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139호 | 2008-01-21 | 조회수 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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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스펙제품 판권 특정업체에만 부여… 배제된 대리점들 “불공정행위” 발끈
새롭게 바뀌는 농협 중앙회 간판 시스템의 디자인 시안.
플렉스 점두사인 제작도면. 블록아웃필름, 자기정화필름(초친수필름)이 가격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중가보다 훨씬 비싸고 공급마저 제때 안돼” 제작업체들도 강력 반발
간판업계의 올해 마지막 대규모 물량인 농협간판 교체사업과 관련, 일부 소재를 둘러싸고 ‘독과점’ 논란이 제기돼 연말 업계가 떠들썩하다. 농협 간판용 소재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플렉스와 시트류의 공급권과 가격을 놓고 제작업체들과 일부 유통업체들이 공급사측에 반발,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전국의 중앙회 지점 1,038개 간판을 교체하기 위해 제작 및 시공을 담당할 업체 35개사를 경쟁입찰로 선정, 최근 교체에 착수했다.
간판용 소재는 스펙사양으로 입찰 때 사전 제시됐다. 그런데 소재중 단일 스펙품목인 LG화학의 제품 공급권을 L사 등 소수 특정업체가 독차지하고, 가격마저 동종의 기존 제품보다 비싸 제작업체 및 유통업체들로부터 독과점 주장과 함께 ‘바가지가격’ ‘폭리’ ‘불공정거래’ 등 거센 비난과 반발이 일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존의 거래관행 및 업계에 나도는 소문들을 근거로 사업을 둘러싼 로비설과 특혜설 등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특정업체 독과점 논란
농협 간판에 사용되는 소재는 필름 4종, 조명기 4종, 폴리카보네이트 1종 등 모두 9종. 이 가운데 조명기 4종과 폴리카보네이트 1종은 2~3개 복수업체 제품이 스펙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가장 비중이 큰 플렉스와 시트 등 필름 4종은 LG화학 제품이 단일 스펙품목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LG화학이 제품 공급처를 4개 대리점 업체로 한정하고 공급처별로 제작업체 35개를 일일이 지정해 준데서 불거졌다. 지정에서 소외된 대리점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4개 업체 중에서도 서울의 L사에 절반 이상 공급권을 부여함으로써 특히 서울지역 대리점 업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또한 제작업체들의 경우 구매 선택권을 완전히 빼앗긴 셈이어서 반발의 강도가 대리점 업체들보다 더하다. LG화학은 소재에 농협용 마크를 별도로 표시, 4개 지정 업체에만 공급하고 농협은 제작업체들에 LG화학측이 확인한 소재납품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른 대리점 업체가 끼어들거나 이미 시중에 공급된 동종 제품이 사용될 소지를 원천 차단한 것. 제작업체들의 구매선택 여지도 전혀 없어진 것이다. 한 제작업체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한 지정 유통업체에 주문을 했더니 지정받은 제작업체가 아니어서 판매할 수 없다고 하더라” 면서 “4개 업체에만 공급권을 준 것도 모자라 제작업체까지 할당하는 방식으로 특정업체에 사실상의 독점권을 준 것으로 이는 불공정 행위다”고 말했다.
■ 바가지 가격 논란
독과점 논란 뿐아니라 바가지 가격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제품은 블록아웃 시트와 초친수 필름. 다른 대리점들이 판매하는 동종의 두 품목은 m당 13,000원 정도인데 농협용 공급가는 15,000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조명용 시트도 기존 판매가가 9,500원인데 반해 11,000원으로 15%정도 비싼 수준이라는 것. 때문에 제작업체들은 그동안 대기업 간판용 스펙제품들의 가격이 시중가보다 높은 경우가 없었다며 항변하고 있다.
제작업체들은 특히 다른 소재들에 대해서는 공동구매를 추진해서 가격을 낮췄는데 LG화학 제품만은 부르는게 값이라며 볼멘소리다. 한 제작업체 관계자는 “LG화학에 공동구매를 전제로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농협 간판용으로 특별히 품질을 높였기 때문에 가격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해 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 공급 차질 논란
그런가 하면 제품의 공급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작업체들의 불만과 원성이 더욱 거세다. 공급 차질은 전국 거의 모든 제작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일찍 구매에 나선 업체들은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했지만 뒤늦게 구매에 나선 업체들은 소재를 못구해 애를 태우고 있다. 때문에 당초 제시된 마감시한 12월 26일까지 제작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이같은 제작일정 차질은 곧바로 제작업체들의 손실로 연결되고 있다.
한 제작업체 관계자는 “전화로 납품을 독촉했으나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지방 현장에 파견한 인력을 할 수 없이 철수시켰고 그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자재부족 때문에 10%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이미 10일 정도가 날아가 앞으로 풀로 가동해도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측은 소재가격의 경우 입찰 때 고지를 했는데 제작업체들이 출혈경쟁으로 나중에 마진이 줄자 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급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공급권을 따는데 기여한 특판 대리점에 독점적인 공급권을 부여하는 것은 회사의 정책으로 이번 경우 L사에 독점권을 줘야 하지만 농협의 교체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방 대리점들에 공급권을 나눠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농협 관계자는 “제작업체들이 가격문제로 불만은 없고 다만 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어서 불만이라는 얘기는 들었다”면서 “공급과 가격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