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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이 불러온 올드 간판 시스템들의 역습

신한중 l 470호 l 2023-10-26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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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트렌드 확산에 따라 트라이비전·사인볼 등 재조명
촌스러운 듯 색다른 모습으로 MZ세대 취향 저격
요즘 네온사인은 아주 트렌디한 간판으로 젊은 층의 애정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촌스러운 구닥다리 간판으로 치부되며 사장되다시피 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놀라운 부활이다. 이렇게 되돌아온 네온처럼 지난날 낡은 기술로 치부되며 시장에서 멀어졌던 올드 간판 시스템들이 하나씩 재조명되고 있다. 바로 레트로 열풍에 의해서다. 레트로 트렌드를 즐기는 젊은 창업자들이 색다른 개성이 있는 옛 간판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이에 촌스럽고 낡은 기술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올드 간판 시스템들의 귀환이 시작되고 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발소 ‘사인볼’이 트렌디한 레트로 간판으로 변신이발소 및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회전표시등’은 6·25 이후 70년 가까이 그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고 남은 간판이다. 세 가지 색상의 줄무늬로 이뤄진 원통형 간판으로,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사인볼’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전 주요 공급원이었던 문화싸인볼의 제품명이 대중적으로 굳어진 결과다. 미용실 간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젊은 미용사들이 사인볼 사용을 꺼리기 시작했다. 촌스럽고 올드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요즘 대형 미용실 프랜차이즈나 젊은 업주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회전표시등을 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또 사정이 달라졌다. 미용실이 아니라 카페나 주점, 디자인숍 등 트렌디한 점포들 사이에서 이 회전표시등을 간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 예전의 공산품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동그란 원통 속에서 글자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미용실의 ‘사인볼’ 형태 그대로다. 다만 삼색 줄무늬를 빼고 가게의 상호나 로고를 그려 넣었다. 일부 매장의 경우 글자를 회전시킬 수 있는 회전표시등의 특징을 이용해 낮에는 ‘카페’ 간판을, 저녁에는 ‘주점’ 간판을 걸 수도 있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바로디자인 관계자는 “복고풍의 유행에 따라서 사인볼 간판도 새롭게 조명되고 재해석되고 있다”며 “지금의 간판 소형화 트렌드에 따라서 돌출간판 뿐아니라 가게의 메인 간판으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계식 이미지 변화 기술 활용한 트라이비전 간판트라이비전(Trivision)도 새롭게 조명되고 올드 간판 중 하나다. 이 간판은 지금의 디지털 광고판이 사용되기 이전 나름 인기를 끌었던 기계식 이미지 회전형 간판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발전한 지금은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기가 쉽지만, 트라이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는 하나의 화면에서 여러 이미지를 보여주는 획기적 간판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트라이비전은 삼각기둥 형태의 작은 봉을 간판의 화면 크기만큼 일렬로 연결해 만들어진다. 이 봉의 3면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적용하면 되는데, 이 봉들이 일제히 회전하면서 간판의 이미지를 변화시킨다. 봉들이 돌아가며 이미지가 바뀌는 모습도 꽤나 볼만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전달하기도 한다.
트라이비전 간판은 2000년대 초에 국내에 소개됐다. 당시 매장의 간판보다는 여러 가지 내용을 한 광고판에서 알릴 수 있는 광고매체로서 더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수시로 내용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디지털 광고매체가 대중화되면서 메리트를 잃었다. 하지만 레트로 무드가 주류 디자인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레트로 디자인에 열광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간판으로 일부 기업들이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SNS 명소로 이름난 배스킨라빈스의 콘셉트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배스킨라빈스 서현로데오점’은 매장 외부에 대형 트라이비전을 설치했는데, 일정 시간이 되면 트라이비전이 빙글 돌아가면서 간판 속의 만화 이미지가 다른 장면으로 변한다.
▲무한 반사 기법 활용한 인피니티 미러사인이런 레트로 트렌드가 픽한 또 하나의 간판으로 ‘인피니티 미러사인’을 꼽을 수 있다. 인피니티 미러사인은 LED모듈과 특수 제작된 하프 반사시트를 활용해 간판 속에서 빛의 상이 무한히 반복되는 효과를 이용한 사인 제품이다. 간판의 안쪽 테두리에 설치된 LED모듈이 반복적으로 반사되면서 무한히 이어지는 빛의 터널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앞뒤로 마주한 두 장의 거울 사이에 사람이 서면 무한반사에 의해 사람이 끝없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특이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주목도가 뛰어난 제품이지만 당시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관련 제품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전개했던 업체들도 LED 채널사인이 대세를 이뤄가던 흐름 속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옛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있는 MZ세대들의 레트로 트렌드를 타고 인피니티 미러사인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간판 디자인을 요구하는 기업 팝업스토어나 레트로풍의 카페·주점 등에서 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