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 기자 | 151호 | 2008-06-24 | 조회수 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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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공공시설물 경관조명 제재 나서
고유가 파동으로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절감 대책을 내놓으면서 야간 경관조명의 점등시간을 단축하거나 소등을 결정했다.
야간 경관조명으로 불 밝힌 한강다리의 모습. 서울시는 시내 가로등 2개 중 1개 정도를 소등하고 한강교량의 경관조명 점등시간도 3시간 단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대책을 발표했다.
전남 목포시 유달산의 경관조명.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목포시도 유달산과 고하도, 삼학도 등의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경관조명등을 끄거나 주말에만 부분적으로 불을 밝힐 계획이다.
요즘 고유가 파동으로 나라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초고유가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물가상승과 주식시장 하락세 등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국내 시장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고유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고육지책으로 에너지 절감 대책들을 발표하면서 이 불똥이 경관조명 시장에도 튀었다. 점등시간을 단축하거나 소등하는 등 야간 경관조명의 축소를 결정, 아름다운 도시미관과 지역경제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 붐이 일고 있던 경관조명 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은 아닌가 조명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고유가 위기… 야간 경관조명 꺼라 최근 서울시의회는 한강다리와 공공건물의 야간 경관조명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시에 야간조명을 축소하는 등 고유가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으며, 이에 서울시는 지난 6월 19일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대책안에 따르면, 서울시내 가로등 2개 중 1개 정도를 소등하고 한강교량(22개 다리, 1만 9,957개 등)의 경관조명 점등시간도 3시간 단축한다. 황홀한 ‘빛의 도시’를 연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전남 목포시의 야간 경관 조명도 꺼진다. 목포시는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유달산과 고하도, 여객선터미널, 삼학도, 영산호 하구언 등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경관조명등을 끄거나 주말에만 부분적으로 불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관등을 일시에 끌 경우, 관광객 반발 등 혼란이 예상돼 일단 켜는 시간을 평일과 주말에는 각각 1시간을 단축·운영하고 전기요금 부담이 10% 이상 늘 경우 조명등을 모두 끄기로 했다. 2005년부터 총 70억원을 들여 고하도와 평화광장 등 시내 일원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한 후, 목포의 야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늘었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우선 조명 시간을 단축하고 가로등 격등제도 함께 실시할 계획이다. 경북 경주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사적지의 야간 경관조명도 꺼진다. 시가 2003년부터 15억 5,000만원을 들여 1,000여개의 조명등을 설치한 주요 사적지는 관광객들과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에너지 절약을 위해 경관조명등을 가동하지 않거나 주말에만 부분적으로 불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범지역과 시내지역을 제외한 도로의 가로등도 기존 새벽까지에서 자정까지로 점등 시간을 단축한다.
울산시도 공공기관의 경관조명을 조기 소등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고, 경북 구미시는 오후 11시 이후 경관조명이나 네온사인의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작년과 비교해 5% 감축을 목표로 에너지 총량제를 확대 실시키로 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큰 예산을 투입해 공을 들여 경관조명을 조성했는데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관광객들도 줄어들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역할… 제재 일변도 옳지 않아 정부 및 지자체들이 우선 공공시설물의 야간 경관조명에 메스를 댔지만 좀 더 강력한 에너지 절감 정책을 펼칠 경우, 상업시설물에까지도 손이 뻗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명업계는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관조명 시장 전체의 위축과 함께 경관사업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운 입장이다. 경관조명 시장은 지금까지 계속 발전돼 왔으나 이번의 국제적인 상황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사안을 감안할 때, 향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앞으로의 경관조명 시장 전망도 걱정이지만 에너지 절감 정책 자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시설물의 경관조명을 먼저 제재의 타깃으로 한 것은 관(官)이 에너지 낭비를 자행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란 것. 조명업체 C사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경관조명을 활발하게 설치해왔다는 점에서 날아올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말했다. L사 관계자는 “한 마디로 ‘쇼’다. 관의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에너지 절약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행정”이라고 실소를 터뜨렸다. 또한 일각에서는 관의 에너지 절감 대책이 근시안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관조명은 전기료가 많이 들지도 않고 특히 요즘은 전력 절감 효과가 우수한 LED를 대부분 적용하고 있어 비용이나 전력 소비 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당장 몇 푼 아끼겠다는 생각은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고 경관조명 조성으로 인해 활성화될 수 있는 관광산업과 그에 따른 도시 및 국가 경쟁력 제고를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선에서 도시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한 시청 공무원은 “전기료도 별로 안 나오는데 경관조명 소등하고 몇 천만원 아껴서 그 몇 배의 관광수익을 포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조명업체 관계자도 작은 것을 아끼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고유가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소비까지 위축되면 어떻게 되겠냐”며 “소비를 자극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야간 경관조명이고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살리기 등 경관조명의 상업성을 반영한 에너지 절감 대책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관조명이라고 전부 안 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절제된 조명을 연출해 상업적인 부분도 살리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너무 번쩍거리고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절제미를 추구한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방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