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업자·점포주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식변화 절실 광고물 문제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변화의 적기
옥외광고 업계의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한동안은 출혈경쟁 등 업계 내부가 문제였으나 이제는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 변경과 규제 강화가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규제와 지원이라는 양날의 칼을 빼든 채 옥외광고 업계에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회이자 위기다. 대변혁기에 처한 옥외광고를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우리 업계가 실천해야 할 것 10가지를 선정, 매월 1회씩 게재한다.
우리나라 간판문화의 현 주소를 대변하고 있는 대형 상가의 모습. 넘쳐나는 불법광고물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옥외광고시장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양호한 발전을 저해하는 등 산업발전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희망제작소와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좋은 간판상’ 수상작들. 도시미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간판 등 광고물에 대한 인식변화의 물꼬가 트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시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에 이어 새 정부에서는 도시미관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새로 그리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광주시, 구리시 등 공공디자인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까지 생겨났다.
도시미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간판 등 광고물이다. 도시의 인상을 결정하는 주된 시각적인 인상이 되기 때문에 광고물은 단순한 홍보수단의 개념을 넘어 도시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간판은 도심의 미관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흉물로 인식되고 있다. 간판이 도시의 흉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합법보다 불법적으로 설치된 광고물이 많기 때문이다.
허가나 신고를 거치지 않고 규격·수량을 초과한 불법간판, 불법광고물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어지러운 모습이 됐다. 굳이 통계자료를 내밀어보이지 않아도 불법이 합법보다 많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불법간판, 불법광고물의 문제는 비단 ‘도시미관’에만 그치지 않는다. 넘쳐나는 불법들은 합법의 설 자리를 잃게 할 뿐 아니라 옥외광고시장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열등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간판이나 광고물하면 연상되는 말이 ‘시각공해’이고, 없으면 없을수록 좋은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돼 버렸다. 산업 가치의 측면에서 불법광고물의 범람은 옥외광고시장의 양호한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산업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마이너스 효과가 훨씬 더 크다. 무엇보다 옥외광고산업이 쾌적한 도시문화를 창출하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면서 산업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실효성있는 법규 및 제도의 개선과 행정관리가 필요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낡은 법령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작업이 급선무인데, 특히 정책방향 결정에 있어 국내 간판문화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장 없어질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다 보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합법의 테두리가 좁기 때문에 불법의 영역이 넓어진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없애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은 고치고 앞으로 더욱 발전되는 방향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물 문제는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광고물과 관련된 제작업계, 점포주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식변화, 나아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판이 무조건 크고, 화려하고, 많다고 해서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각자 나름의 개성을 지니면서 매장의 특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간판이 보기에도 좋고 효과도 있다.
이같은 인식에 광고물을 만드는 제작업자, 점포주나 광고주, 건물주가 뜻을 같이 해야 한다. 광고업자는 ‘도시디자인’의 최첨병에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점포주와 광고주에게 양질의 좋은 광고물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점포주나 건물주 역시 ‘나 하나쯤이야’, ‘다른데도 다 하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합법적으로 설치된 보기 좋은 광고물이 늘어날 때 도시의 이미지도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고, 비로소 산업도 꽃필 수 있다.
도시미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간판 등 광고물에 대한 인식이 이제 막 비로소 물꼬를 텄다. 지금이 바로 옥외광고 문화와 업계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와 업계,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