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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내세워 자유화된 정당현수막, 어쩌다 ‘공공의 적’ 됐나

편집국 l 465호 l 2023-05-08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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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하는 정당법과 ‘규제’하는 옥외광고물법의 상충에서 비롯이해당사자 정치권이 옥외광고물법 개정 밀어붙이고 정부는 소극 대응
정당 현수막 폐해와 국민들의 혐오·반감 최고조… 업계에도 악영향 우려
원래 옥외광고물에 관한 기본 법률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은 모든 현수막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한 뒤 지정된 게시시설에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정당 현수막에 대한 예외 규정은 이 법률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정당법은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정당 현수막에 대한 사실상의 무제한 허용의 물꼬를 터준 2022년 6월 10일자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 전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게시대 외의 장소에 게시하는 현수막을 둘러싸고 시비와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한 시비와 분쟁이 야기될 경우 해석과 단속 권한을 가진 지자체 장의 소속과 성향, 영향력에 따라 행정기관의 처리 결과가 제각각이어서 시비와 분쟁이 격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정당 현수막 규제를 풀고자 하는 법 개정 추진이 국회의원 발의로 여러 차례 시도됐다. 정당 활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설치하는 현수막은 신고 및 금지‧제한을 배제하자는 취지로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인데 개정에는 이르지 못했었다. 그런데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이 개정을 발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의원은 강한 의지를 갖고 개정을 위해 힘을 실었다. 그해 12월에는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이, 또 이듬해 3월에는 역시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이 몇 개월씩 시차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 발의로 힘을 보탰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그것도 압도적 다수당 소속 의원들이 의지를 갖고 개정을 추진한 결과 결국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안은 2022년 6월 10일 신고 및 금지‧제한 적용을 배제하고 표시방법 및 기간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12월 11일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법에서 물꼬가 트이기는 했지만 시행령을 통해 정당 현수막에 대해 일정 정도 규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법은 모든 광고물의 표시방법에 대해 “광고물등의 종류ㆍ모양ㆍ크기ㆍ색깔, 표시 또는 설치의 방법 및 기간 등 허가 또는 신고의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 한 줄 규정에 근거하여 시행령은 제12조부터 23조까지 비교적 방대한 분량으로 구체적이면서도 상세하게 설치 및 표시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 현수막의 경우 시행령은 법의 규정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일반 광고물들과 달리 정당 현수막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제한 허용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규제의 고삐가 풀린 정당 현수막은 당시 핫이슈였던 난방비 폭탄을 둘러싸고 여야간 난타전의 무기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연말연시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난립, 안전, 미관, 환경, 인권 등 각양각색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행안부는 시행일 직전인 12월 9일 일선 지자체가 내용적 측면은 선관위에 해석을 요청하고, 형식적 측면은 법령을 기준으로 해석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구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제 기능을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당 현수막은 정치권, 정부, 지자체, 선관위 등 어느 주체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모든 주체가 다 법개정만을 소리높여 외치는 상황에 도달했다. 시행 초기 정당 현수막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계에는 단비가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서 폐단과 폐해를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현수막에 대한 혐오와 반감이 커지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지역 사업자단체가 비방 현수막 제작을 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은 이같은 사업자들 위기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정당 현수막에 관한 현행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명제가 됐다. 내용과 시기도 거의 다 드러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로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당 현수막 무제한 허용을 이끌어낸 정치권을 포함해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그리고 폭넓게 형성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