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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겨울’… 국산 간판용 LED모듈 제작업계 어려움 가중

신한중 l 450호 l 2022-02-09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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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체들 내우외환에 악전고투… 주요 제조업체들 파산도 잇따라올해 초 옥외광고 업계에 전해진 한 LED모듈 제조업체 대표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계기로 국산 LED모듈 제조업계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간판용 LED모듈 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당경쟁으로 마진율이 바닥까지 떨어진데다 간판 시장 자체가 지독한 불황을 겪으면서 시장의 수요마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부분의 LED모듈 제조사들은 인력 감축과 공장 축소 등 생존을 위한 그야말로 필사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최대한 몸집을 줄여야만 지금의 한파를 견뎌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자재 수급 및 현금 순환마저 비상이 걸리면서 업체들은 피를 말리는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바닥… 현금 순환‧자재 수급까지 비상
약 10년 전만 해도 LED모듈 사업은 간판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실제로 2008~2012년 당시의 코사인 전시회는 LED관련 업체가 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수많은 업체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간판용 LED업계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전문 LED모듈 제조사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간판업체들이 우후죽순 LED모듈 생산에 나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잔치는 길게 벌어지지 않았다.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제품의 가격이 급전직하로 추락한 것. 불과 몇 년 만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폐업하거나 관련 사업을 정리하면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 업체들 위주로 시장은 재편됐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경쟁에서 살아남은 강자들의 시장이 됐지만 그들의 사정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LED모듈의 판매량은 늘었지만 가격 경쟁은 더욱 가속되면서 수익이 개선되지 않았던 이유에서다. 점유율 확보를 통한 현금 순환에만 목을 매다 보니 외연 확장에도 불구하고 속은 곪아갔다. LED모듈 제작을 위한 원자재 대부분은 구매량에 따라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이 팔아야만 더 싸게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따라서 저가경쟁 레이스에 뛰어든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 시장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것은 물론, 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수입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자재 가격도 급등하면서 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물량 넘기기를 통한 현금 순환으로 근근이 버텨왔던 업체들에게 엄청난 악재가 된 것.
이 때 국내 간판용 LED업계의 주요 공급사였던 NC엘이디가 파산했다. 2007년 문을 연 NC엘이디는 수많은 LED모듈 업체들의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면서 에스에스라이트와 함께 LED모듈 시장의 양강으로 불렸던 만큼 파산이 불러온 파장도 컸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NC엘이디의 가격 논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지나치게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제품 원가를 분석할 수 있는 동종 업계에서는 팔수록 되레 부채가 쌓이는 흑자부도의 가능성을 일찍이 예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존 위한 새 전략 필요… 소비자 인식도 변해야
작년 연말에는 중견 LED업체인 GV가 파산선고를 받았다. GV란 이름은 낮설지만 초기 화우테크놀로지라는 사명으로 CNC라우터를 공급하면서 업계에 명성을 알린 업체로, 2005년 광고용 LED모듈을 시작으로 LED조명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동부그룹(현 DB그룹)에 인수돼 DB라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8년에는 경영컨설팅업체인 프룩투스에 인수되면서 GV(금빛)으로 또 이름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결국 파산했다. 지속된 적자와 무리한 투자에 따른 심각한 자금난에 의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화우테크놀러지로 시작해 조명 전문 중견기업으로까지 성장했던 GV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LED조명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업계 전반에 초긴장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때 옥외광고 시장의 기대주였던 LED모듈 산업이 이처럼 벼랑으로 내몰린 것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기술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저가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가격논리의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벽을 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산 LED모듈 제조 산업이 오롯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신속한 AS 등 품질‧서비스에 집중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산 LED모듈 업계가 무너지는 것은 최종 소비자인 간판 업계에도 반작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LED모듈 업체 한 관계자는 “10년 전쯤에는 간판에서 LED모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에 LED모듈의 가격이 간판업체들의 수익성을 좌우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LED모듈의 가격을 아무리 쥐어짜도 간판의 원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데 소비자들에게는 그 시절의 구매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많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더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서 국산 LED모듈 산업을 성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