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141호 | 2008-01-24 | 조회수 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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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서울시 잇따른 간판 규제책에 업계 ‘술렁’
“현실 무시한 처사” “또다른 획일화 조장” 등 불만 축소·규제 일변도에 “사업 어떻게 하라고” 짙은 한숨도
경기도와 서울시가 간판의 크기와 수량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이어서 제작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4일 발표한 ‘옥외광고물 표시 가이드라인’은 ‘1업소 1간판’을 원칙으로 신축건물에서는 간판 게시틀 설치를 의무화하고 원색 계열 색채의 과다사용을 금지했다. 세로형 간판 및 창문이용 광고 금지, 판류형 가로간판 금지, 채널간판 권장 등이 주요내용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10일 옥외광고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옥외광고물 정책 설명회에서 ‘간판 가이드라인’ 안을 발표했다. 경기도보다는 규제의 폭이 덜하지만 서울시의 안 역시 규격제한과 표시면적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로형 간판은 개별업소에 대해 원칙적으로 설치를 금지하고, 폭 20m 이상인 도로변의 건물에 대해 가로형 간판은 가로 길이를 업소 길이의 80% 이내로 제한하고 세로 길이는 0.8m 이내로 줄이도록 했다. 돌출형 간판은 3m 이내 크기로 하고, 지주형 간판 역시 5개 업소 이상인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크기도 높이 5m 이내, 한 면의 면적을 5㎡ 이내로 제한했다. 업계는 난립한 간판을 정비해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크기와 수를 줄이는 규제 일변도일뿐더러 평면형 간판을 금지하고 채널간판을 권장하는 정책이 오히려 또 다른 획일화와 몰개성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기간에 일방적인 규제를 통해 간판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의성을 강조한다면서 시에서 내놓은 정책을 보면 획일성을 조장하는 내용 투성이”라며 “광고와 간판에 내재된 ‘자율성’이라는 부분을 간과한 채 관의 잣대로 단기간에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규제를 해서 간판을 뜯어고친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정책 설명회에 참석한 한 제작업체 대표는 “설명회때 외국 사례를 많이 거론하던데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런 부분을 서울시가 간과하고 있는 것같다”면서 “평면형 간판을 금지하고 채널간판을 권장하는 것은 종로나 청계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간판의 몰개성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채널간판이 플렉스간판보다 더 깔끔하다는 보장은 없다. 판류형 간판도 계획적으로 설치하면 오히려 더 깔끔할 수 있다. 문제는 플렉스 자체가 아니라 플렉스간판을 건물에 덕지덕지 붙여 미관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채널간판 위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업계는 현재의 간판 문화와 실정을 감안한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지금의 간판 문제가 사이즈 줄이고 채널간판으로 바꿔 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오히려 간판의 색상, 소재 등의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도시미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무경험이 없는 이론가인 공무원이나 교수들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큰 문제”라며 “해당 당사자인 업계와 광고주인 시민들과 합의점을 찾고 실무자들을 참여시켜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편으로 축소 지향, 규제 일변도의 정책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의 지자체 정책은 평면형 광고물 및 점멸광고 규제도 강화하고 있어 플렉스, 네온 등 해당산업의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줄이고 없애고, 간판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니 설 자리가 없다”며 “지자체 간판정비로 업계에 수혜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업체에 국한된 얘기이고 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업체들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광고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뾰족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