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 기자 | 142호 | 2008-02-11 | 조회수 3,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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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공디자인 사업은 학교 리모델링에 초점 맞출 것”
지자체들 디자인사업 ‘과잉디자인’으로 흐르는 경향… 예산낭비 원인
지난해 공공디자인 붐을 조성했던 문광부는 올해 이를 더욱 확산시키는 한편 옥외광고, 경관 등 도시 외관에 관련된 모든 영역은 물론 산업디자인 영역까지 소관업무로 흡수하겠다고 선언, 기존 소관부처들과의 불협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무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민호 공간문화팀장을 만나 문광부의 올 한해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민호 팀장
- 새 정부 출범으로 공간문화와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공디자인은 전국적으로 붐이 일고 있다. 관련 정책 및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지자체들이 관련 일들을 잘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 올해 추진할 디자인정책의 기본 방향은. ▲종합 디자인정책인 ‘디자인코리아 2020’을 바탕으로 추진한다. ‘디자인코리아 2020’은 디자인 정책이 문화관광부로 일원화돼서 디자인을 문화적으로 해석하고,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면서 디자인 교육을 강화하고 디자인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광부 내에 디자인정책국을 신설할 방침이다.
- 지난해의 공공디자인 사업 성과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 제고가 큰 성과다. 공공디자인 엑스포가 큰 역할을 했다. 행사가 있는지 몰라서 참가하지 못한 디자인업체가 많았다. 올해는 2배로 규모를 넓혀 행사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참가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 올해는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가. ▲공공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학교 리모델링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다. 학교는 인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공간인데 우리 학교의 현주소는 너무 삭막해서 병영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사람은 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교 공간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전주의 양지중학교를 모델로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라 책정돼 있는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혁명적 프로젝트라고 해도 좋다.
- ‘공공디자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계류 중인 법안보다는 새 정부의 디자인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디자인기본법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산업디자인진흥법과 공공디자인법이 적절히 조정돼야 한다. 이는 산업디자인진흥법이 문광부로 이관돼야 한다는 뜻이다.
- 최근 한 언론매체에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문광부 이관 추진을 언급했는데. ▲현재 행자부가 맡고 있는 옥외광고 업무는 문광부로 이관돼야 한다. 2000년 1월 정부조직법에 광고는 문광부 소관이라고 명시됐다. 그에 따라 옥외광고물등관리법도 소관을 문광부로 옮겼어야 했다. 조직법은 그렇게 해놓고 소관을 따로 하니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오늘날 간판문화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문광부로의 이관에 대해서는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 2006년 국회 문광위 간판소위가 추진했던 대체법안 입법이 성사될 것이라는 뜻인가. ▲현재는 정체돼 있는 상태지만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이관문제와 맞물려 대체법안이 오는 6월 임시국회까지는 정리되리라고 생각한다. 이관을 확신하고 있다. 며칠 전 옥외광고협회가 대통령직인수위 홈페이지에 문광부로 오겠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 또한 한층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요즘 지자체들이 한창 진행하고 있는 간판정비 사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간판은 관에서 주도하면 안 된다. 한 두 개 디자인업체가 어떻게 여러 상점의 디자인을 다 고민하겠는가. 상점주가 고민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간판사업이며 상점주로부터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좋은 사례가 삼청동의 간판들이다. 관은 지역의 특성, 상점 특성에 대한 큰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주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 서울시와 경기도의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간판의 수와 면적을 축소하는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간판을 크게, 많이 달고자 하면 상점주들의 출혈경쟁만 심화된다. 크기와 양으로 승부하는 출혈경쟁이 아니라 질적 경쟁을 해야 한다. 똑같이 1개 간판만 달도록 하는 공평한 조건에서 질적으로 어떻게 승부할 것인지를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난립한 간판문제를 해결하면서 간판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 지자체들의 도시 및 경관 디자인 전담부서 설치와 관련 조례 제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도시디자인 전담부서 신설은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과잉디자인으로 흐르는 경향이 농후하고 그럼으로써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좀 천천히 하자고 지자체에 말하고 있는데 잘못된 사례, 잘된 사례를 제시하려고 한다. 지금 다양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과 전문가 몇 명이 모여서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사업으로 밀어붙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도시에 반짝이를 달고 멀쩡한 것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생활의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게 공공디자인인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새로 예산을 편성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돈을 디자인적으로 쓰자는 것이다. 공공의 것을 디자인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초조해 하고 있는데 이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공공디자인이란 것이 길게 보고 천천히 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지자체들의 디자인위원회에도 공무원, 전문가 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참여시켜야 한다. 금천구가 모범 사례다.
- 경관법이 시행에 들어갔는데. ▲경관법 운영에 대한 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월 14일 공간디자인 및 경관계획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소관부처인 건교부가 자리하지 않았다. 건교부는 우리 소관 법인데 왜 다른 이들이 나서냐는 입장인데 비판의 소리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해법을 같이 모색해보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공공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내기 위해 같이 논의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