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상황이 그랬지만 특히 옥외광고업계에 있어 2007년은 중세 암흑기에 비견해도 될 정도로 어려웠다. 각종 규제로 인한 표현의 위축, 그에 따른 옥외광고 산업의 위축, 야립광고의 부재, 차량 및 건물 래핑에 대한 단속, 서울시에서 비롯된 행정현수막 없는 거리, 현수막 지정게시대 철거 등 온통 우울하기만 한 한해였다. 다행이 연말에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그나마 작은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2008년에는 시행령이 개정될 것이고, 이어 전국 지자체들이 조례를 개정할 것이다. 시행령과 조례가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느냐가 최근 5년여간 계속된 암울한 업계 분위기를 일소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옥외광고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 것인지, 아니면 우울한 암흑기를 더 연장할 것인지가 2008년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업계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시행령과 조례 개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많은 목소리가 나올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를 짚어본다.
첫째, 옥외광고센터가 주관하게 될 야립광고다. 야립광고는 빠르면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인데, 서두르되 문제로 지적되었던 점을 불식시키면서 업계가 환영할 수 있는 집행방법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독점과 특혜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옥외광고의 간판격인 야립광고가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옥외광고센터가 해줘야 할 것으로, 옥외광고의 과학적인 효과측정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간 과학적인 효과측정 시스템이 없었던 까닭에, 많은 옥외광고 매체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광고주로부터 외면받아 왔었다.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실사출력 업계의 당면과제인 차량광고 면적 제한과 건물래핑 규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차량광고의 면적제한 완화나 철폐, 건물래핑 광고 허용을 언급할 때면 정부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항상 “기존 광고물의 난립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공무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차량광고의 탁월한 효과와 효용성은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기존 광고물들의 난립상이 해결되기 전에는 어렵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광고물실명제를 통해 부정적인 부분은 통제하되 긍정적인 부분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풀어가면 될 것이라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허가절차인 디자인 심의과정을 통해 걸러주면 된다고 본다. 디자인 심의를 통해 허가하고, 실명제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무허가 광고물에 대해서는 가혹할이만큼 강한 제재를 가하면 될 것이다. 형식적인 소액의 과태료에 그치지 말고 영업정지, 거액의 과태료 등으로 범법욕구를 자제시키되, 상습적으로 범법을 일삼으며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3진아웃제를 도입해 아예 옥외광고분야에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옥외광고가 공공재로 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3진아웃제는 도입해볼만한 제도라고 감히 제안하는 바다.
셋째, 지정게시대의 철거 등 현수막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를 필두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행정현수막 없는 도시’는 제도에 구애받지 않던 행정광고물에 대한 자정 측면을 넘어 광고물 난립을 해소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행정관서는 현수막 외의 홍보 수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유일한 홍보수단이 지정게시대에 걸린 현수막이었는데, 이마저 못하게 하는 것은 생계수단을 막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불법 현수막을 조장하는 결과로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기존 현수막 지정게시대를 철거하고 LED 현수막게시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기존 게시대를 철거하지 않고 LED게시대를 시범운영하면서 장단점을 평가해보고 선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넷째, 옥외광고업 등록제 문제다. 등록제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법령에 명시된 광고물 종류에는 현수막도 있고 전단도 있다. 현수막을 만드는 실사출력업체는 광고물을 표시, 제조하는 업체이기에 옥외광고업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는 등록하지 않고 있다. 전단지 만드는 인쇄소들이 등록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등록제와 실명제는 광고물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모든 것이 일반 광고물에만 맞춰져 있다. 때문에 인쇄소와 출력업체가 관리될 수 있는 틀을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존 등록요건에 인쇄소와 실사출력업체에 맞는 자격기준을 새로 정하여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쇄소는 차치하고 실사출력업체만 해도 전국에 몇 개가 있는지 현황파악도 안되는 실정이다. 옥외광고업 등록을 하면 표시, 제작, 설치가 가능하지만 실사출력업 등록을 하면 표시, 제작까지만 가능하도록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실명제가 도입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실사출력업체의 등록기준 등을 시행령에 포함하여 우선 현황이라도 파악하자는 것이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가로형광고물에 관한 문제다. 현행 법령은 가로형광고물을 3층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4층 이상의 수많은 광고물은 모두 불법광고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고 새로 시행령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3층까지만 광고물을 허용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30년 전에는 대도시라 할지라도 도심을 제외하고는 보통 5층 미만 건물이 주를 이루었다. 따라서 5층을 기준으로 3층까지 광고물을 허용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오히려 설치장소가 남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현재는 어떤가. 상업지역에 15층짜리 상가전용 건물이 세워지고, 그 안에는 수백개 상점이 영업하고 있다. 이런 건물에 3층까지만 허용하고 나머지 층의 광고물을 모두 불법화하여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을 언제까지 부과할 것인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많이 언급되는 광고물 총량제를 좀 더 고려하고, 층별 고도에 따른 기준을 두어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 광고물 총량제와 현행 법에 기초하면서 층별 비율을 두는 방법, 예컨대 70%를 적용하여 10층 건물이면 7층까지, 15층이면 10층까지 가로형 광고물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겠다. 쾌적한 도시문화를 통해 국민들이 얻는 만족감이 더 클 것이기에 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옥외광고물을 규제하느냐, 아니면 옥외광고산업을 키우기 위해 도시문화의 한쪽 부분을 포기하느냐의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한다면 해답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위해 한쪽을 버려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양자가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옥외광고산업이 성장하면서 쾌적한 도시문화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함께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본다면 답은 찾아질 것이고, 그래서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