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175호 | 2009-07-01 | 조회수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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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판매업체의 ‘불법’ ‘처벌’ 앞세운 구매 요구에 전전긍긍 “협박성 강매행위” 반발에 일각선 외면만 할 수도 없어 ‘고민’
옥외광고 업계가 서체 문제로 들썩거리고 있다. 불법 서체 사용을 문제삼아 정품 구매를 요구하는 한 판매업체의 상행위가 전개되면서 업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서체 저작권에 대해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도 비용 문제로 비품을 사용해온 업체들 사이에서는 급작스럽고 고압적인 영업 태도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비품 사용이 적발돼 불이익이 따를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체판매업체인 N사 직원들이 일부 지방을 돌며 업체들을 직접 방문, ‘트루타입 서체 정품사용 협조요청 안내문’ 이라고 된 공문서 형식의 문서를 제시하며 서체 구매를 요구하고 있다. N사는 Y, A, S 서체를 개발한 Y사, A사, S사 등 3개 저작권사와 총판 또는 대리점 계약을 맺고 최근 업계를 상대로 영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N사 직원들이 다녀간 지역은 대전과 경북 일부, 대구, 인천·부천 등이며 영업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옥외광고협회 회원사 또는 옥외광고업 등록 비회원사를 상대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영업이 순수한 의미의 영업을 넘어 ‘강매’와 ‘단속’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불만과 반발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들이닥쳐 불법 사용중인 것을 알고 왔다면서 정품을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곧 내용증명을 발송할 것이고, 얼마 후면 많은 업체들이 경찰서를 들락날락 해야 된다는 둥 마치 단속나온 수사기관 요원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대리점이라면 순수하게 판매 홍보나 계도 수준에서 그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들의 영업 안내문에는 제품의 특징이나 AS 등 통상적인 영업사항은 일체 없고 ‘민형사상 책임’ ‘고소 고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위협적인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정품을 사용하고 계신다면 정품인증 기준이 되는 시리얼번호와 CD이미지를 당사 지적재산권팀으로 통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 불법사용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방문하고 있을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형사처벌 운운하며 구매를 요구하기 때문에 안 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Y체, S체가 각각 70만원, A체 40만원으로 3종을 사려면 180만원을 내야 하는데 우리같은 영세업소는 엄두를 내기 힘든 금액”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그동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해 오다가 갑자기 형사처벌을 들고 나와 당혹스럽다”며 “보편화된 서체인 만큼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에 N사 직원들의 강압적인 영업과 관련한 문의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회원사들의 민원이 협회로 쇄도했다”며 “대부분 영업 행위가 지나치다고 지적하면서도, 불법 사용이 적발돼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까봐 불안해 하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어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N사의 협박성 영업행위가 회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같아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N사는 판매 권한만 있을 뿐 단속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아울러 “N사측과 수차례 만나 협의하고 공동구매 협상도 벌여봤지만 2종 서체를 110만원에 구매할 경우 3종 전부를 구매한 것으로 해주겠다면서도 각서 써주기를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저작권사들을 상대로 N사의 부당 영업행위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저작권사측은 영업방식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소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개별 구매하기도 했으며, 경주의 경우 일부 협회 회원사들이 공동구매로 서체를 구입했거나 공동구매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사 관계자는 “내용증명 발송이나 고소는 우리의 권한이 아니며, 우리는 저작권사의 총판이기 때문에 판매가 최종 목적이고, 업계를 상대로 구매 유도를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일부 지부나 지회와는 공동구매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업계가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저작권사들로 구성된 한국폰트협회는 6월 한달을 불법소프트웨어 사용 근절을 위한 계도기간으로 삼고 이후 강력 처벌 방침을 시사하고 있어 업계도 정품서체 구매를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지만 세 종류를 한꺼번에 구매할 경우 금액이 많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 때문에 중앙회 차원에서 딜러사가 아닌 저작권사와 직접 구매협상을 벌여 실질적으로 회원사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