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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18:30

(연중기획)옥외광고산업 발전을 위한 10대 아젠다 ③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자

  • 전희진 기자 | 145호 | 2008-03-25 | 조회수 2,951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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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디자인 간판, 다양한 소재와 응용력에서 나온다
관 주도 방식에서 탈피,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부산 광복로의 간판들은 ‘간판 박물관’이란 컨셉트로 점포 성격이 잘 드러나는 상징물을 활용하는 등 소재 및 디자인 다변화를 통해 참신함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커피포트 및 커피잔을 상징물로 활용해 일명 물탱크 소재로 알려진 FRP로 제작한 커피하우스의 돌출간판(왼쪽)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젓가락으로 집어 든 칼국수를 형상화한 간판(가운데). 투명 아크릴 소재의 반구 형태로 조명등을 형상화하고 불이 켜진 전구 이미지를 첨가한 조명업체의 가로형 간판(오른쪽)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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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30cm의 아주 작은 간판으로 낙관 작가의 작품을 이용한 상호명 전각을 활용한 서울 삼청동의 간판. 작지만 시인성이 좋고 레스토랑인 업종과도 잘 어울린다. 
 
관 주도 방식·규제 일변도 간판개선 탈피해야
점포주·제작자 및 디자이너에게 자율성과 다양성을   
 
디자인이 경쟁력인 사회다. 공공의 영역인 도시에도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도시미관을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꾸자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의 도시디자인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미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을 포함한 옥외광고물의 디자인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간판들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지자체들의 간판정비사업이 획일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답습하며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또한 점포주는 간판이 무조건 크고 화려해야 눈에 잘 띄고 광고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간판제작업체들은 이런 점포주의 기호에 따라 창의성을 가미하기 보다는 기존의 디자인들을 재활용하는 수준으로 간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디를 둘러봐도 ‘그 간판이 그 간판’이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하면 오히려 다행이다. 획일화된 간판정비사업의 주된 원인은 관 주도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다양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거론되는 곳이 청계천이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지역 고유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했고 청계천 이후 숱하게 벌여온 간판정비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다양성이 결여된 채 비슷한 색상, 똑같은 형태의 채널간판으로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간판 개선은 관에서 주도해서는 안 된다.

관은 지역성과 점포의 특성에 대해 큰 틀의 디자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한 두 개 디자인업체가 여러 점포의 간판디자인을 고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점포주 스스로가 고민하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디자인을 유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간판 개선사업이다.

부산 광복로 간판과 서울 삼청동 간판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지역색과 다양성을 잘 담아낸 좋은 간판의 본보기다.
여러 가지 소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특색있는 간판 디자인을 창출해냈다.

단, 간판 및 옥외광고물이 개별적인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해서 아름다운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질서를 부여해 건축물과 가로 등 도시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관을 조성해야 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창조적인 간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점포주와 간판제작자 모두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제작업계의 디자인 개발 능력 향상이 급선무다.

작은 간판, 소박한 간판도 개성있게 만들면 아름답고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간판이 될 수 있다는 의식 아래, 제작자는 독창적인 디자인에 대한 연구 및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더불어 도시 전체 혹은 지역 전체의 시스템 속에서 옥외광고물의 공간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건축물과의 조화, 간판 소재 및 조명의 이해, 관련 법규에 대한 지식 등 종합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춘 옥외광고물 토털 디자이너의 육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옥외광고물 디자인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 및 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옥외광고업체의 전문 디자이너 고용을 의무화하고 자격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디자인의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옥외광고물 개선과 관련, 관이 점점 더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염려스럽다. 이는 디자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처사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간판가이드라인도 한층 강력한 규제 중심으로 짜여져 각 업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시안이며 다양성을 너무 무시함으로써 또 다른 획일화를 조장할 수 있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특히 디자이너에게 표현의 자유는 필수적인 요소인데, ‘하지 마라’는 것이 너무 많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디자인툴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디자이너에게는 최악의 환경여건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소재와 응용의 ‘다양화’만이 차별화된 디자인 및 디자인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재 개발보다는 활용에 중점을 둬, 어떤 것도 간판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존의 소재들을 여러 방법으로 응용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한편으로, 강력한 규제가 해외 도시들의 옥외광고물 정책 기준을 여과 없이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는 데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도 싶다.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자주 꼽히는 곳이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는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옥외광고물에 시각적으로 자극이 적은 무채색을 적용했다.
다른 유럽의 선진 도시들도 나름대로의 지역성에 맞는 특색 있는 옥외광고물을 설치해 멋진 도시미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럽의 도시공간과는 다르다.

우리 고유의 사회적 환경, 문화와 가치 속에서 간판이 가지는 의미, 목적, 조건, 특징 등을 고려해 디자인돼야 한다.
무조건 외국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취사선택하는 분별력이 필요하며 우리의 광고문화 특성에 맞도록 변형·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옥외광고물이 흉물로 전락되지 않도록 아름답게 유지하려는 노력도 추가돼야 할 것이다.
규제가 곧 도시의 아름다움과 직결되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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