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 기자 | 169호 | 2009-04-01 | 조회수 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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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인들.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를 선보이며 매장의 얼굴이 되고 있는 사인의 세계. 그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멋, 인사동 간판 속으로
예스러움 살린 소재와 디자인으로 전통미 표현 순수 우리말 상호 사용 한국적 정취 ‘물씬’
점점 더 고층화되고 현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건물들과 함께 간판 역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급변해가고 있는 간판문화 속에서 언제부턴가 현대적이라는 말이 이국적이란 말과 동일시 돼 가고 있다. 국적불명의 외국어, 외래어 일색의 이국적 간판들 속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아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 온고지신이라고 했건만 전통은 사라지고 더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고 있는 게 우리 간판문화의 현실이다. 때문에 이런 풍토 속에서 이따금 만나게 되는 한국적 정취는 정겹기 그지없다.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인사동은 이런 한국미를 살린 다양한 간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향취의 한국적 미로 시선을 이끄는 사인들을 따라가 봤다.
인사동의 간판들 대다수는 철·나무 등 천연의 소재로 이뤄져 있다. 현재 많이 활용되고 있는 아크릴·플라스틱 등 합성소재를 활용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돼 칠이 벗겨져 가는 나무간판들과 곳곳이 녹슨 철제 간판들은 그야말로 예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색색으로 변화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요즘의 간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전체가 철제인 전통찻집 ‘반짝반짝 빛나는’의 간판은 자연스럽게 녹이 슨 간판에서 예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전통찻집 ‘인사동’의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통나무 간판이 전통이라는 단어에 힘을 더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인 기와지붕을 형상화 한 간판들. 문자간판과 기와형태의 파사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형태가 인상적이다. 예스러움과 새로움의 조화. 그야말로 온고지신의 멋.
‘종로떡방’의 간판
전통공방 ‘은나무’의 간판
손두부전문점 촌의 간판. 업종명을 서예의 낙관처럼 새겨 서예 한 점을 보는 듯하게 구성한 센스가 눈에 띈다. 우리의 전통조명인 호롱불을 형상화한 점도 특징.
얼핏 훈민정음 ‘’ 처럼 보이는 동서화랑의 간판. ‘간판은 커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듯 매장 우측 상단에 조그맣게 설치된 이 간판은 작기 때문에 오히려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원형의 간판에는 화랑의 이름인 동서의 초성만을 컷팅해 마치 훈민정음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순수한 우리말 상호명이 적힌 간판들은 국적불명의 외국어 일색의 간판들 속에서 외려 신선한 느낌을 전한다.
인사동의 ‘아빠 어릴적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그리움이 피어오른다. 장년층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가, 청년층에게는 옛 시절에 대한 호기심을 전한다. 간판뿐 아니라 업소 입구까지의 골목 전체를 옛 철길처럼 꾸민 것도 특징.
나무 위를 노니는 새와 공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원공방의 간판.
‘다함께 사는 우리’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 ‘다울’이라는 상호가 멋스럽다. 옛 기와집과 같은 건물외관과 나무간판이 상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통미를 더한다.
인사동의 간판들. ‘보릿고개추억’, ‘두대문집’ 등 이젠 잊혀져가는 추억의 단어들을 상호로 삼아 특별한 디자인 없이도 한국적인 정서를 물씬 풍기게 한다. 아련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호들은 7080세대들이 인사동을 즐겨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