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끝난 청계천 간판정비를 둘러싸고 요즘 서울 간판업계에 거센 회오리가 일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개된 청계천 간판정비는 서울시가 실무작업을 옥외광고협회 서울지부(당시 지부장 이한필)에 맡기고, 지부는 정비구역을 25개로 쪼개 각 지회에 맡겨 진행한 공공사업. 그런데 구로지회의 경우 지회장 업체가 일은 안했음에도 공사예산의 절반 이상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다른 지회들의 경우 회원들에게 사업 참여를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구로지회는 공문발송이 없었고 지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하청업체 공사비가 깎였지만 기금이 지회로 들어오지 않은 사실도 밝혀져 지회가 발칵 뒤집혔다. 구로지회 회원 20여명은 지난 7월 17일 관내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개최, 대책을 논의하고 이용직 지회장을 거세게 성토했다. 회원들은 이 지회장이 자신이 운영중인 지엔미디어를 포함한 4개사를 청계천간판 공사업체로 서울시에 보고했지만 지회에 할당된 물량 전체를 지엔미디어가 독식, 억대의 이익을 챙겼으며, 특히 지엔미디어는 일을 직접 하지 않고 물량 전체를 헐값에 하청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은 또 서울시에 보고된 일부 업체는 그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공사를 하청주면서 당초 제시금액에서 10% 정도를 지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삭감하고는 이를 지회에 내놓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은 올해 새로 추진되고 있는 창조길 간판정비 사업의 경우 이 지회장이 회원들에게는 사업성이 없으니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은 구청을 자주 드나들면서 참여를 추진, 또다시 독식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회원은 “이 지회장은 연초 월례회때 창조길은 서울시나 구의 지원금이 전혀 없다. 사업성이 없으니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런데 5월 30일 구청 교육때 창조길 사업물량이 280개나 되고 개당 150만원이 지원된다는 사실을 회원들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회원들은 지회장을 불신, 청계천 사업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서 예산의 규모와 하청관계, 지회발전기금 등의 진상을 알게 됐다는 것. 회의내용을 종합하면 회원들은 이후 열린 월례회때 이 지회장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깎은 하청금액을 지회에 돌려줄 것과 지회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 일단 1,700만원을 받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회원들이 공증을 요구하고 이 지회장이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고, 그러다 일시불 1,200만원에 다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행이 늦어지자 회원들은 7월 10일 지회장 해임총회를 위한 서명에 돌입했고, 그러자 이 지회장은 사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운영위원들을 자신의 업체로 불러놓고 사임서를 작성하면서 다시는 청계천 사업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연서명 각서를 요구, 수석부지회장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아냈다. 1주일 동안은 사임서를 오픈하지 말고 보류할 것도 요구했다. 한 운영위원은 이 지회장이 그 외에도 만약 재론하면 법적으로 하겠다. 지금 준비중인데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도 가했다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청계천 사업 문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만간 약속한 발전기금을 다 낼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지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파문은 소문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간판 제작업계, 특히 협회 조직을 중심으로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 당시 내부마찰이 일었던 지회가 여럿 있고 일부는 구로지회와 비슷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자칫 간판게이트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업체선정을 어떻게 했나. ▲서울지부에서 지회로 통보가 왔다. 회사별로 자격업체 기준을 적용, 4개 업체 추천하라고 해서 종업원 3인 이상인 업체를 골라 사장들에게 연락하고 추천했다.
-S사는 명단에 올라간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는데. ▲얘기를 했다. 그런데 동의서를 못받겠다면서 포기를 한 것이다.
-청계천 사업을 회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월례회의때 얘기했다. 회의록이 있다. 그런데 신청이 없었다.
-그래서 지엔미디어만 선정했나. ▲선정한 것 아니고 지부에서 능력껏 하라고 했다. 작업을 빨리빨리 하라고 몰아가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W사하고 같이 했는데 동의서 받기 어렵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공사비 규모가 3억400만원 맞나. ▲기억이 잘 안난다. -계약된 금액을 결제할 때 지회 발전기금을 공제했다는데. ▲공제하지 않았다. 결제하면서 200인가를 기금으로 해서 2005년 지회에 발전기금 500만원을 냈다.
-기금으로 1,700만원을 내기로 하지 않았나. ▲지회에 회비 미납으로 인한 가수금 등 적자가 있어 그것을 포함해서 내겠다 했는데 회원들이 금액을 오해한 것이다. -나중에 일시불 1,200만원으로 합의하지 않았나. ▲우선 200만원 내고 미수금 받아서 중순때 내기로 했는데 없어서 못냈다. 조만간 다 내겠다.
-구청에서 돈이 지엔미디어로 들어왔나. ▲일한 사람 통장으로 들어왔다. 더이상 통화 어려우니 다음에 하자.
(해설) 3년 전 일 왜 지금 문제되나 지회장 업체가 일 안하고 3억 공사비의 절반 챙긴 사실 뒤늦게 돌출 회원들, 새 간판정비사업 앞두고 “청계천 일 되풀이 막자” 적극 나서
청계천 간판정비 사업은 끝난지 3년도 안됐지만 간판업계에서는 한참 전의 과거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몇 가지 사실들이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새로 추진중인 간판정비 사업이 계기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회장이 이 사업을 다시 독식하려 한다고 의심을 품은 회원들이 청계천 사업을 되짚어 보고 자신들이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비밀들을 발견해 냈기 때문이다. 비밀 속에 발전기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회장에게 요구하면서 구로지회 내부문제를 넘어 외부로 표출되게 됐다. 구로지회에 할당된 청계천 사업비는 동평화시장 및 청평화시장 간판 100개에 3억 400만원. 그런데 전체를 맡아 공사한 W사가 받은 돈은 1억 4,600만원뿐이다. 1억 5,8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W사는 처음 지회장과 얘기된 금액은 1억 6,000만원대였으나 나중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지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감액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1억 6,000만원이 전체 예산이라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W사 관계자는 “이 지회장이 4개 업체가 서울시에 올라가 있지만 일은 공장이 있는 업체에서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W사는 구로지회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 공사를 진행했다. 계약서상의 ‘갑’은 ‘구로구지회장 이용직’. 그런데 공사비는 지회장이 운영하는 (주)지엔미디어로부터 입금되고 세금계산서도 이 회사와 끊었다. 이 지회장은 구청에서 어디로 공사비가 입금됐느냐고 묻자 “실제로 일을 한 업체로 입금됐다”고 말했다. 지회 발전기금에 대해서도 “(공사비를)결제하면서 200만원인가를 받아서 지회에 500만원을 냈다”고 밝혔다.
구로지회가 (주)지엔미디어를 선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정한 것이 아니고 서울지부에서 능력껏 하라고 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결국 구로지회가 진행한 청계천 간판정비 사업은 서울시 예산으로 진행됐음에도 사전에 보고된 업체, 실제로 공사를 한 업체, 사후에 공사를 한 것으로 보고되어 대금을 타낸 업체가 제각각인 희한한 사업이 돼 버렸다. W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구청에서 일을 받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하청일이 돼버렸다”면서 “이익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