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66호 | 2009-02-18 | 조회수 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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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K구의 한 빌딩.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간판을 부착할 수 없는 해당 점포들의 간판이 밤에 일제히 불이 밝혀진 모습. 창문 내부에 설치돼 있어 조명을 켜지 않는 낮에는 외부에서 광고물을 부착했는지 식별하기 어렵다.
강화된 규제 속 신종 광고물 표현법 등장 창문내 광고물 설치… 야간에만 조명 켜 주간 단속 피해
극심한 규제로 유명한 서울시 K구에 소재한 한 빌딩 고층에서는 낮에 전혀 보이지 않던 간판들이 밤이 되면 일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이 펼쳐진다. 바로 고층에 입점해 있는 일부 점포들이 해질 무렵 간판에 하나 둘 조명을 밝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간판들은 옥외에 설치된 것도 아니다. 바로 건물의 창 안쪽에 설치된 광고물이며, 내부에 설치돼 반감되는 주목도를 보완하기 위해 빨간색 등 강렬한 색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점포들은 3층을 3배 이상 뛰어넘는 초고층에 위치한 점포들로 건물 주출입구의 연립간판 이외에는 간판을 표현할 수 없는 점포에 해당한다. 따라서 야간에 일제히 표출되는 그 간판들은 불법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많은 우려 속에서 전면 실시됐던 서울시 가이드라인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의 시행으로 불법으로 간주된 광고물을 울며겨자먹기로 정리해야 했던 점포주들이 단속의 눈을 피해 불법 광고물을 부착하기 시작한 것. 불법 광고물을 근절하고 디자인된 간판 부착을 유도하겠다던 시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불법광고물은 되레 늘어나고 원색적인 간판들이 걸리는 천태만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 불법광고물의 특징은 옥외가 아닌 창문 내부에 설치된다는 데 있다. 고층에 위치해 있는 점포의 경우 창문 안쪽으로 간판을 설치하면 조명을 밝히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는 광고물을 설치했는지 식별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선택하는 일종의 편법적 수단인 셈. 불법에 대한 단속은 대부분 낮에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을 피할 수 있으며, 낮에는 간판을 못달아 영업적 손해를 보더라도 밤에 간판을 켜면 최소한의 야간 영업은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단속의 눈을 피한 불법 광고물 부착 사례는 최근들어 보다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들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해도 무작정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점포주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현실에 맞지 않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이 문제”라며 “최소한의 영업 수단은 확보할 수 있게 해줘야 뜻대로 불법도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불법 간판 증가 사례 뿐 아니라 설치 및 단속의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서울시는 현재 가이드라인의 보완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또 뜯어 고쳐 억울한 사람들만 더 생겨날 수도 있다”며 “애당초 신중하게 검토하고 시행해야 할 문제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