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기사

2009.04.15 17:03

심층진단 - 간판정비사업 중간점검②

  • 이승희 기자 | 170호 | 2009-04-15 | 조회수 6,107 Copy Link 인기
  • 6,107
    0
효과 및 문제점
강원도 영월 요리골목 개선 사례. 소재와 디자인의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2.jpg 
서울시 강남대로 개선 사례. 건물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사를 선정해 간판 교체를 추진, 디자인의 획일화를 탈피하려는 시도를 꾀했다.
 
73.jpg
100억원대가 넘는 대대적인 간판정비사업을 추진중인 안양시. 사진은 안양시 1번가의 개선 사례. 주민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2_1_copy.jpg 
서울시 성동구 정비 사례. 깔끔하긴 하지만 간판의 개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종로나 청계천으로부터 촉발된 간판정비사업은 전국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결과물들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됐고, 수많은 긍정론과 부정론을 야기했다. 그러나 부정론적 관점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채 대다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평가한 후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긍정론과 부정론 동시에 야기
디자인 획일화·주민 참여 부재 등 문제점 개선 필요성 대두
 
◆간판 문화 개선 의식 향상  
간판정비사업은 취약한 국내 간판 문화를 개선해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가꾼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시범사업이다.
관련된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내 간판 문화가 질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간판정비사업은 국내 간판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좋은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서울대학교 이경아 교수는 “간판정비사업이 간판에 대한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옥외광고물이 화두가 되고 개선하려는 의지의 불씨를 당겼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제작업계의 인식 역시 마찬가지. 한국옥외광고협회 차해식 서울시지부장은 “디자인된 간판 설치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거리를 아름답게 조성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바람직한 간판 문화를 유도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거리 개선이라는 취지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다.
 
◆디자인의 획일화는 큰 문제
반면 간판정비사업은 긍정적 효과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먼저 사업과 관련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은 간판 디자인의 획일화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간판의 소재로 채널사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점포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상호와 픽토그램을 표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것.
공공디자인연구소 송주철 소장은 “청계천과 종로는 LED와 채널사인을 소재로 간판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서체가 다양하지 못하고 픽토그램도 단순하며 개별 점포의 정체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문제점을 다른 지자체가 여과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여러 사례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예를 들어 100억원대의 대규모 간판정비사업을 추진중인 안양시, 광고물 관리 우수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파주시, 의정부 중앙로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업이 청계천이나 종로와 같은 획일화된 간판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경기도 안성시나 부산 광복로, 강원도 영월 등의 사례는 간판에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점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오브제 간판 등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특색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합적인 사업 추진 절실
보다 총체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도 높다.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 정책의 영향으로 기존의 판류형 간판이 소형 입체문자로 바뀌고 있는데 노후화된 건물의 간판일 경우 간판의 부착 자국이나 노후화된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흉물스럽게 보인다는 것. 또한 건물을 가리는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얽힌 전선 역시 거리 미관의 저해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간판 정비와 함께 건물의 리모델링이나 전선지중화 사업, 가로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돼야 사업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간판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민의 참여없이 관의 일방적인 주도로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다수의 사업이 추진 과정에서 주민의 반발로 일정이 지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심지어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해당 지자체의 실무담당자들이 가장 크게 겪는 애로 사항도 바로 주민의 설득 과정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사업의 결과에 대한 주민의 불평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간판정비사업을 완료한 창원시의 한 점포주는 “이 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봤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건 처음”이라며 매출의 감소를 간판정비사업의 탓으로 돌렸다.

안산시 원곡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관의 사업이니 어쩔수없이 따랐지만 간판이 획일적으로 바뀌어 시인성을 상실했다”며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간판 정비가 되레 상인의 불만만 쌓이게 했다”고 호소했다.
최근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디자인서울거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극심하다.
경기 한파로 매출이 줄어 존폐 위기가 코 앞에 닥친 시점에서 150만원이라는 간판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LED 채널사인의 간판 교체 비용을 최소 250만원이라고 책정하더라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 90만원에 육박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강동구 우윤아 씨는 “지금의 자영업자들은 시설 투자는 커녕 존립 유지의 기로에 서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한 일간지에 투고했다.
이같이 간판정비사업과 관련 주민들의 불만이 크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이유는 바로 주민과의 사전 협의, 의사 소통 과정이 없거나 혹은 이러한 과정들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도시연대 김은희 소장은 “주민과의 의사 소통이 존재하고, 주민 스스로의 고민 과정이 있는 사업의 경우 그렇지 못한 사업보다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선의 움직임도 ‘속속’
이밖에도 간판 개선 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점포주가 간판을 임의대로 교체한다든가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예산과 행정 인력이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점, 관련된 전문인력의 부족 등이 간판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비판적 시각을 받아들여 사업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지자체도 종종 눈에 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상가의 경우 디자인은 다소 획일화됐지만 간판과 건물을 함께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부산 광복로나 경기도 안양시 1번가 등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특히, 최근 디자인서울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정비가 한창인 서울시 강남대로의 경우 디자인 획일화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별로 각기 다른 디자인사를 선정하고 차별화된 결과물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업 접근방식에 비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희 기자 [ⓒ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