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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업계에 불어온 뉴트로 열풍, 제작업체에는 골칫거리?

신한중 l 450호 l 2022-02-09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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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사용된 간판 복각 요청 등 까다로운 요구 많아요즘 간판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는 뉴트로(Newtro, New+Retro의 합성어)다. 옛 시절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뉴트로 컨셉 매장들이 SNS 등을 타고 급격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뉴트로 무드 자체가 리테일 업계에서 대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트로 열풍이 간판 제작업계에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단순히 복고풍의 간판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는 수십년 전의 간판 형태를 그대로 제작하기를 원하는 등 어려운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까닭이다.
한 간판 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고객이 플렉스 간판도 유행하기도 전에 사용됐던 철제 프레임 간판 제작을 주문했다”며 “일단 주문을 받기는 했는데 자재업체에 알아보니 지금은 금형 자체가 나오지 않는 제품이라, 결국 갤브를 일일이 절곡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고 했다. 다른 제작업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옛 느낌의 간판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골동품처럼 낡고 오래된 간판을 가져와 상호만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 업체 관계자는 “한 젊은 사장이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골동품같은 간판을 가져와서 상호를 바꿔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문제는 새 상호도 이 간판에 맞춰 낡은 느낌을 표현해 달라고 했다”며 “작업이 난해한 것도 있지만 견적을 어떻게 내야 할지가 난감해 고민끝에 주문을 받지 않았다”며 곤란했던 상황을 털어 놓았다.
물론 이런 난감한 상황이 아주 잦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가 간판을 대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대목이기도 하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서 간판의 스토리텔링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경기도 파주시의 대형 카페 더티트렁크는 아시아 3대 디자인어워드에서 모두 수상을 했을 만큼 독특한 매장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뉴트로를 컨셉으로 하는 만큼 간판 등 소품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데, 세월의 흔적이 남겨진 거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부산항에서 직접 폐선박의 부품을 떼다가 간판과 테이블 소품을 만들었다.
인천시 강화군의 조양방직 카페도 유사한 컨셉이다. 1970년대까지 영업을 했던 조양방직 공장을 리모델링해 대형 카페로 조성한 이곳은 간판을 바꾸는 대신 ‘조양방직’을 카페 상호로 사용하고 예전 사용했던 방직공장의 간판을 보수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거리로 부상한 서울 성수동의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1970년대 정미소로 지어진 이곳은 1990년부터 20년 넘게 물류창고로 쓰여 왔다. 그 당시의 상호인 대림창고를 이어받아 사용한 것. 이 카페는 문화 무풍지대였던 성수동을 지금의 ‘예술 거리'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노엔디자인그룹의 이영근 실장은 “요즘은 간판을 하나의 광고물로 보지 않고, 매장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점주들이 많다”며 “디자인을 넘어 스토리를 담아내려는 시도가 많기 때문에 이를 표현해야 하는 디자인‧제작업체에게도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