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70호 | 2009-04-15 | 조회수 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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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을 모색하다 - 관련 전문가 인터뷰
한국옥외광고협회 차해식 서울시지부장
“제작사 입찰선정 아닌 광고주 자율선택토록 해야” “간판 뿐아니라 가로환경 요소 종합적 개선 필요”
-간판정비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우선 깨끗한 도시를 조성한다는 취지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그 뜻에 동참하고 싶다. 크고 무분별하게 난립된 간판, 그것이 국내 간판 문화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간판은 관의 규제를 통해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또 이런 측면에서 간판정비사업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하나하나의 시범사업이 국내 간판문화의 개선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디자인의 획일화이다. 통일성 속에 개성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데 지금의 사업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통일성에 치우친 모습이다. 또한 교체비용의 전부 또는 대부분의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 또는 자재 등의 부실화가 유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밖에도 광고주의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대규모 업체에만 입찰의 기회가 주어지다보니 영세업자가 소외되는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말한다면. ▲우선 개선사업의 목적이 도시미관에 있는 만큼 이 목적을 위해서는 간판에 대한 정비만을 다루지 말고 노후건물 및 신축건물에 대한 정책, 간판 외 설치물에 대한 조치, 전선 등의 미관 저해요소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보다 현실적인 규제의 보완이 시급하며, 디자인의 획일화 방지를 위해 광고주가 제작업체를 직접 선정해 간판을 교체해나가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송주철 공공디자인연구소 송주철 소장
“과도기는 이제 그만… 종합적 중간평가 절실” “장기적인 계획 세우고 질적인 사업 추진해야”
-청계천과 종로를 기점으로 관련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간판정비사업은 이제 일부 지자체의 관심사가 아닌 전국적인 화두이다.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가 이 사업을 실시해왔고, 또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간의 사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 효율적인 정책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과도기적 단계라고 하면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과도기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사업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간판정비사업과 관련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개별 간판 교체비용으로 100만원~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이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에 예산의 절감 차원에서는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현행 법규에서 LED와 채널사인 등 고급 사양의 간판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비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다. 이는 결국 저질의 자재 등을 사용한 퀄리티 낮은 간판 설치를 유도해 결국 또다른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향후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수십년 동안 고착된 간판 문화는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단순 전시 행정을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1~3년 정도의 짧은 사업기간 내 수백개의 간판을 일률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장기 계획을 가지고 조금씩 단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파주시는 여러번의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한 걸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애로점이라면. ▲사실 도시 미관은 간판의 개선만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아니다. 간판을 철거해보면 벽면의 훼손이 심하고 지저분한데 이를 보완하려면 건물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상의 한계에 부딪혀 필요한 요건을 전부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미완의 사업이 되고 만다. 각 업소별 간판의 서체와 컬러 등을 디자인해 상인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수차례 디자인 수정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고 정해진 사업 기간내에 수백여개가 넘는 간판을 설치하다보니까 간판의 다양성을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점이 있다.
-간판이 개성이 없고 획일화됐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광고물 관련 법령이나 지자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규제 일변도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비현실적인 요소도 많고, 간판의 크기·공간활용·색채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특성이 무시되고 균형감과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것도 많다. 모두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시민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시민의 입장을 도외시한 정책은 결국 실패하고 만다.
-끝으로 이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간판은 국가나 지역, 도시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공공디자인도 세계적인 보편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와 지역적 특성을 담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간판을 얘기할 때 서구의 세련된 도시를 떠올린다. 그러나 서구와 국내 현실은 전혀 다르다. 즉, 우리 국민 특유의 문화적 요인과 기질적 요인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주시라면 파주 시민의 감성과 기질, 행태를 담아야지 런던·뉴욕·도쿄·베이징 시민의 그것을 흉내내선 곤란하다.
서현역상점가상인회 이은표 회장
“현행 간판정비 사업이 간판획일화 조장” “지역적 특성 반영한 사업 돼야”
-서현역 로데오거리 간판정비 사업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업 추진 배경 및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인근에 대단위 유통단지가 들어서면서 서현역의 상권이 침체의 위기를 맞고있다. 상인회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던 중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를 주제로 주민을 대상으로 수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2006년도부터 4차례에 걸치 토론회를 가졌고, 그 과정에서 간판정비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시범가로를 현장 답사하고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취합하고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제안, 간판 문제부터 풀어나가기로 합의를 봤다.
-시민의 입장에서 현 간판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직접 현장을 실사해보니 모든 간판이 동일해 보였다. 한마디로 지역색이 없고 개성이 부재했다. 이런 사업은 상권을 활성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상권을 쇠퇴시키는 지름길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삼청동과 8층 이상의 건물이 밀집된 산본은 그 지역적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행정은 이를 같은 잣대로 해석하고 무조건 작고, 적게 부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8층에 건물 입주 허가는 내주면서 왜 간판을 못달고 장사도 못하게 하는가. 개별 지역의 특성에 맞는 규제와 지역색을 반영한 디자인이 보장돼야 마땅하다. -향후 추진될 로데오거리 사업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간판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서현은 간판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보다 현실적인 간판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