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열릴 서울디자인올림픽(SDO)의 모토는 오늘 서울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서울시가 만약 살아 숨쉬는 사람이라면, 지금 그 영혼을 지배하는 좌우명은 'I design'일 테니까. 2006년 시작된 '디자인서울' 사업은 서울을 건강한 생태도시, 품격 있는 문화도시, 역동적인 첨단도시, 지식기반의 세계도시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진행 중이다.
▲ 여름밤 찍은 남산 N서울타워의 야경 사진을 서울정보문양으로 바꿔가는 과정. 사진 각 부분을 서울색으로 단순화하고 구성요소·장소 성격·형성시 기·가치에 따라 기호 패턴을 입혔다. / 서울시 제공
디자인서울의 진정한 의미는 물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역사·전통과 단절됐던 하드시티(hard city) 서울을 '사람'과 '문화·예술' 위주의 소프트 시티(soft city)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다. 자동차 중심으로 스피드에 중독된 채 에너지를 마구 소비하던 도시를 보행자·자전거 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로 바꿔놓는 것, 엄숙하게 바라만 봐야 했던 도시를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을 움직이는 키워드는 '소프트'(SOFT)다.
◆경관은 개선, 매력은 홍보
비우고(airy) 통합하며(integrated), 더불어 하고(collaborative)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서울. 디자인서울의 4가지 전략이다. "쾌적하고 여유 있게 지낼 수 있게 좀 비우자. 대신 기능·목적·디자인을 통합해 깔끔하게 만들면 된다. 전문가나 행정기관뿐 아니라 시민도 더불어 참여해 서울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하도록 자연·인간에 친화적인 디자인을 해보자." 쉽게 풀이하면 이런 말인데, 이 얘기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규정은 빡빡하다.
그간 서울시는 경관·조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공공시설물의 디자인·배치에 대한 엄격한 지침을 마련했다. 공공건축물·옥외광고물·시설안내표지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변화해 왔고, 환경미화원의 근무복과 환경위생차량도 통일됐다. 가판대와 공중전화 부스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흉한 광고탑 세우지 마라, 난삽한 간판 글씨 바꿔라'는 식으로 잔소리만 하는 게 디자인서울은 아니다. 서울의 매력 알리기에도 디자인이 활용된다. 서울성곽·보신각·인사동길·마로니에공원·정동길 같은 서울 명소 50곳의 대표적 풍경을 서울색과 기호 패턴을 이용해 아름답게 표현한 '서울정보문양'을 최근 공개한 것도 그런 예다. 명소들의 특색을 잡아 그린 아이콘과 함께 지도·기본정보를 담은 종이사진틀 '서울의 창'도 나왔다. 어떤 장소의 아이콘을 보고 마음에 들면 실제로 찾아가 사진을 찍고 끼워둘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걸을 맛 나게 하는 거리 美學
'디자인서울거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의 선봉 격이다. 제멋대로 늘여 놓아졌던 거리의 공공시설물·간판·보도블록·조명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디자인해 거리 이미지를 관리하는 사업인데, 내년까지 시내 30개 거리가 디자인서울거리로 바뀐다.이 중 오는 6월쯤 모두 완공될 1차 사업대상지는 2007년 9월 디자인서울거리로 뽑혔던 10곳이다. 지난해 12월 강동구 천호대로가 처음 디자인서울거리로 탈바꿈했고, 올해 들어 광진구 능동로 어린이대공원역~능동소방파출소 구간, 강남구 강남대로, 중구 남대문로 공사가 완료됐다. 용산구 이태원로, 성북구 동소문로,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입구역~관악구청사 구간, 금천구 시흥대로, 종로구 대학로, 구로구 창조길도 올해 안에 공사를 마친다.
현재까지 완성된 디자인서울거리를 살펴보면 보행자신호·교통표지판·분전함을 통합하고 보도·상점 간판·가판대를 정비하는 정도는 기본이다. 거기에 거리마다 나름의 특색을 심었다. 1호 디자인서울거리였던 천호사거리~길동사거리 영진약품 천호대로 530m 구간은 '서울 디자인'이 적용된 공중전화부스·지하철환기구·맨홀뚜껑이 선보인 곳이다. 어린이대공원역~능동소방파출소 능동로 550m 구간은 세종대 쪽 낡은 담을 헐어 보행로와 휴식공간을 확보했다. 강남역사거리~교보타워사거리 구간 강남대로 760m는 미디어폴(media pole) 22개가 30m 간격으로 설치된 첨단 'U-Street'(유비쿼터스 거리)로 거듭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을지로입구~한국은행 본점 남대문로 520m는 푸른 소나무가 늘어선 거리로 바뀌었고 명동입구엔 작은 광장도 생겼다.
디자인서울거리 2차 사업대상지는 지난해 3월 선정된 30곳이다. 올해 10월쯤 공사를 마칠 곳은 8개 거리로 중구 퇴계로, 성동구 왕십리길, 강북구 도봉로, 은평구 통일로, 강서구 공항로, 영등포구 여의나루길, 서초구 반포로, 송파구 올림픽로다. 종로구 삼청동길, 광진구 능동로 능동소방파출소~군자역사거리 구간, 동대문구 왕산로, 중랑구 망우로, 도봉구 도봉산길, 노원구 노원골, 서대문구 성산로, 마포구 서교로, 양천구 신월로, 동작구 사당로, 관악구 관악로 관악구청사~서울대 정문 구간, 강동구 강동구청앞길은 내년 완공된다.
◆DDP·WDC·SDO·도시갤러리…
앞으로 서울의 디자인 메카가 될 후보지를 꼽는다면 그 1순위는 단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다.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짓는 DDP는 컨벤션홀·디자인 전시관·공원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곳을 디자인·패션산업을 지원하는 메카로 만들 생각이다. 3만7000㎡ 면적의 녹지가 깃드는 디자인파크는 올해 완공되고, 8만3000㎡의 디자인플라자 공사는 2011년쯤에야 끝날 예정이다.
주변 동대문 패션타운의 높은 건물들과 달리 디자인플라자는 지상 4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다. 저층인 데다 몹시 현대적인 외관이라 주위 환경에 걸맞지 않은 어색한 디자인이란 평가도 있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작품이다.
내년 서울은 '세계의 디자인 수도'다. 도시 디자인 개선에 공을 들인 덕분에 2007년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총회에서 2년에 한곳씩 선정되는 '세계 디자인 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로 뽑혔다. 지난해부터는 콘퍼런스·전시회·공모전·페스티벌이 결합된 서울디자인올림픽(SDO)도 열기 시작했다.
거리를 미술관으로 꾸미자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도 진행 중으로, 올해 주제는 '희망의 힘'이다. 지난달엔 종로구 신교동 국립서울맹학교 담장에 이 학교 학생들의 소망을 담은 점자 벽화가 설치됐고, 서울광장엔 오는 25일까지 황금알을 든 철골 조형물 '초인상'이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