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08.12.03 13:57

한국디자인정책학회 연재 SP 칼럼 ⑥ 도시디자인의 문화적 접근

  • 편집국 | 161호 | 2008-12-03 | 조회수 2,970 Copy Link 인기
  • 2,970
    0
도시의 역사성·일상성에 기반한 내생적 발전모델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도시디자인
 
2008년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적인 도시디자인 붐이 한창이다. 현 정부의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위시하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 디자인 행정 로드맵과 디자인 기구 등과 연계한 도시의 공적영역에 대한 디자인 투자가 활발하다.
이는 21세기 사회다변화와 지역경쟁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 맞물려 디자인을 통한 쾌적한 도시환경과 차별화된 도시브랜드의 구축,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와 함께 그동안 사적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공적영역에서의 균형 잡힌 디자인 역량을 발휘해야할 때라는 관점에서도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살아있는 도시문화공간으로서의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아쉬움
이에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 비전의 일환으로 작년 말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를 시작으로 주변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2003년 이후 주차장과 풍물시장으로 활용되면서 안정성과 효용성, 도시미관의 측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했던 공간을 ‘인간중심의, 문화와 예술중심의 소프트 시티’라는 슬로건 하에 디자인 콤플렉스와 다목적 공원의 건설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 취지의 타당성이나 차후의 성공적인 활용에 대한 기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81년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국 근대체육사와 정치사의 살아있는 증인이었을 뿐 아니라 주변상권을 중심으로 대중의 일상적 이야기를 친밀하게 담아냈던 공간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여기서 우리는 도시디자인의 근본적인 성격과 방향을 다시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161_copy.jpg
대중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친밀하게 담아낸 공간이었던 동대문운동장.
 
도시디자인, 지속가능한 문화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본래 디자인이라는 것은 과거 통념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처럼 단순히 상품의 기능적, 상업적 효용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장식의 의미뿐 아니라 이를 영위하는 모든 이들의 개별적 취향과 선택을 약속하는 상징의 의미, 즉 총체적 삶의 문제와 긴밀하게 접합된 사유와 행동체계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발전해왔다.
따라서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란 이를 향유하는 소비자의 일상적 생활양식과 체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고 이것이 현대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의 감성적, 문화적 효용가치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역할이란 결국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되는 유기적 생활공동체로서의 도시환경개념을 바탕으로 그 시대의 사회, 문화상을 일상적 공간 속에서 실체화하여 집단과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밀도를 높임으로써 지속가능한 문화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일종의 사회 이념적 실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화적 도시디자인 접근은 급격하게 팽창하는 도시의 현안을 근시안적으로 해결하는데 급급했던 지금까지의 도시개발에 대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주택과 교통, 환경공해 등 대규모 도시기반시설의 무분별한 공급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기능성의 확충이라는 지상과제에 의해 외면당했던 바람직한 삶의 질을 보장하고자 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써 우리보다 일찍이 도시화를 경험한 구미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현상이다.
 
도시디자인의 실체적 결과, 과연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이에 과거 근대사적 문화단절에 이은 급격한 자본주의 산업화와 획일적인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도시민의 정체성과 도시적 삶의 의미를 상당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이제 문화를 통한 도시디자인으로의 접근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우리의 도시적 삶에 문화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문제는 그 의미와 방향성에 있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근현대사를 거치며 우리가 문화라고 부른 것의 실체는 많은 부분 정치와 경제의 논리에 의해 인위적으로 선택된 것이지 문화 자체의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를 일상과 괴리된 하나의 상품으로 오해하는 폐해를 오랜 기간 초래했던 것이다.
최근 우리의 도시디자인 역시 거의 모든 도시가 ‘첨단문화도시’, ‘환경문화도시’, ‘문화관광도시’, ‘창의문화도시’ 등의 다양한 슬로건을 통해 인간, 환경, 문화의 바람직한 소통과 융합을 실현한다는 취지로 접근되고 있으나 막상 그 실체적 결과가 보여지기 시작하는 현재, 과연 얼마나 그러한 취지에 충실히 부합하고 있느냐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첨단지향 논리에 의한 과거 개발주의의 재현은 아닌지 반성해 볼 시점
앞서 언급했듯이 도시디자인이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맞물려서 그 결과로서의 실체는 가장 일상적이며 구체적인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때로 지극히 비일상적이다.
이는 우리가 실천하고자 하는 도시디자인이 양적으로는 팽창되었을지언정 그 내용과 철학에 있어서는 일상적 상호작용을 통한 소통, 즉 문화의 깊이를 확보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의 산업적 부가가치 차원의 수요와 공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첨단지향의 논리에 의해 기존의 것을 미련 없이 허물고 지역 특성과 무관하게 들어서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초고층 건물과 랜드마크, 경쟁하듯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되고 일회적으로 소비되며 또 금세 폐기되는 지역 캐릭터와 로고들, 겉보기는 화려하나 지역민들의 일상적 향유를 유도하지 못하는 계층 차별적 시설물, 그리고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에 의해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간판의 교체나 맹목적으로 모방되는 선진도시의 지엽적인 사례 등이 그 지역민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과 형태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얼마나 지속적인 관심과 경쟁력을 유발할 수 있겠는가? 비록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세련되게 포장된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실상 과거 개발주의의 재현에 다름이 아닌 내용으로 도시의 역사성과 삶의 일상성을 또 한 번 훼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역민의 문화적 삶 우선시한 선진문화도시의 사례 시사점
 
162.jpg
오래된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독특한 지역적 분위기를 간직한 시장으로 재탄생, 뉴욕의 명소가 된 첼시마켓.
 
이런 관점에서 선진 문화도시들의 도시개발 양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래된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독특한 지역적 분위기를 간직한 시장으로 재탄생시킨 첼시마켓이나 쇠퇴한 기능과 불결함에 외면당했으나 상점과 레스토랑, 휴식시설을 연계하여 새로운 명소로 정비된 항구와 수산시장 등, 많은 이들이 선진문화도시의 하나로 칭하는 뉴욕의 사례들을 보면 살아있는 도시문화 공간으로서의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세련된 포장에 의한 관광객의 유도, 그에 따른 지역 활성화라는 피상적 수순을 의도하기에 앞서 일상에 실체적 주체로서 작용했던 지역민들의 문화적 삶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또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 기업, 주민이 함께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을 견지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도시디자인의 문화적 접근이 전통의 무분별한 고수나 복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오래된 도시는 오래된 대로, 새로운 도시는 새로운 대로 나름의 역사성과 일상성에 기반을 둔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에 자연스레 어울리는 삶의 방식, 즉 비가시적 시스템으로서의 내생적 발전모델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도시디자인이며 그것이 결국 대외적 경쟁력 확보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순재 한국디자인정책학회 책임연구원
soonjaeh@hotmail.com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