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 172호 | 2009-05-21 | 조회수 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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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선정·허가 단계부터 암초 직면… 4개월째 답보 상태
실제 설치가능 물량도 센터가 제시한 수치에 턱없이 미달 업계, “기존 계약분 조건 변경하고 나머지 입찰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주장
사업 착수 이전부터 시장 환경과 사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이고 무리한 졸속 추진으로 차질의 우려를 낳았던 기금조성용 옥외광고사업이 결국 당초의 우려대로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1차 낙찰이 이뤄진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단 한 기의 광고물도 설치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사업물량의 경우는 애시당초 설치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사업의 전도가 극히 불투명하다. 업계는 기 낙찰업체들의 사업 추진이 여러 장벽에 부닥치고 있는데다 후속 입찰도 마냥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이 이미 암초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사업 주체인 정부와 사업자인 낙찰업체들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16일 1권역 사업자로 선정된 전홍-제이컴 컨소시엄과 홍보탑 사업권을 낙찰받은 씨엔씨프로젝트-인컴이즈 컨소시엄, 3월 11일 3차 입찰에서 2권역 사업자로 선정된 명보애드넷-에이디웍스 컨소시엄은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추진의 첫 단추인 부지 선정과 허가 과정에서부터 여러 암초에 부딪쳐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당초 예견됐던대로 도로 및 광고물간의 이격거리 등 과거 기금용 광고사업 때보다 훨씬 강화된 설치조건 때문에 설치할 수 있는 물량이 센터가 제시한 수량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권역의 경우 센터가 제시한 64개 수량 중 최대로 세울 수 있는 수량이 40개 내외이고, 그나마도 사업성을 고려하면 세울 수 있는 수량은 3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권역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신공항고속국도(인천 중구~계양구)는 센터가 제시한 21개 중 절반도 세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권역 홍보탑은 센터가 입찰에 부친 물량 50기 가운데 30개 안팎이 세울 수 있는 최대 물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물량 축소에 따른 단가 상승이 불가피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사업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입지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사업자들은 간신히 입지를 확보하더라도 이번에는 허가에서 발목이 잡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각 지자체,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한 유관 설치 허가기관들이 허가에 미온적이거나 아예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국토해양부와 사전 협의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토해양부는 산하기관인 도로공사나 공항공사에 광고물 설치 허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4일 문화방송(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정부, 돈만 챙긴 옥외광고’ 제하로 보도되면서 한바탕 회오리를 불러왔다. 업계 관계자는 “행안부와 센터가 얼마나 졸속적이고 기만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이라며 “인허가 업무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허가 문제에 있어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사업자는 사업을 하든 말든 기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발상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과거 특별법으로 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일반법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법과 상충하는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라며 “그린벨트법, 도로법, 산지관리법, 하천법 등 다른 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데 사전에 그런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뒤늦게 사업자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를 비롯한 허가기관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조적이지 않다”며 “매달 꼬박꼬박 기금을 내야 하는데 허가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은 허가 문제를 풀기 위해 행안부와 옥외광고센터, 해당기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 한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매달 억 단위를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셈인데 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손실”이라며 “행안부와 옥외광고센터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매듭지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난 한해를 허비한 기금조성용 광고사업은 또 다시 올 상반기도 어물어물 허비할 공산이 커졌다. 업계는 하반기에 설치가 된다 해도 사업성을 그다지 밝게 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야립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연간 수억원씩 선뜻 주머니를 열 광고주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올해는 기업들이 전용할 예산이 없는 상황이고, 내년도 예산에 편성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체 측의 귀책사유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사업자의 손실 등을 감안해 기존 계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 낙찰업체측은 지난 5월 초 허가 지연에 따른 사업의 공백기간 만큼 사업기간을 유예해 주고 중도금 납부도 유예해줄 것을 행안부와 옥외광고센터에 공식 요청해 놓은 상태다. 유찰된 나머지 권역의 입찰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추가 잘못 끼워진 줄 알았으면 풀어서 새로 끼우는 것이 맞다”며 “이미 시작된 사업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도출된 만큼 정부와 센터는 지금까지의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보완사항이나 제반 문제점 등을 수렴해 제대로 된 사업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