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08.09.09 16:14

2008 지자체 간판정비사업 현장을 가다 ⑦ 서울시 강동구

  • 이승희 기자 | 156호 | 2008-09-09 | 조회수 3,385 Copy Link 인기
  • 3,385
    0
올 봄에 정비된 길동 화훼단지의 정비 전(왼쪽)과 후(오른쪽) 모습. 사업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했다.
 
382.jpg
4차선 대로변의 대부분이 구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정비됐다.
 
383.jpg
‘디자인 서울거리’ 사업 대상지인 천호대로의 광고물도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간판이 일부 정비된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의 모습. 
 
특정 구역 아닌 ‘구 전역’이 간판 개선의 대상
무조건적 지원은 ‘지양’… 자발적 정비 유도에 총력
강력한 규제에 대한 반발… 비난 화살 쏟아지기도 
 
전국에 ‘도시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곳곳에서 간판정비사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들 간판정비사업은 대부분 일정 구간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돼 형평성의 논란에 부딪히기도 하며,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사업 형식을 띄고 있어 ‘퍼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일률적인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 강동구가 바로 그곳. 강동구는 일정 구간이 아닌 구 전역을 간판 정비의 대상지로 보고 강력한 행정력을 토대로 지역 간판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불법광고물 정비에 최우선 주력
구의 간판 문화 개선의 초점은 예산 지원을 통한 간판시범가로사업이 아닌 난립돼 있는 기존의 불법광고물을 비우고 정리하는데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정 구역을 리뉴얼하는 것보다 방치돼 있는 불법광고물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구는 이를 위해 특정구역지정고시를 통한 광고물 규제를 강화하고,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광고물 정비를 유도하고 있다.
우선 4차선 도로변이 있는 천호대로·풍납로 등 13개 노선에 대해 2007년 4월 11일 업소당 표시할 수 있는 간판 총수량을 2개로 제한하고, 건물의 2, 3층에는 입체형 광고물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구역고시를 지정했다.
이 고시는 신규 및 연장 허가(신고) 간판에 적용되며, 2007년 4월 11일 이전에 설치된 광고물 중 지난해에 표시기간을 연장한 것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해 올해말까지 표시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가이드라인이 고시된 올 4월을 기점으로 한 광고물 정비 기준도 마련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실시된 구의 고시 이후에 설치된 광고물에 대해서는 1회에 한해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해 2013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한편, 구는 내년까지 2차선 도로변 간판 정비를 실시할 계획이며, 2010년까지 이면도로 및 뒷골목 정비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단계적으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
구는 이같은 단계적인 계획 수립과 함께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전방위적인 광고물 개선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광고물 심의다.
강동구의 광고물 심의는 까다로운 편이다. ‘강동구에서 통과된 광고물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무난히 합격할 수준’이라고 입소문이 날 정도로 철처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작업 종사자들은 구가 준비해 놓은 도안 기준에 맞춰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며, 지극히 일부라도 미관에 저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심의에 통과하기가 어렵다.

심의가 까다로운만큼 회의를 여는 빈도수도 높다. 본심의는 한달에 두 번, 소심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열고 있으며, 시행령에는 어긋나지만 심의위원도 최대 구성 인원인 9인을 훌쩍 넘은 17인으로 조직돼 있다.
구 관계자는 “심의가 까다로운만큼 자주 발생하는 민원에 대비해 구성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신규 건축물 허가 당시 광고물 설치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사전허가제나 광고물 제작업체, 전화번호, 허가번호 등을 광고물에 표시하는 광고물 실명제도 타 지자체보다 앞서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구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신규 광고물에 대해서 ‘문서 뿐인 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행정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독 까다로운 구의 광고물 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왜 다른 구에서는 되는데 강동구에서는 안되는 거냐”,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비난을 받기가 일쑤며, 끊임없는 민원 행렬에 실무 담당자들 역시 지치곤 한다.
그러나 실무 담당자들은 ‘강력한 규제없이는 변화도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변화의 바람 불어

이같은 강동구의 정책적, 제도적 장치는 거리 곳곳의 간판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4차선 대로변의 불법 간판은 대부분 규정에 적합한 간판으로 정비가 됐으며, 현수막 등 유동 광고물의 부착 사례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런가하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간판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길동구 화훼 단지의 간판 정비 사례가 바로 그것.
무분별하게 난립돼 있는 간판을 정비하고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LED 채널 간판으로 바꾸도록 유도했다. 대상 점포는 총 20곳으로 간판의 디자인만 구에서 지원해줬으며, 제작 및 교체 비용은 개별 점포주가 스스로 부담했다.
한편, 디자인 서울거리의 사업 구간인 천호대로도 변하고 있다. 사업구간은 천호사거리에서 산경빌딩에 이르는 617m 구간으로 약 300여개의 간판을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의 약 60개 간판을 교체한 상태. 특히, 디자인의 획일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사를 선정했다는 게 눈에 띈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홍익대 공공디자인센터와 예일토탈싸인이 일부 디자인을 맡았으며, 향후 다른 디자인사를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구는 개별 점포의 간판 교체비 전액 지원을 지양하고, 디자인비 50만원, 외관 마감비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강동구의 광고물 정책은 규제 일변도라는 이유로 때로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단기간 동안 간판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일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 반응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광고물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강동구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