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몇몇 횡단보도 중간쯤에는 H보험사 상호를 새긴 사람 키만한 구조물이 양쪽에 놓여있다. 공식 명칭은 '횡단보도 안전표시등'이다. 밤에는 기둥 전체가 하얗게 빛나게 돼 차들에게 횡단보도가 있음을 알려준다. 서울시가 이 안전표시등이 불법이라며 없애기로 하자, 관리업체가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횡단보도 안전표시등을 도로교통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에서 광고 금지물로 간주해 사업자가 자진 정비하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횡단보도안전표시등은 1988년 등장해 지금은 마포·관악·강남·강서구 등 7개구에 모두 597개가 놓였고, 각각 H사 상호가 새겨져 있다. 한 광고업체가 H사로부터 연간 관리비를 받아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올림픽을 치를 때 교통안전시설물로 경찰에서 승인했지만, 2001년 11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개정돼 광고물표시 금지 물건이 됐다"고 말했다. 또 공식 점용허가 기간과 설치 승인기간도 지난 경우가 많고, 경찰도 신규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횡단보도 안전표시등에 대한 철거 방침을 확정한 뒤, 해당 업체 스스로 2개월 이내 없애도록 시간을 주어 안 치워간 안전표시등은 각 구청들로 하여금 강제집행토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시의 철거계획이 부당하다며 최근 마포·서대문·영등포·관악·송파 등 5개 구를 상대로 철거 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고,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철거가 중단된 상태다.
'광고주'격인 H사 관계자는 "법원 판단에 따르겠지만, 야간 교통사고를 막는 역할을 하는 시설물까지 없애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