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74호 | 2009-06-17 | 조회수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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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일 뿐 밀어붙이기식 행정 대신 문화적 토양 만들어줘야
‘공공을 디자인하라’는 정부의 특명이 내려졌다. 특히 다양한 공공의 영역 가운데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게 간판이다. 현재 국내 간판문화는 어지럽고, 난잡하다 못해 조잡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최근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선하자는 게 아니라 모조리 없애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건 필자만의 착각일까. 말이 좋아 개선이지, 광고물은 그야말로 ‘퇴출 1호’ 대상이 되고 있는 듯하다. 국내 간판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데는 필자도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비의 대상도, 퇴출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그 궁극적인 목적을 둬야 한다. 왜냐하면 간판이 공공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분명히 사적인 영역에도 속하기 때문이다. 원탁에 둘러앉아 탁상공론 하시는 분들에게는 그저 ‘공공의 적’으로만 보이는 간판이 바로 혹자에게는 기꺼이 자기 자본을 털어 만든 ‘밥줄’이기 때문이다. 간판이 없어도 영업 내용이 좋으면 손님을 끌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백번 들어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저 소수의 맛집에만 적용되는 지극히 미미한 현상을 가지고 왜그렇게들 일반화하시나. 차라리 그런 두루뭉실한 이야기할 시간에 간판과 보행자 사이의 거리에 따른 적절한 간판의 크기나 시야각을 연구해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지 제안드리고 싶다.
간판이 퇴출 혹은 정비 대상이 되어서 안되는 이유는 또 있다. 절대로 긍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불도저식 행정은 광고주나 업자들의 반발만 살 뿐, 스스로 간판 문화 개선의 의지를 고취시키는데 실패하는 지름길이다. ‘시민들, 그리고 광고주와 업자가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즉, 스스로 좋은 간판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할 때, 그 기간은 오래 걸릴지라도 개선에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