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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공간에 새롭게 쌓아올린 문화의 장낡은 화학공장 리모델링해 카페와 갤러리로 활용
고철에 불과했던 작업 시설들도 공간의 오브제로 재구성요즘 낡은 공장이나 창고 등의 산업공간을 카페나 갤러리, 식당 등으로 재구성한 장소들이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장소들은 공간재생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지역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다, 신축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도 아주 좋다. 많은 공장들이 자리잡고 있는 인천 서구 가좌동의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CoSMo40)은 이런 공간재생의 우수사례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일대의 여느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색다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원래 이곳은 화장품 원료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 코스모화학의 공장으로 사용됐던 장소다. 코스모화학은 1960년대에 이곳 가좌동에 입주하고 40여 년간 화학제품을 생산하다가 3년 전 울산으로 이전했다. 이후 남겨져 방치된 공장 중 한 개 건물을 리모델링해 완성된 곳이 바로 코스모40이다. 전체 45개 동의 화학공장 중 40번째 동이라는 점에서 ‘코스모4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이곳은 공장 건물의 형태와 구조·설비 등을 되도록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둔 상태로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과거의 건축과 현대 디자인이 한 장소에서 나란히 보여지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낡은 공장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은 카페의 이색적인 풍경이 됐으며, 고철이 되어버릴 법했던 폐공장의 자재들은 독특한 오브제로 변모했다. 오래된 배전반이 그대로 쓰이고 있고 공장에서 사용하던 천장의 크레인은 대형 샹들리에를 거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런 형태를 가져가기 위해 오래된 공장 안으로 고리 모양의 신관을 삽입하는 형태의 독특한 건축기법이 적용됐다. 현행법을 맞추기 위해선 새 단열재와 내화페인트로 기존 건물의 오래된 흔적을 모두 지워야 했기에, 증축된 신관을 건물에 넣는 형태의 새로운 공법을 차용했다고 한다. 신관이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옛 공장으로부터 독립된 증축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기존 공장은 현행법규 충족의 부담에서 벗어나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독특한 디자인으로 코스모40은 2019년 인천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인천관광공사 선정 2019~2020 인천 유니크베뉴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화학공장이라는 산업현장을 도시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건축적 실험이 적용된 모델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코스모40은 공간 자체가 워낙 특이하다 보니 내외부의 사인시설은 되레 평범한 편이다. 깔끔한 디자인의 문자간판과 디지털사이니지를 차용하고 있으며, 시설 안내표지도 별도의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바닥과 벽면에 래핑으로 처리했다. 단 배너와 같은 이동형 광고물의 경우 산업적 느낌이 나는 강관소재로 제작함으로써 공간의 분위기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곳은 공간에서 사인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건물 외벽에 달린 메인 간판을 제외하면 외부 간판은 거의 달지 않은데다 내부 공간에서도 시설 안내사인 외에 공간을 소개하는 사인은 많지 않다. 이런 공간 디자인 흐름에 대해서는 사인업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눈에 확 띄는 간판을 통해서 대상공간을 알리기보다는 대상 공간의 스토리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알아보고 찾아오게 만드는 것.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시대의 마케팅 방향이다. 이런 흐름은 사인 제작업계의 입장에서 위협적인 흐름이 될 수 있다.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하고 시대의 변화를 한발 앞서 갈 수 있는 제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