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기업과 점포의 얼굴인 간판의 크기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요즘 간판에 있어‘빛(光)’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의 옥외광고물 정책은 하나같이 간판의 ‘수량은 적게’, ‘크기는 작게’를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원칙은 단순히 정책방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개별 점포주는 제도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불가피하게 합법적인 간판 표시를 실행에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얼마나 강렬한 임팩트를 부여할 수 있느냐가 간판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요즘 뜨고 있는 간판의 트렌드는 바로 ‘광(光)’이다.
간판의 수량과 크기가 줄어들면서 반감되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光’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光’ , 즉 빛의 트렌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이는 크게 두가지 형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하이글로시(High Glossy)한 소재’와 ‘야간 조명’이 바로 그것이다. 고광택의 소재를 활용해 주간의 태양 아래에서는 반짝임으로 주목 효과를 높이고, 야간에는 밝고 화려한 조명으로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간판의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여겨지는 기업 간판에서 먼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은행이나 이동통신사, 주유소 등 일부 업종은 간판이 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큰데,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최근 간판을 리뉴얼한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하이글로시한 소재를 채택하고 야간 조명을 극대화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이글로시한 소재로는 백페인트글라스나 성형사인 등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야간 조명의 표현 수단으로는 면발광 사인이나 전후광 채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光’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최근의 대표적인 기업 사례로는 외환은행을 꼽을 수 있다. 간판의 화면 소재는 백페인트글라스를 채택했으며, 문자사인은 면발광 소재를 적용했다. 블루 컬러를 적용한 백페인트글라스는 낮에 햇빛에 의해 하이글로시한 느낌이 돋보이며, 면발광소재로 제작한 문자사인은 법령을 따른 작은 규격임에도 불구하고 야간에 문자 전면부에서 세련되고 강렬한 조명이 연출되면서 높은 주목도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아직 본격적인 교체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BI 변경으로 간판 샘플링 작업이 한창인 엘지텔레콤의 오즈 간판도 문자로는 성형사인을 채택해 낮에 높은 광택감을 부여했으며, 조명은 전후광을 모두 사용해 야간조명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우리은행의 간판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노후화된 간판을 새로운 형태로 교체하고 있다. CI 변경은 아니지만 간판 리뉴얼시 기존과 차별화된 소재들을 채택 적용하고 있는 것. 간판 화면부에 하이글로시한 느낌을 주기 위해 특수 제작된 광확산 PC를 새 소재로 채택했는데, 이는 마치 백페인트글라스와 같은 효과로 나타난다. 문자도 측광이 함께 연출되는 면발광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홍보팀 한호 과장은 “간판의 크기가 작아지고 수량이 줄고 있어 임팩트한 간판 표현이 관건”이라며 “조명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고 전반적으로 하이글로시한 느낌을 주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외환·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백페인트글라스와 전광채널을 소재로 채택해 최근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편의점이나 주유소 간판의 대표적인 소재로 채택됐던 성형사인이 하이글로시한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KTF, SK텔레콤, 엘지텔레콤 등 대표적인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성형사인을 간판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간판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전국에 규제일변도의 간판 정책이 확산되면서 올해는 이같은 기업의 간판 트렌드가 더 확산될 것으로 분석되며, 개별 점포의 간판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트렌드의 영향으로 올해는 하이글로시하면서 조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의 개발도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