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62호 | 2008-12-17 | 조회수 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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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시행 앞두고 실효성·시행방식 등 비난 거세져
시행전 허가받은 점포주는 실명 표시 위해 이중부담 스티커 부착 방식, 육안 구별도 어렵고 오히려 미관 훼손한다 지적도
오는 12월 22일 광고물 실명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광고물실명제는 시행령 개정안이 나왔을 때부터 실효성과 시행방식을 두고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시점인데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추진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우선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은 신규 광고물을 제외한 기존 광고물에 대한 처리방안이다. 행안부가 발표한 추진안에 따르면 12월 21일 이전에 허가·신고된 기존 광고물에 대해서는 내년 6월 22일까지 실명제 표시를 완료해야 하며, 지역여건상 전면 시행이 곤란한 경우 시군구 조례로 대상지역을 확대 적용해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물론 신규 광고물의 경우 허가 신고 당시 실명제 표시 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지지만 문제는 기존 광고물에 실명제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과 비용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실명제 표시 수단인 스티커 하나를 부착하기 위해 사다리나 로프, 심지어 초고층인 경우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광고물 실명제 시행 전에 간판 허가를 받은 점포주들은 합법적으로 광고물 설치하기 위해 치러야하는 통과의례를 완벽하게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실명제 표시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법을 준수한 시민들에게 이중 부담을 떠안기는 셈. 한 지자체 실무담당자는 “법은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되레 역행하고 있다”며 “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짐을 주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또 그는 “법을 수용해야 하는 점포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 비용을 지불해 스티커를 부착했는데 여전히 주변에는 불법간판이 난무하다면 그사람 입장에서 법을 지켜놓고도 허탈감이 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준법정신을 유도해야 할 법이 오히려 지금있는 준법자들마저 잠재적 불법자로 양산하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표시방식이다. 광고물 실명제 조례개정 표준안에 따르면 실명제 표시는 스티커 부착을 기본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규격은 가로, 세로 각각 5cm이며, 년도와 허가·신고 구분, 일련번호를 기입토록 했다. 물론 행안부에 따르면 이는 연구 용역을 토대로 만든 표준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옥외광고물 전수조사 및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전자적 방식을 추진중인 지자체는 개별 광고물에 전자태그나 바코드 등 인식표를 부착하는 경우 실명제 표시방법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각 지자체의 재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상의 한계로 스티커형으로 추진하는 지자체가 대다수일텐데 스티커의 내구성이 얼마나 갈지 의문이며, 육안으로 해당 지자체에서 배부한 스티커가 맞는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옥외에 설치돼 있는 간판이기 때문에 당연히 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많아 스티커가 제대로 붙지도 않을 뿐더러 부착했다 하더라도 비나 눈 등 기후조건에 따라 스티커가 훼손돼 오히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높은 곳에 부착된 간판의 스티커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을테니 위조 스티커를 활용할 수 있는것 아니냐”며 “실효성없는 법은 왜 자꾸 남발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채널사인을 비롯한 입체사인에 대해서는 간판 측면에 해당하는 벽면에 부착하도록 돼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미관을 훼손할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며, 쓸데없는 예산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실명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지금이라도 실명제를 중단하거나 혹은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과거에도 시행했다 실효성이 없어 6개월만에 사장된 제도를 굳이 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있는 법도 잘 안지키는 실정인데, 규제를 추가한다고 간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냐”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