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60호 | 2008-11-17 | 조회수 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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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이어 고환율의 여파로 아크릴 업계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작년말부터 연이은 악재에 아크릴 업계 ‘비상’ 제조사·유통사 등 업계 전반 긴축 재정 돌입
작년말부터 올상반기까지 유가가 말썽이더니 이번엔 환율이 문제다. 국내 아크릴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국제 유가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크릴은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인데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이를 감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업체만이 올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의 소폭 인상을 실시했고, 대부분은 유가가 잠잠해질 때까지 시장을 관망하던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올 하반기들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 유가는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아크릴 업계를 또한번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환율은 지난 11월 들어 잠시 안정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10월 내내 하루가 머다하고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급기야는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이라는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아크릴 업계는 유가 안정 국면으로 인해 잠시 놓았던 고삐를 다시 바짝 조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수입상은 수입상대로 각자 나름대로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조사의 경우 수입한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고충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자재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원자재가 상승치를 가격에 반영해야 손해를 보지 않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아크릴 공급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최근에는 수입 아크릴과의 경쟁에서도 한발짝 밀려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을 인상한다면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의 공급 물량도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아크릴 시트의 주원료인 MMA, PMMA를 공급하던 기업 중 한 곳이 공급 물량을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 원료도 유통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아크릴 원료를 제조·공급하고 있는 기업은 딱 두군데 뿐이다. 두군데 중 한군데인 H사가 최근 PMMA의 상당 물량을 인조대리석을 제조하는 데 쏟아붓고 있는 것. 이는 업계의 원자재 공급 유동성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가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공급 물량까지 부족해짐으로써 또한번의 원자재가 상승 요인이 유발된 셈이다. 한 아크릴 제조사 관계자는 “이 업에 종사한 게 벌써 30년인데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며 “국내 아크릴 업계의 최대 위기”라고 표현했다.
수입 유통사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수입을 하더라도 대부분 결제 수단은 ‘달러’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하게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중단이 불가피하다. 만약 수입을 감행한다면 손해보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동안 상당수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업체는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입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지않은 업체들은 수입을 올스톱한 상황이다. 수입을 중단한 이들 업체의 경우 그동안의 거래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다량 확보해 놓은 대형 유통사로부터 아크릴을 공급받아 재유통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새롭게 아크릴 수입 유통에 뛰어들려고 준비했던 업체들도 주춤하고 있다. 올초 아크릴 수입을 결정했던 국내 한 대형유통사는 아크릴 수입을 잠정 보류 또는 무기한적으로 연기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상업 신용장 발급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의 자금 융통도 원활하지 않다. 가뜩이나 결제가 원활하지 않았던 시장인데 요즘은 미결제 사례가 종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게 업계의 전언. 공급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았다할지라도 마냥 쾌재를 부를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이 환율이 아크릴 업계 전반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크릴 제조연합회는 정기 모임을 갖고 당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역시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 등이 큰 쟁점이 됐는데, 경제 논리로 따진다면 아크릴 가격을 당연히 인상해야 할 상황이지만 불안한 소비 심리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은 가격을 동결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다수의 업체가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연말 행사 및 신제품 개발과 같은 보조 지출은 당분간 삼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아예 이미 회사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 업체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인원을 감축할 뿐 아니라 생산 규모도 점차 축소해나가는 분위기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 긴축 바람이 확산되면 앞으로 국내 아크릴 물량이 바닥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11월 들어서 환율 고공행진이 한풀 꺾여 업계는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