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되기를 애타게 고대해온 야립광고물, 즉 기금조성용 광고물을 놓고 옥외광고 업계에서 회의론이 급속히 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을 주관할 옥외광고센터가 마침내 문을 여는 시점에서 이 사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회의론을 넘어 거의 경계 수준으로 싸늘해지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야립광고물이 일제히 철거되면서 때맞춰 옥외광고업 전반이 침체되자 이는 업을 선도하는 상징매체의 부재 탓이 크다고 보고 야립광고물의 신속한 복원을 학수고대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옥외광고 사업환경이 크게 악화된데다 막상 야립 광고물의 새로운 근거가 될 법령의 내용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자 기대감이 실망과 우려로 급변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업참여 문호가 옥외광고업체 외로 확대돼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 경우 과거 지하철이나 버스의 경우처럼 무리한 투찰이 빚어지고 이것이 덤핑으로 이어져 옥외광고 매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하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 설치기준 제한과 매체력 저하 업계는 그동안 기금조성용 광고물의 설치기준을 정한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그대로 할 경우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대폭적인 완화를 요구해 왔다. 무엇보다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내부조명이 금지되고, 도로로부터의 이격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점을 새 야립광고 사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시행령안에 정해진 규격과 높이, 이격거리 등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야립을 설치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다. 기금 액수가 얼마냐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설치한 뒤 광고주에게 파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아무리 많아 봐야 100개를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나마 그런 자리들은 기존 야립업체들이 광고물이 철거된 뒤에도 임대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와 새로 참여하는 업체들은 사업권을 따도 자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주업체 한 관계자도 “규격과 높이는 몰라도 내부조명은 허용되고 이격거리도 좁혀져야 한다. 내부조명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 제작비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업계는 새로운 설치근거가 마련되는 동안 철골재를 비롯한 각종 자재값이 폭등, 제작비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이는 과거에 비해 사업자들의 커다란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야립 경험이 있는 한 업체 대표는 “전에 비해 제작비가 50%는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면서 “외부조명의 경우 도로로부터 광고물까지 전기를 끄는 추가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업성이 없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게다가 그동안 야립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쟁과 분쟁의 와중에 야립 하나만 있으면 삼대가 먹고 산다는 풍문이 나돌면서 토지 소유자들이 야립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식, 임대료를 턱없이 달라고 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면서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이 지주들만 좋은 일 시키지 않으려면 사업주체인 정부가 국공유지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광고주들 미온적 반응 업계가 새 야립광고 사업을 염두에 두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광고주들의 야립에 대한 선호도가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야립을 운영했던 업체의 한 임원은 “광고주들은 그동안 기금조성 자체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에 야립에 대해 일부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면서 “지난 1년여 동안 야립광고를 안하고도 별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를 한다. 야립광고 안하는데 익숙해진 광고주들의 관심과 광고 욕구를 다시 불러 일으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 광고주들의 야립에 대한 선호도 저하는 조만간 객관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협회는 과거 야립광고 집행경험이 있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사업성 전망, 일반법과의 차이점 및 문제점, 관심도 등을 묻는 조사인데 상당히 부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설문 결과를 밝히지 않아 아직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지만 광고주들은 설치기준, 조명방식, 기금사용 등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새로 야립이 세워질 경우 집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산 배정에 대한 질문에도 과거와 비슷하게 하겠다는 응답과 줄이겠다는 응답이 거의 절반씩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예산을 줄이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높은 광고단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0%정도나 되고 야립 뿐만 아니라 옥외광고 전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답한 광고주도 대략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주협회는 기관지 KAA저널을 통해 곧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그림의 떡’ 될라 조바심 회의론이 느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야립은 옥외광고의 꽃이기 때문에 너나없이 무리한 조건만 아니라면 확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군소 업체들은 야립에 대한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한계를 절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크든 작든 모든 업체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사업참여 자격과 사업자선정 방식이다. 사업참여 자격의 경우 문호를 옥외광고업계 밖으로까지 확대하면 정작 옥외광고 업체들은 그림의 떡을 쳐다만 보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고, 선정방식이 최고가입찰 등 무한경쟁 방식으로 갈 경우에도 약자인 중소업체들은 결국 같은 처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옥외광고대행사협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어느 정도 사업성을 보장하고, 사업참여 자격도 순수 옥외광고 대행업체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소 옥외업체 대표는 “새 야립사업은 무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엄청나다. 완전 오픈할 경우 업계에서 일반 대행사나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곳은 전홍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메이저 업체들에 의한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일반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군소 옥외광고 대행업체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광고주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최고가 입찰 방식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같다”면서 “당초의 취지가 좋아도 선정 방식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이 큰 만큼 뚜껑이 열리는 것을 보고 나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힘얻는 업계 단결론 한편 이처럼 새 야립광고 사업환경이 기대에 못미치고 그나마 참여 전망도 불투명하자 업계에서는 옥외광고 업계의 대동단결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한 대행업체 대표는 “업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사업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많은 업체들이 사업권을 확보해서 골고루 수혜를 누리는 것”이라면서 “야립이 한꺼번에 밀려 나오면 기존 옥외매체를 운영하는 모든 매체사들이 그에 따른 반사적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이제는 공동운명체의 입장에서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