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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여행마을일제 수탈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 예스런 간판의 매력도199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있어 ‘8월의 크리스마스’는 꽤나 특별한 영화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잔잔하게 흐르는 내용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인 ‘초원사진관’이 실재하는 장소로 유명해진 거리가 있는데, 바로 전라남도 군산의 월명동 거리다. 한때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더 유명세를 얻기도 했지만, 사실 이 거리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일제강점기 근대화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의미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수탈로 부를 누렸던 일본인 거리와 이들로 인해 헐벗고 굶주렸던 조선인 마을이 공존하던 장소다. 또 당시 일제에 맞선 저항의 혼이 담겨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군산 월명동 원도심 일대는 일제 수탈의 아픔과 저항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이 모습이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서 시간여행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산시는 상처와 치욕으로 수식되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취지에서 거리의 일본식 문화를 유지하는 형태로 마을을 발전시켰다.
이처럼 새롭게 지어진 건물보다 근대화 시절 지어진 건축물들이 더 많은 이곳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옛 일본인 거리의 낡은 건물들을 개·보수한 상점들과 그런 건물에 어우러진 다소 촌스럽게도 보이는 간판들이 인상적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일본식 목조 건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런 역사성을 이어가기 위해 같은 느낌의 목조 간판들을 내걸고 있는 상점들도 많다.
또한 ‘소망사진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 옛 일본 가옥을 그대로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여미랑’ 등 다양한 유명 장소들도 있어 심심치 않다. 멋지게 꾸며놓은 신상 명소와 달리, 낡았지만 역사와 감성의 여운이 가득차 있는 시간여행마을의 풍경을 담아봤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