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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7:28

규제 강화에도 불법간판들은 여전히‘활개’

  • 이승희 기자 | 150호 | 2008-06-10 | 조회수 3,370 Copy Link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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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는 꼼꼼, 단속은 허술’…법 지키려는 업자만 억울한 손해

지난해 10월 신규로 설치된 성동구의 한 식당 간판. 4차선 이상 도로변에 1업소 1간판을 부착하도록 한 당시 성동구의 고시 내용과 달리 7개의 간판이 버젓이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곳은 현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상업권역으로 분류돼 최대 2개의 간판만 허용된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간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간판들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 곳곳에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광고물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정작 가이드라인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해 줄만한 단속 행정력은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판 규제의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간판은 버젓이 부착되고 있으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기 전보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간판 제작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간판을 없애려고 만든 규제가 거꾸로 불법간판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규제를 담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유명무실한 규제만 늘어가고 있는 꼴이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허가절차를 밟아 적법한 간판을 설치하려는 제작업자들이다. 법을 지키려다 되려 손해를 보는 사례가 허다하다. 
#사례1=성동구의 간판 제작업자 A씨는 얼마전 한 식당으로부터 간판 제작을 의뢰받았다. 간판을 설치할 해당 지역은 업소당 간판 수량을 1개로 제한하고 규격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A씨는 점포주에게 해당지역의 가이드라인에 적합한 형태의 간판 설계를 제안했다. 그러나 점포주는 ‘간판 한 개 가지고 되겠느냐’, ‘그래갖고 장사가 되겠느냐’며 규격을 상회하는 크기의 간판을 여러개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적법한 간판을 부착하자고 계속 권유했고, 이에 본인의 의도대로 처리를 안해준다고 생각한 점포주는 제작 의뢰를 철회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며칠 후 A씨는 그 식당앞을 지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식당에는 7개의 대형 간판이 버젓이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사례2=강동구의 B씨는 한 부동산중개소로부터 간판 제작을 의뢰받았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의 규정에 적법하게 요건을 갖춰 간판 시안을 제작했다. 다행히 점포주는 불법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가 통과가 걸림돌이었다.
해당구 담당자는 ‘색상의 채도를 2, 3도 더 낮춰라’, ‘글자 크기가 2cm 초과한다’ 등 지적사항을 얘기하며 계속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B씨가 간판 하나 허가받기 위해 구에 출입한 것만 5차례. 까다로운 규제에 간판 부착이 지연되자 점포주는 결국 다른 업자에게 제작을 맡겼다.
이런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제작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A씨는 “법을 지키려다 영업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업자가 점포주가 원하는대로 불법적인 간판을 부착해 놓은 걸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전했다.
B씨는 “허가받으러 다니다가 다른 일도 못하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기준에 적합하게 했는데도 허가를 안내주면 어떡하란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규제 강화가 불법 간판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적법하게 간판을 설치해왔던 업자들 가운데 영업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불법 간판을 설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새벽이나 야간 등 단속의 눈을 피해 불법 간판을 설치하는 천태만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허가받기 어려워서 차라리 불법간판을 달고 말겠다”며 “귀찮은 절차 안밟아도 되고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에 있는 규제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훨씬 강한 규제는 결국 규제 회피를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간판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이제 서울 전역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뒤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불법광고물을 단속할 인력보강 계획도 없이 규제책만 마련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보다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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