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유적·자연에서 市 대표色 120개 추출 이달 말 견본집 1000부 관공서·업체·가정에 배포 아파트·주택·축사 등 외벽에 칠하면 주위와 조화 ''규제'' 아닌 ''권고''로 자연스럽게 미관 정비 최근 전국 시·군들은 '간판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도심 미관을 해치는 각종 옥외 광고물에 대해 간판 개수와 사이즈, 글씨 크기와 서체(書體) 등을 제한하는 규제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군이 손도 못 댄 영역이 있다. 저마다 화려함을 추구하며 '도시의 캔버스'를 어지럽게 물들이는 주범, 바로 건물 외벽에 칠하는 색(色)이다.
유적지·자연에서 '남양주 표준色' 추출
남양주시는 전국 최초로 자연 경관에서 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120색을 추출, '남양주시 표준색 견본' 가이드라인을 1000개 제작했다. 이달 말 관공서와 학교, 간판 제작업체에 우선 배포되며, 인터넷 접수를 통해 일반 가정도 받아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작은 책갈피만한 이 수첩엔 향후 수십 년간 남양주시의 도시 경관을 개선할 '비밀'이 숨어 있다.
남양주시는 작년부터 다산 정약용 생가, 홍유릉, 광릉, 모란공원 등 관내 유적지와 자연 경관에서 색을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총 120개의 색깔을 '남양주시 기조색'으로 삼았다. 120가지 색깔에는 시(市)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무 색이나 골라 건물 외벽이나 아파트 등에 사용하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도록 고안됐다.
120색은 최근 각광 받는 색채 기준인 'NSC(Natural Color Sys tem) 1950' 중에서 선별했으며, 보편적인 활용을 위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색채 기준인 먼셀(Mun sell) 방식에 따라 색상·명도·채도를 표기해 놓았다. 가이드라인 발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상장소 문화생활 공간화 사업'의 일환으로 5500만원을 지원했다.
남양주시는 공장과 동·식물 관련 시설 지붕을 위해서도 15가지 색깔을 제시했다.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시설에 주변과 동화하는 색을 입혀,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양주시는 앞서 상가 간판과 현수막 등 옥외광고물에도 60가지 권장색을 선정, 105개 관내 광고물 제작 업체에 CD를 배포했다. 업체들은 이 권장색에 따라 간판과 광고물을 제작하게 된다.
아파트도 색채·로고·동수 표기 규제
왜 색깔이 문제일까. 곳곳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 중인 남양주에선 아파트마다 '튀는' 색을 입혀 두드러지게 보이려는 경쟁이 한창이다. 도농동의 한 아파트는 아예 외벽에 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도시디자인과 디자인계획팀 이순덕 팀장은 이런 현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한다.
"간판이 '크기'를 지향한다면 색은 '화려함'을 추구하며 끝없이 증식하죠. 결국에는 보는 이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들 뿐,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 효과는 결국 감소하게 됩니다."
남양주시는 작년 말부터 도농·호평·가운·지금·진접 일대 아파트들의 외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외벽 색상에 통일성이 없고 일부 건설업체 로고가 지나치게 부각돼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남양주시는 표준색 견본과 별도로 지난달 말 '아파트 색채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외벽 색깔의 명도·채도와 아파트 로고·동수 규격 등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예정이며, 그 수위를 놓고 막바지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규제 아닌 자율적인 개선"
창의성과 자율성을 무시한 지나친 규제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순덕 팀장은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지은 지 오래 된 아파트들은 대개 입주자들이 돈을 걷어 외벽을 새로 칠하게 되는데, 색깔을 선정하기 위한 용역 비용만 200만~300만원이 들기 때문에 용역을 생략하고 아무 색이나 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공장과 축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시 디자인 선진국' 일본의 경우 아파트 동수를 표기하지 않는 대신, 진입로에 정확한 표지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양주시는 아파트 가이드라인은 건설업체들을 참여시키고,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은 광고 업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