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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편집국 l 456호 l 2022-09-14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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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시장을 탐관오리에 빗댄 현수막도 게시 불허는 잘못”
서초구 “실제 집회 없는 장기간 현수막 게시는 불법” 철거 나서
불법 광고물을 단속해야 하는 일선 옥외광고물 담당 공무원들이 가장 골치아파하는 광고물은 현수막이다. 수량도 많고, 불법도 많고, 민원도 많고, 반발도 많고, 단속하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달리고. 여기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조차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최근 현수막에 대한 몇몇 유관 기관들의 법적 판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현수막의 표현의 자유 범위, 적법과 불법의 경계, 단속 행정의 면면들을 짚어볼 수 있는 판단들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직자를 탐관오리에 비유해 비판한 현수막이라도 게시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전북지역 A시의 한 시민단체는 민간위탁을 받은 옥외광고 사업자 협회를 통해 지자체 지정게시대에 현수막 게시를 신청했다. 현수막은 A시장을 역사 속 인물인 탐관오리 조병갑에 비유하고 ‘불법특혜’ ‘부정채용’ 등의 비판 문구마다 화투 그림을 하나씩 배치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A시는 이 현수막이 A시장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아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을 표시할 수 없다’는 A시 조례를 위반한다며 게시를 불허했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화투 그림이 들어가 청소년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A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A시장에게 현수막 게시 불허 조치를 재검토하고 향후 주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담당부서 직원에게 재발방지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자체 등 공적 기관의 업무 수행은 일상적인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고, 비판 과정에서 공직자의 사회적 평판이 다소 저하될만한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화투 그림에 대해서도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이나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는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과 강남역사거리 인근에 걸려있던 현수막 50여개를 철거했다. 철거된 현수막은 관할 경찰서에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것들이다. 현행법상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 배제 대상이다. 그런데 해당 현수막들은 집회‧시위 신고만 한 채 실제로 열리지 않았거나 이미 종료된 행사용 현수막들로 길게는 수년째 내걸려 있었다.서초구는 해당 현수막에 대한 철거 민원이 잇따르자 자체 법률검토와 법률전문가 자문을 진행, ‘주요 시위 현수막 일제정비 방안’을 마련했고 그에 맞춰 철거를 단행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법률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집회용품을 공공시설물에 게시하는 것은 집회가 개최되는 동안에만 한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고 무단으로 게시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중부일보는 7월 24일자에서 경기도 용인시가 시청 광장과 입구 등에 설치된 수십개의 불법 현수막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면서도 집회 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철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용인시 관계자가 올해 초 집회 기간이 지난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집회 단체의 거센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집회 기간이 아닐지라도 현수막을 철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3년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집회의 내용을 표시한 현수막을 표시·설치하려는 경우 집회 신고 기간중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