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157호 | 2008-10-01 | 조회수 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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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가 이현령비현령식 광고심의로 구설수에 올랐는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형평성 논란이 최고가 입찰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광고주의 유사한 시안 두고 다른 잣대 적용 업계, “최고가 입찰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 지적
코엑스몰의 광고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코엑스가 형평성과 객관성이 없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광고심의로 구설과 함께 매체사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9월부터 코엑스몰 내 스탠드형 라이트박스에 게첨되고 있는 모 속옷 회사의 광고에서 비롯됐다. 코엑스몰의 다른 매체를 운용하고 있는 한 매체사는 지난해 10월 같은 브랜드의 속옷 광고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다가 ‘선정성’을 이유로 반려돼 광고를 붙이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이 광고는 속옷을 입은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가 두드러져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고, 해당 매체사는 모자이크 처리 등의 편집을 통해 광고를 게첨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코엑스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은 브랜드의 속옷 광고가 심의를 거쳐 버젓이 내걸리자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 파다하다. 2개의 광고가 똑같은 시안은 아니지만, 각각 속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것만 다를 뿐 속옷광고 특성상 모델이 똑같이 ‘노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성을 문제 삼는다면 어느 한쪽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속옷광고는 특성상 노출이 불가피하고 선정성을 공산품 규격처럼 딱부러지는 기준으로 재단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유사한 시안을 두고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코엑스 측은 이에 대해 “선정성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판단이나 사회통념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 당시로서는 판단할 때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고 이번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해서 통과를 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불거진 코엑스의 심의 형평성 문제가 올해 초 있었던 라이트박스 입찰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되는 탓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규매체로 설치된 라이트박스는 코엑스가 처음으로 입찰방식을 도입, 사업자를 선정한 매체로 입찰 당시 업계가 놀랄만한 높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졌었다. 사업권을 따간 업체로서는 어떻게든 매체를 잘 팔아서 수익을 내야 매체료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비싼 가격에 매체를 판 발주처 입장에서는 매체사의 요구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라이트박스를 운용하고 있는 매체사 관계자는 “고가낙찰이다 보니 우리가 남는 것도 아니고, 그런 와중에 겨우겨우 광고주를 만들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소연하며 이번 광고로 선정성,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빛이 역력했다. 한 매체사 관계자는 “코엑스에 속옷광고가 들어간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코엑스로서는 고가낙찰을 받은 매체사의 편의를 봐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모든 코엑스 내의 매체가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갈 경우 이번처럼 원칙에서 벗어나는 광고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엑스라는 공간은 전형적인 매체 중심의 지하철, 공항 같은 곳과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다”며 “창의성이 구현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메리트가 커 코엑스 매체가 각광을 받아온 상황에서 최고가 입찰에 따른 광고비 상승은 이같은 자유로운 광고환경을 저해하고 결국 지하철, 버스광고 시장의 선례처럼 코엑스몰 전체의 매체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본력 있는 업체가 매체 사용권을 따고 대기업이 광고를 독점하는 구조로 흘러갈 경우 중소 매체사와 중소 광고주는 설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결국 지금의 코엑스를 있게 한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코엑스만의 특징이었던 유연한 광고환경이라는 토양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논란과 문제제기는 특히 연말 대규모 입찰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