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51호 | 2008-06-24 | 조회수 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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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어려움… 제살깎기 저가경쟁 전업종으로 확산 사업환경 악화 구조적… 수출 등 차별화로 활로 찾아야
고공 상승을 계속중인 원자재 가격과 환율 인상, 여기에 더해지는 정부와 지자체들의 잇따른 규제 강화…. 퇴로없는 어려움에 봉착한 옥외광고 업계에 또다시 극심한 저가경쟁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각종 소자재와 반제품은 물론이고 완제품과 장비 등 업계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품목들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경쟁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이미 시장이 형성돼 성숙기에 접어든 분야건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시장이건 가리지 않고 업계 전반에 걸쳐 이같은 저가경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거의 제살깎기 수준의 무차별적인 가격 후려치기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가격경쟁이 한계상황에 다다른 실사출력 분야의 경우 단순 가격경쟁을 넘어 제살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했으며, 이제 막 전문업종으로 닻을 올린 채널업계도 실사출력 업계가 10년동안 밟은 전철을 5년도 안되는 기간에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하향 가격곡선을 계속 그어온 LED는 올들어 2,000원대가 무너졌으며, 10원 미만의 마진을 남기는 유통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강화, 원자재가 상승 및 환율인상 등 여러 가지 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내수가 극도로 위축돼 업계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실사출력·채널 분야, 원자재가 상승에도 판매단가는 하락 실사출력의 경우 플렉스 출력단가가 이미 지난해 ㎡당 만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현수막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채널의 경우 불과 2~3년 전의 가격에 대비할때 올해는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 이밖에 프레임이나 스카시 등 조각사인물도 대부분의 단가가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원자재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복합적인 여건 탓으로 내수가 극도로 침체되고 그에 따라 사인시장의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업계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단가를 내려야 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
◆ LED·트림 등 일부 소재는 하락… 일부는 소폭 인상 소재를 제조·판매하는 업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LED나 트림과 같이 원자재가의 상승과는 상관없이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는 소재가 있는가 하면, 단가를 올린다손치더라도 역마진을 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소폭 인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LED 모듈의 가격을 보면 5~6년 전에 비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하고 올들어 2,000원대 이하로 추락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최악의 경우 모듈당 10원대 마진을 남기기도 한다고 한다. 트림 역시 수입가격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판매가는 뚝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만원대를 호가하던 한 수입트림의 가격이 최근 4만원선으로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취급 업체간 시장점유 경쟁에 감정적 대립까지 겹친 결과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동안 트림 시장은 국산 및 중국산 등 저가형 트림이 5만원에서 9만원선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고가로 인식돼온 J트림이 4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려가면서 트림 시장에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물론 가격인상이 이뤄지는 분야도 있다. 실사 소재의 경우 그동안 원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체감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데다 비수기까지 겹쳐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왔던 상황. 그러나 마진율이 거의 마지노선에 근접,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않고는 더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3월부터 단가인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및 유로화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는 3M, 에이버리, 맥택 등 메이저 수입사가 1/4분기에 가격을 10~20% 정도 인상했다. 이어 지난 5월 윌텍, 가야, 잉크테크, 페이퍼코리아, 필켐 등 국내 제조사들 역시 10%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이밖에 채널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철 등도 평균 25~30% 상승했으나 광확산 폴리카보네이트 등 판재류는 여전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장비도 판매가 하락… 수입상들 어려움 가중 장비 제조·유통사 역시 저가경쟁의 수렁에 빠졌다. 아크릴 및 채널사인 가공 장비인 CNC조각기와 레이저 커팅기의 경우 중국산 저가장비의 국내 유입과 입체간판 붐으로 인한 공급사의 급증, 플라즈마라는 경쟁 장비의 등장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최근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00만원 이하의 CNC조각기가 등장했는가 하면, 역시 출력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억대를 호가하던 레이저 커팅기도 억대 이하의 가격대로 진입했다. 특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부 금속 소재를 가공해주던 레이저 커팅기는 금속절단 전용으로 등장한 플라즈마에 밀리면서 지지부진한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실사출력 장비도 마찬가지다. 단가경쟁이 극심한데다 계절적인 비수기 요인까지 겹치면서 판매실적이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달러와 엔화, 유로화의 동시 강세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 업체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대비 대략 20~30%의 원가상승이 있었는데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을 올리기는커녕 도리어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전체적인 매출도 줄고 있고 수익성까지 악화돼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 과당경쟁 지양하고 차별화 방안 모색해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더이상의 극단적인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가 및 환율상승, 내수위축, 규제강화 등 외부의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업계 내부의 화합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만 이를 다시 올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돼 가격이 일반에 공개되고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국내로 다량 유입되는 등 사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경쟁은 피할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규제일변도의 간판 규제책으로 인해 시장이 축소되면서 업체들의 가격경쟁은 불가항력이 돼버렸다는 것. 가격을 조정하는 등 내부 해결책을 찾기보다 스스로 경쟁력있는 품목을 만들어 내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요즘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고 해외시장을 조사중”이라며 “이제는 우리 업종도 시장의 환경이 크게 바뀐 점을 인정, 시야를 넓혀 보다 거시적인 경쟁의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