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 기자 | 139호 | 2008-01-02 | 조회수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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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사업 및 기업마케팅으로 공공디자인 추진 잇따라
최근 일고 있는 공공디자인 열풍이 지자체에 이어 기업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공공디자인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광고대행사, 광고물 제작업계,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을 사업에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공공공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옥외광고업계에 그 파장이 크게 미치고 있다.
◆광고대행사… 공공디자인 전담조직 구성
광고문화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광고대행사들이 공공디자인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그 선봉대가 LG애드와 제일기획으로 공공디자인 전담팀을 설치하고 공공디자인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광고대행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의 불어닥친 공공디자인 열풍에 발맞추면서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됨에 따라 시류를 재빨히 간파해 수용, 한 발 앞서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광고라는 한정된 범주에서 나아가 공공디자인을 담는 그릇인 옥외공간에서 펼쳐지는 모든 구성물들을 대상으로 시야를 확장,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성을 체감한 데 따른 것.
LG애드는 공공디자인의 활성화 흐름을 미리 감지하고 지난해 11월 공공디자인팀을 설치했다. 광고 이외의 분야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프로모션본부 ‘Pro M’ 내에 공공디자인이란 타이틀을 건 전담팀을 구성했다. 공공디자인팀은 같은 본부 내 기존의 도시마케팅팀과 긴밀한 연계를 갖고 업무를 추진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공간개발팀이나 PR팀과도 협력해 나가게 된다.
LG애드 ProM본부 공공디자인팀 이준 팀장은 “공공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인 사업전략임을 캐치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1년 전 전담팀을 만들었다”며 “아마도 광고대행사로서는 첫 시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공공디자인이 주요 업무지만 사기업을 대상으로 할 경우, 건물 경관조명, 외관 수퍼그래픽, 신축건물의 상징조형물에 대해 담당한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파주 교하지구 유비파크의 홍보관 및 주변경관 조성 작업은 LG애드가 공공디자인사업의 첫 단추를 꿴 사례. 프로모션본부 내 다른 팀과 같이 진행해 전적으로 공공디자인에 관여하지는 못했지만 공공디자인사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징적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는 것이 이준 팀장의 설명. 이번 여수엑스포를 유치하는 데에도 기여, 유치위원회와 파트너가 돼 실사단 방문행사 및 심포지엄 기획 등을 지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 구역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조경, 조명, 스트리트 퍼니처, 옥외매체 등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것.
이준 팀장은 “이제 시작이므로 작은 것부터 출발하겠다”며 “CI나 BI, 사인에서 조명, 조경, 스트리트 퍼니처, 옥외매체, 색채계획 등 마스터플랜으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초기단계이므로 당장의 수익보다는 업무적 실적을 쌓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공공디자인팀을 신설하는 광고대행사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일기획은 최근 공공디자인 전담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 기존에 전시 및 홍보관 프로젝트 등 공간을 마케팅 툴(tool)로 응용작업을 담당했던 스페이스팀에 공공디자인 영역이 추가됐다. 스페이스팀은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프로모션팀과 긴밀히 연계돼 운영된다. 하지만 이전부터 삼성기업 차원에서 단지개발 및 신도시계획 등의 복합화사업을 통해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시도했었고 그동안에도 공공디자인과 관련한 일이 있을 때마다 수행하는 등 조금씩 싹을 터 왔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청사 증축공사 현장에 서울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아트 펜스의 디자인 작업을 맡았었다. 제일기획은 지역, 도시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마스터플랜을 통해 공공디자인을 실현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제일기획 스페이스팀 김재산 수석 팀장은 “광고대행사는 세상을 꿰뚫는 안목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때문에 트렌드를 읽고 컨셉트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트렌드에 부합하고 경쟁력 있는 컨셉트를 불어 넣은 공공디자인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목적, 타깃, 메시지 이 세 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트렌드와 컨셉트로 승부하는 광고대행사는 마스터플랜 수립에도 강점이 있다”며 “그것이 대행사로서 공공디자인을 하는 데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광고물제작업계… 협동조합 결성
공공디자인 바람은 광고물 제작업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얼마 전 서울·경인 지역의 47개 광고물 제작업체들이 공공디자인사업을 위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업규모가 점점 축소돼 간판만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건축, 쓰레기통, 버스쉘터 등 거리의 모든 구성요소들을 포괄하는 공공디자인이라는 훨씬 큰 영역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것. 기존 조합으로는 한계를 절감해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고 기존의 업역은 지키면서 공공디자인이란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 협동조합은 처음에 ‘서울·경인 공공디자인협동조합’이란 이름이었으나 현재는 명패를 바꿔달아야 하는 상황.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단체에는 ‘공공디자인’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으며 지역개념까지 포함돼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명칭을 변경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기업… 기업 마케팅과 사회기여 동시 추구
민간기업들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창출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공공디자인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것. 하나은행은 공공디자인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나은행은 건물 및 주변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설치미술을 활용해 공간을 재창조함으로써 아트를 통한 도시문화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본점 건물을 초록색 리본으로 래핑하거나 모래시계로 형상화 하는 등 건축물 자체를 예술작품화하고, 거리 미술관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옥상빌보드에 미술작품을 접목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공공디자인을 직접적인 사업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면서 홍보를 극대화시켜 결국은 이윤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공익기여를 함께 추구함으로써 사회환원의 의무도 수행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더욱 상승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 사기업에 공공의 개념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지만 기업 스스로 자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사 홍보 마케팅에 공공디자인 컨셉트를 반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에 기여하는 옥외광고물 만들어야
옥외광고업계도 시대변화를 수용해야 할 시점이다. 간판이나 현수막 등 단순 광고물의 개념에서 벗어나 옥외공간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며 여기에 공공디자인 개념을 반영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한양대 윤종영 교수는 “옥외광고는 공공 카테고리의 한 부분으로 공공매체에 속한다”며 “옥외광고시장을 큰 틀에서 바라보고 공공공간과 공공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공공이 공유하는 공간에 설치되는 옥외광고는 반드시 공익성과 연계해 생각해야 하며 공익성에 기여하는 광고물을 만들어 업계 스스로 파이를 키워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LG애드는 지난해 10월 개관한 파주 교하지구 유비파크의 홍보관과 주변경관을 조성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말 서울시청 증축공사 현장에 서울의 다양한 이미지와 시정홍보 문구를 표출한 높이 8m, 길이 178m의 아트펜스를 설치했다.
<내가 생각하는 ‘공공디자인’>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중요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조화에 중점 둬야
LG애드 ProM본부 공공디자인팀 이준 팀장
OOH비즈팀과 옥외광고 관련 작업을 같이 해오면서 공공디자인은 새로 만들어 더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과감하게 빼는 것이 더 우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교통표지판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난립된 옥외광고물에 가려져 잘 식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난잡한 요소를 먼저 제거한 후 디자인 및 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공디자인이라 함은 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느끼지는 못하지만 결국은 계획된 연출로 잘 짜여진 디자인을 통해 인간이 사는 환경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인위적이기보다는 서로가 조화돼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우리나라는 디자인 의식 수준이 너무 낮은데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이너가 우수한 디자인을 마음껏 창출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력있는 조명디자이너 육성 절실
기술만이 아니라 훌륭한 연출능력 갖춰야
제일기획 스페이스팀 김재산 수석 팀장
공공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경관조명이다. 2002년 월드컵 때부터 경관조명 바람이 불기 시작해 지금은 매우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너무 경쟁적으로 하다 보니시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LED 대세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오히려 경관조명이 또 하나의 공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적정 장소에 적절하게 경관조명을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관조명이 공해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조명디자이너의 육성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조명에 디자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해외의 경우 조명 디자이너의 역할을 중시하고 그 수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려 하지,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는 별로 연구하지 않는다. 단지 불만 화려하게 밝히는 것이 아니라 빛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연출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