하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한 케이스다. 1차 입찰에서는 비록 예가미만으로 유찰됐지만 재입찰에서는 서울신문, 지아웃도어, 인풍, 오성기획이 경합을 벌여 지아웃도어가 30만 6,000원에 사업권을 땄다.
예가미만 유찰 사태가 속출한 이번 입찰을 두고 업계에서는 “전체적으로 예가가 너무 높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재입찰까지 실시하고도 15개 운수회사 1,696대는 결국 새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는데, 이는 버스조합과 업계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교통네트웍의 경우는 버스조합과 매체사간의 예가 차이가 심해 주간선으로는 유일하게 유찰된 케이스로, 향후 수의계약으로 가게 되면 업체간 수주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입찰결과는 내년 버스광고시장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고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내년 광고단가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느냐, 인상되느냐 하는 대목인데, 거품이 많이 빠진 이번 입찰의 영향이 광고료 인상의 발목을 잡게 되면 단가 문제로 버스광고에 등을 돌렸던 광고주의 재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적정단가로 낙찰이 돼 버스외부광고시장이 안정되면 광고주들이 예년보다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1_copy4.gif

 2_copy15.gif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